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이민우가 이정길의 멱살을 꽉 잡았다.
“아! 숨 막혀요!”
이정길이 크게 소리쳤다. 이민우가 이정길을 질질 끌고 창고로 향했다. 이정길이 구슬픈 목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 제발 살펴주세요! 선생님, 제발 살펴주세요! 정말 잘못했어요. 제가 그때 미쳤나 봐요!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이민우가 인상을 팍 쓰며 말했다.
“알았으니 조용히 해. 넌 일단 창고에서 쥐 죽은 듯 있어야 해. 소리 지르면 국물도 없어!”
“아, 알겠습니다.”
이민우가 창고 문을 활짝 열었다. 이정길을 창고 안에다 확 밀어버렸다. 이정길의 큰 몸이 바닥에 떨어지자, 쿵! 소리가 크게 들렸다.
“아이고!”
이정길이 바닥에서 나뒹굴었다. 쾅! 하며 창고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아주 나쁜 XX! 너는 인간도 아니야!”
이민우가 문을 닫고 손바닥을 탁탁 털었다. 이정길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거 같았다.
한편 임무혁과 최운성은 서로 얘기를 나눴다. 둘의 목소리에 신중함이 넘쳐 흘렀다.
임무혁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저씨, 이정길 저자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닐까요?”
최운성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가 답했다.
“설마 그럴 리가 … 그렇지는 않을 거야. 이정길 그놈은 지금 거짓말할 상황이 아니야. 자기 목숨 걸고 거짓말하지는 않을 거야.”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했다. 그가 말했다.
“그렇기는 하지만 … 매향 북도 이장댁에 테이프가 있다고 했습니다. 매향 북도는 지금 무인도입니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입니다. 그게 꺼림칙합니다.”
“이정길 저놈이 무슨 수를 부린다는 거야?”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 매향 북도에 무슨 함정이 있지 않을까요?”
“글쎄, 그건 가봐야 알겠지.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임무혁이 말을 이었다.
“하도 뒤통수를 많이 맞아서 이제는 놈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야. 놈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어.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야 해. 그래도 섬에는 가야 할 거 같아. 섬에 증거가 있다면 … 섬에 가야 해. 그건 피할 수 없어.”
“그렇기는 하죠.”
“내가 아는 선주가 있어. 그 선주한테 배를 빌리며 매향 북도로 갈 수 있어. 대신 은밀히 그 섬으로 가야 해.”
“은밀하게 제 고향으로 갈 수 있을까요?”
“내가 배를 몰 수 있어. 한동안 배를 몰며 생계를 꾸렸어. 배는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럼, 아저씨만 믿겠습니다.”
“그래, 아저씨를 믿어. 아저씨도 너처럼 22년 동안 복수의 칼을 갈았어. 나도 너처럼 복수하고 싶어.”
“감사합니다. 아저씨 덕분에 우리 남매가 살았고 이제 복수도 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 이제 끝에 다 온 거야. 증거가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놈들을 잡을 날이 한층 다가온 거야. 더욱 힘을 내야 해.”
“맞는 말입니다. 더 힘을 내겠습니다.”
임무혁이 말을 마치고 환하게 웃었다. 복수의 날이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그날을 위해 22년을 기다렸다. 조만간에 그 끝을 봐야 했다.
이민우가 휘파람을 불며 걸음을 옮겼다. 일이 술술 잘 풀리자, 기분이 좋은 거 같았다. 그렇게 걸음을 옮겼을 때
삑!
갑자기 문자 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민우가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문자를 확인하더니 두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문자를 읽고 깜짝 놀랐다.
문자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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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 형님, 종수입니다. 신이사님이 지금 위기입니다.
보스가 신이사님께 무혁 형님 추천했으니 이에 책임을 지라고 명령을 내렸습니다.
신이사님은 지금 제3 아지트에 갇혀있습니다. 오늘 밤 바닷가로 끌고 가 수장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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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문자를 확인한 이민우가 크게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신이사는 신두호 이사를 말했다. 신이사는 임무혁을 조직에 추천한 인물이었다. 임무혁의 후견인이었다.
SS 호텔에서 임무혁과 이민우가 행동대와 목숨을 걸고 싸울 때 그들의 도주를 도왔다. 일부러 이민우의 칼에 찔려서 도주할 기회를 만들었다.
“이, 이를 어째!”
이민우가 문자를 확인하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 일이 벌어진 건 임무혁 때문이었다. 임무혁의 활약으로 백궁이 패닉에 빠졌다는 뜻이었다.
백궁은 교활한 함정을 파서 임무혁을 잡으려 했다. 그의 아내를 이용해서 빠져나올 수 없는 함정을 팠다. 하지만 보기 좋게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임무혁은 홍길동처럼 신출귀몰했다. 물뱀파 소굴인 SS 호텔에서 귀신처럼 도망치더니 대폭발이 일어난 제3 부둣가 9번 창고에 홀연히 다시 나타났다.
백궁은 이를 예상하고 대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임무혁이 다시 번개처럼 도망쳤다.
그래서 백궁 상층부가 크게 노한 게 분명했다. 그 화풀이 대상이 바로 신두호 이사였다. 그래서 신이사를 죽이려 하는 게 분명했다.
“젠장! 이런!!”
이민우가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가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임무혁을 향해 걸어가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형! 지금 신이사님이 위험해. 형을 추천한 책임을 물어서 오늘 밤 바닷가로 끌고 가 수장한대!”
“뭐, 뭐라고?”
그 말을 듣고 임무혁이 소스라치게 놀랐다. 최운성이 임무혁에게 말했다.
“신이사라면 … 조직에서 무혁이 후견인을 말하는 거잖아? 그렇지?”
임무혁이 이를 악물며 답했다.
“맞습니다. 신이사님은 제 후견인입니다. 저를 좋게 봐주시고 조직에 추천하신 분입니다. 그래서 복수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분도 제 은인입니다.”
최운성이 그 말을 듣고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보아하니 놈들이 무혁이 대신 신이사를 죽이려는 거 같은데 …. 그런 거 같아.”
그 말을 듣고 이민우가 고개를 격하게 끄떡이고 말했다.
“아저씨, 맞아요! 조직에서 후견인은 그 책임을 져야 해요. 자신이 추천한 자가 배신하면 후견인도 똑같이 처벌받아요. 그래서 함부로 다른 사람을 추천할 수 없어요. 무혁이 형을 잡을 수 없으니 대신 신이사님을 죽이려는 거에요. 말 그대로 화풀이죠.”
“그렇군.”
최운성이 고개를 흔들었다. 임무혁을 추천한 신두호 이사가 곧 죽을 운명에 처했다. 오늘 밤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임무혁이 그건 결코,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이사는 그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준 인물이었다. 물뱀파에 가입하고 싶다는 청을 외면하지 않고 들어줬다.
그 사람이 이제 죽을 운명에 처했다. 오늘 밤 신이사가 죽는다면 결국, 임무혁 때문에 죽는 것과 같았다.
임무혁이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봤다. 파란 하늘이 참 시원했다.
그가 고개를 내렸다. 그리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는 절대 안 됩니다. 신이사님을 반드시 구해야 합니다. 신이사님이 저 때문에 죽을 수는 없습니다. 신이사님은 저를 돌봐준 분입니다.
신이사님 덕분에 조직에 들어갈 수 있었고 그래서 오늘 증거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신이사님을 반드시 구해야 합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최운성이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말했다.
“그래, 신이사는 무혁이한테 고마운 분이야. 은인을 외면할 수는 없지. … 민우야, 무슨 방법이 있니?”
그 말을 듣고 이민우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가 생각을 정리했다. 핸드폰을 꼭 쥐고 말했다.
“방금 문자를 보낸 종수는 저를 따르는 조직원이에요. 조직을 염탐하라고 제가 지시했어요.
종수의 도움을 받으면 놈들을 기습할 수 있어요.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에요.”
최운성이 그 말을 듣고 좋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그 종수라는 사람을 믿을 수 있는 거야?”
이민우가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답했다.
“그럼요! 저한테 무혁이 형이 있듯이 종수한테는 제가 있어요. 우리는 의형제 사이에요.
저는 무혁이 형한테 의리를 배웠어요. 무혁이 형처럼 종수를 위기에서 구해줬어요. 저는 종수의 생명의 은인이에요.
저를 배신할 애가 아니에요. 결단코!”
이민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고 ….”
최운성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임무혁에게 말했다.
“무혁아! 신이사를 구하는 건 너한테 달렸어. 난 네 결정에 따를게.”
“나도 마찬가지야! 형이 구하러 가면 나도 구하러 갈 거야.”
이민우가 크게 말했다.
“음!”
임무혁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결단을 내려야 했다 신두호 이사의 목숨은 오늘 밤 끝장날 수 있었다. 남은 시간이 별로 없었다.
고심한 시간이 없었다. 구출하려면 지금 당장 준비해야 했다. 준비하는 시간이 늦춰질수록 구출할 가능성이 작아졌다.
이민우와 최운성이 임무혁을 쳐다봤다. 둘이 결단을 촉구했다.
“좋다!”
임무혁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입을 열었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였다.
“신이사님을 구합시다! 신이사님이 저 때문에 물고기 밥이 되는 걸 두 눈을 뜨고 지켜볼 수는 없습니다.
복수보다 먼저 이걸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잘 생각했어. 신이사가 죽는 걸 지켜볼 수는 없어.”
최운성이 임무혁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이민우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신이사님은 조직에서 가장 인간적인 분이셨어요. 그분이 죽는 걸 두고 볼 수 없어요. 그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에요.”
그렇게 죽을 위기에 처한 신두호 이사를 구하기로 의견이 모여졌다. 이제 계획을 세워야 했다.
임무혁이 최운성에게 말했다.
“아저씨,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지금 치밀한 계획이 필요해요.”
최운성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셋 중 최운성이 가장 연장자였고 경험이 많았다. 그리고 신중한 성격이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누구보다도 결단력이 좋았다.
임무혁과 이민우가 최운성의 답을 기다렸다.
5분 후 최운성이 손뼉을 짝 쳤다. 그가 입을 열었다. 차분한 목소리였다.
“민우야, 제3 아지트가 어디지?”
이민우가 답했다.
“거기는 물뱀파 소유 주택이에요. 바닷가 근처 전원주택이에요.”
“여기에서 얼마나 멀지?”
“차로 타고 가면 30분 정도일걸요.”
“그래, 다행히 그리 멀지 않구나. 아지트에 놈들이 몇 명이 이나 있을 거 같니?”
“한 열 명 정도는 있을 거예요. 보통 열 명이 한 팀으로 움직여요.”
“걔들 실력이 어떻지?”
“걔들도 한 가닥 하는 놈들 일 거예요. 하지만 최정예는 아니에요. 최정예를 행동대인데, 행동대는 보스 옆에 있을 거예요. 보스를 지키고 있겠죠.”
“그렇군.”
최운성이 잘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좋은 계획이 머릿속에 떠오른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