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_39_참사의 증거

새하얀 눈동장 1편 <백색 궁전>

by woodolee

22년 전 벌어졌던 매향 북도 참극의 진상이 드러났다.


임무혁이 참을 수 없는 커다란 분노를 느꼈다. 하지만 일단 참아야 했다. 크게 숨을 내쉬고 침착함을 되찾았다. 이제 다음으로 넘어가야 했다.


그가 이민우에게 눈짓했다. 그러자 이민우가 고개를 끄떡였다. 품에서 녹음기를 꺼냈다. 그가 녹음 파일을 재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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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식 의원님이 말씀하셨어. 언제까지 협박할 거냐고?”


“협박이라뇨? 저는 사업 자금을 빌리는 거뿐입니다. 전의원님은 후원금이 많이 들어오시잖아요. 서로 다정하게 같이 나누자는 거뿐입니다.”


“이사장,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야?”


“흐흐흐, 세상일은 다 같이 사는 겁니다. 많이 가진 자가 그만큼 베풀어야죠.”


“이사장, 자중해. 계속 이럴 거야?”


“저한테는 증거가 있습니다. 증거가 폭로되길 바라나요? 전의원님께 여쭈어보세요.”


“이사장, 그런 말 하지 마. 알았어. 좀 깎아달라는 거야. 지금 30억은 힘들어. 20억만 빌려줄게.”


“20억이라? 적기는 한지만, 덕분에 우리 명성 물산이 발전했으니 … 좋습니다. 20억만 받겠습니다. 흐흐흐!”


“그래, 잘 생각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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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듣고 이정길이 깜짝 놀랐다. 녹음 파일의 주인공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임무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목소리는 잘 알 테고, 다른 사람은 누구지?”


“으으으~!”


이정길이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민우가 인상을 팍 썼다. 그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이정길, 이순경! 우리 다시 따뜻한 대화를 할까? 커피 한 잔 먹으면서 아주 따뜻한 대화를 할까? 아까처럼 말이야! 말만 해. 소원을 들어줄 테니.”


“아, 아닙니다. 대화하고 싶지 않습니다!”


이정길이 정색하고 크게 외쳤다. 따뜻한 대화는 절대로 하기 싫다고 애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민우가 씩 웃었다. 그가 신이 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우리 무혁이 형 질문에 아는 대로 다 대답해? 알았지?”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넌 우리 손안에 있어. 도망갈 데는 그 어디에도 없어.”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정길이 연신 고개를 수그리며 말했다. 이민우는 이정길보다 나이가 한참 어렸지만,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민우는 인정사정이 없었다. 임무혁과 최운성은 이정길과 악연이지만, 이정길을 심하게 대하지 않았다.


반면 이민우는 이정길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도 용서가 없었다. 그 손길이 무지막지했다.


“으으으~!”


이정길이 신음을 내뱉었다. 무척 괴로운 거 같았다.


임무혁이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정길, 어서 말해. 같이 대화한 자가 누구지? 보아하니 전해식 의원 측근인 거 같은데? 맞지?”


“마, 맞습니다. 그자는 전해식 의원 수석 보좌관입니다.”


“그렇군, 그럴 줄 알았어.”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다음 질문을 던졌다.


“당신이 분명 증거가 있다고 했어. 당신이 증거를 폭로하겠다고 전해식 의원을 협박했어. 그 증거가 대체 뭐지?”


“그, 그건 ….”


이정길이 답을 하지 못했다. 그러자 이민우가 인상을 다시 팍 썼다.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정길이 화들짝 놀랐다.


그가 급히 답했다.


“매향 북도와 관련된 증거입니다.”


“매향 북도와 관련된 증거라고?”


임무혁, 최운성, 이민우가 그 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22년 전 참사와 관련된 뭔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임무혁이 입술에 침을 묻혔다. 참 잘 됐다는 표정을 짓고 질문을 이었다.


“그게 뭐지? 매향 북도와 관련된 증거가 대체 뭐지? 과거 참사와 관련된 거야?”


“네, 그렇습니다.”


이정길이 울먹이며 답했다.


“아싸!”


이민우가 쾌재를 불렀다.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이정길이 말을 이었다.


“그게 22년 전 참사 때 … 제가 수를 좀 부렸습니다. 잘 아는 섬 주민과 짜고 영상을 녹화했습니다.”


“뭐, 영상을 녹화했다고?”


무척 놀라운 말이었다. 셋이 매우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정길의 말은 과거 참사를 찍은 영상으로 백궁을 협박했다는 말이었다.


이정길은 백궁 조직원이었지만, 큰 이득을 보려고 자기가 속한 조직을 협박했다.


“놀라운 일인데!”


최운성이 혀를 내둘렀다.


임무혁이 이정길의 얼굴을 바라봤다. 얼굴에서 커다란 탐욕이 보였다.


그 탐욕을 채우기 위해 그는 무시무시한 조직인 백궁을 협박했다. 이는 간이 배 밖에 나오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 일을 이정길이 해냈다. 이정길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교활했고 치밀했다. 그리고 간도 컸다.


최운성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이정길에게 말했다.


“그때 뭘 찍었는데? 어서 말해!”


이정길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이제 별도리가 없었다. 살려면 있는 그대로 다 말해야 했다. 그에게 있어 백궁은 다루기가 쉬웠다.


백궁은 진실이 폭로될까 봐 그에게 꼼짝도 못 했다. 하지만 임무혁과 최운성은 그렇지 않았다.


둘은 증거와 상관없이 이정길을 이 자리에서 죽여도 눈 하나 깜빡할 사람들이 아니었다.


둘의 목표는 원수를 갚는 거였다. 그 원수에 이정길도 포함됐다.


이정길이 이제 끝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진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그게 매향 북도 주민 중 여덟 명만 남기고 32명 죽이는 계획이 상부에서 내려왔습니다. 참사 일주일 전이었습니다.

그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참사를 녹화해서 조직을 협박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평상시 알고 지내던 매향 북도 주민에게 부탁했습니다. 이장댁 잔칫날에 몰래카메라를 하자고 …

그러자 그 형이 선 듯 응낙했습니다. 재미있는 일이라 말했습니다. 그 형은 영상을 찍는 게 취미였습니다.

집에 캠코더가 세 대나 있었습니다. 그 캠코더를 몰래 설치했습니다.

당시 이장과 이장 부인은 계획을 완수하기 일주일 동안 무척 바빴습니다. 그래서 집을 자주 비웠습니다.

그 틈을 노려 그 형이 이장댁에 캠코더 세 대를 설치했습니다.

제가 오면 리모콘으로 녹화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게 이장댁 참사를 녹화했습니다.”


임무혁이 그 말을 듣고 급히 말했다.


“그 형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됐지?”


이정길이 고개를 푹 숙이고 답했다.


“그 사람도 독약을 먹고 죽었습니다.”


“뭐, 뭐라고?”


셋이 기가 차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정길은 매향 북도 주민인 지인을 철저히 이용하고 그를 제거했다.


몰래카메라를 찍는다는 핑계로 그를 현혹해서 참사의 증거를 확보하고 지인을 죽게 했다.


실로 끔찍한 일이었다. 사람이라면 할 수 없는 짓이었다.


이민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가 이정길에게 말했다.


“넌 안 되겠다. 내 손에 죽어야겠다. 어찌 사람의 탈을 쓰고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지?

그 사람을 이용했으면 그 사람만큼은 살려야지, 어떻게 그 사람을 죽일 수가 있어!!”


이정길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답했다.


“그 사람은 그냥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비밀을 유지해야 해서 그렇게 했습니다. 독을 먹는 걸 방관했습니다.”


“진짜 어이가 없군.”


임무혁이 기가 차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이정길은 탐욕의 본보기였다. 탐욕에 눈이 뒤집히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잘 보여줬다.


팔팔 타오르는 탐욕 앞에서 친구도 동료도 지인도 없었다. 오직 자기만 살겠다는 욕심이 앞섰다.


“휴우~!”


임무혁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는 몰래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이 누구인지 대략 알 거 같았다.


그의 기억 속에 한 아저씨가 떠올랐다. 그 아저씨는 캠코더를 들고 다니며 마을을 찍던 사람이었다.


돌아다니는 주민과 영상을 찍으며 인터뷰도 했었다.


‘아, 철규 아저씨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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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규가 캠코더로 남매를 찍었다. 남매는 차무혁과 차주리였다. 박철규가 차무혁에게 말했다.


“무혁아, 아침에 뭐 먹었니?”


“김치찌개 먹었어요.”


“그래, 아주머니 솜씨가 참 좋지. 점심에는 뭐 먹었어?”


“빵 먹었어요. 아빠가 뭍에 가서 사 온 빵이에요.”


“무슨 빵인데?”


“크림빵이에요. 단팥빵도 있었어요. 과일 케이크도 있어요.”


“하하하, 잘 먹었네.”


박철규가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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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혁이 박철규를 떠올리고 고개를 숙였다. 그 아저씨 덕분에 증거가 남았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었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최운성이 이정길에게 말했다.


“그 증거가 어디에 있지? 어서 말해!”


“그건 ….”


“어서 말하라니까!”


이정길이 개미 목소리로 답했다.


“은밀한 곳에 숨겼어.”


“그렇겠지. 그곳이 어디야? 어서 말해! 살고 싶으면. 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만약 거짓 정보를 말하면 너를 살려두지 않겠다. 명심해라!”


“아, 알았어. 그곳은 ….”


이정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임무혁과 최운성, 이민우가 두 귀를 쫑긋했다. 그렇게 이정길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이윽고 진실을 알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증거는 매향 북도에 있어.”


“뭐, 뭐라고?”


이정길의 말을 듣고 셋이 깜짝 놀랐다. 셋이 서로 얼굴을 쳐다봤다.


참사의 진실을 알리는 증거가 참사 현장에 있다는 말이었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이정길이 말을 이었다.


“가장 안전한 곳을 찾았어. 그곳이 바로 참사 현장이었어. 이장댁에 숨겼어.”


“뭐, 이장댁이라고?”


임무혁이 두 눈을 호랑이처럼 크게 떴다.


이정길이 말했다.


“이장댁에 숨겼습니다. 매향 북도는 그날 이후 폐허가 됐습니다. 그래서 아무도 살지 않아요. 무인도가 됐어요.

방문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래서 이장댁에 원본 테이프를 숨겼습니다. 놈들의 허점을 노렸습니다.”


“그렇군. 역시 등잔 밑이 어둡군.”


최운성이 고개를 끄떡였다. 이정길은 머리가 좋은 자였다. 나쁜 쪽으로는 머리가 비상하게 움직였다. 백궁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았다.


이민우가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매향 북도로 가서 증거를 찾으면 되잖아요!”


임무혁이 손뼉을 짝 쳤다. 그가 말했다.


“그래! 그러면 되겠다. 가서 증거를 찾자. 증거를 찾아서 놈들에게 반격하자.”


“하하하! 그렇지. 바로 그거야!”


최운성이 기쁜 나머지 크게 웃었다. 이민우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제대로 복수할 수 있는 커다란 무기가 생겼다. 그건 매향 북도 이장댁에 숨긴 테이프였다.


참사 현장을 찍은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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