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동자 1편 <백색 궁전>
최운성이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 놈들이 방심할 때 확 기습하자.”
그 말을 듣고 임무혁이 말했다.
“언제쯤이 좋을까요?”
최운성이 빙그레 웃었다.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지트보다는 … 바닷가에 도착했을 때가 제일 좋아. 아지트에서는 놈들이 긴장할 거야. 사방을 잘 살피겠지.
그러다 목적지에 도착하면 마음을 탁 놓을 거야. 그때 놈들을 기습하자.
내가 배를 빌려서 바닷가에 대기할 테니 둘이서 신이사를 구해. 정면 대결이라면 어렵겠지만, 기습이라면 가능한 거야.”
최운성의 계획을 듣고 임무혁과 이민우가 미소를 지었다.
둘 다 좋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두 명이 열 명과 싸워야 했지만, 다행히 야밤 기습이었다. 깊은 어둠이 바닷가에 깔리면 승산이 있었다. 해볼 만했다.
임무혁이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좋습니다. 좋은 계획입니다. 아저씨는 도주할 배를 준비하세요. 우리는 신이사님을 구하겠습니다.”
이민우가 맞장구쳤다.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좋아요! 우리는 일당백입니다. 우리 둘이 신이사님을 구하겠습니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한번 모험을 걸어보죠.
형과 함께라면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그렇지? 형도 마찬가지지?”
이민우가 말을 마치고 임무혁을 슬쩍 쳐다봤다. 임무혁이 빙그레 웃었다. 그렇게 형제가 서로를 굳게 믿었다.
최운성이 잘 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말했다.
“아주 좋았어. 패기가 마음에 들어. 그 패기라면 산을 뽑을 수 있을 거야.
항우가 말했어. 역발산기개세(力拔山氣蓋世, 힘이 산을 뽑고 기운은 세상을 덮음)라고.
너희들은 항우 같은 용장이야. 기막힌 솜씨를 기대하마!”
“하하하! 과찬의 말입니다.”
임무혁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최운성도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배를 빌린 김에 신이사를 구하고 바로 매향 북도로 가자. 밤을 틈타 섬으로 가는 거야. 섬에 가서 증거를 찾자!”
형제가 그 말을 듣고 기뻐했다. 듣던 중 반가운 소리였다.
이민우가 말했다.
“하하하! 좋습니다. 시간 끌 필요 없습니다. 신이사님을 구하고 바로 매향 북도로 가요. 가서 보물, 아니지 … 증거지. 증거를 찾아요.”
임무혁도 고개를 끄떡이고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일을 속전속결로 처리합시다. 시간 끌 필요 없어요. 시간을 끌수록 놈들한테 유리합니다.”
“좋았어.”
최운성이 손뼉을 짝 쳤다. 만족감을 표시했다.
그렇게 신두호 이사 구출 작전과 매향 북도 잠입 작전이 시작되었다.
두 작전 다 성공해야 했다. 실패는 있을 수 없었다.
작전을 수립하자, 각자 움직였다.
이민우가 핸드폰을 들었다. 정보를 건넨 동생, 종수에게 전화했다. 신호가 가자, 종수가 바로 전화 받았다.
“형님! 괜찮으세요?”
이민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종수의 말에 이민우가 빙긋 웃으며 답했다.
“짜샤, 나야 괜찮지. 무슨 문제가 있겠냐? 잘 먹고 잘 자고 있다. 걱정일랑 하지 마라!”
“참 다행이네요. 형님, 제 문자는 받으셨죠?”
“응. 잘 받았어. 그래서 신이사님을 구하기로 했어.”
종수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가 서둘러 말했다.
“정말이세요? 그건 너무나도 위험한 일인데 …. 신이사님을 지키는 놈들이 한둘이 아니에요.”
이민우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종수야, 신이사님을 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내 옆에 무혁이 형이 있잖아. 너도 무혁이 형이 누구인지 잘 알지? 형은 싸움의 귀재야.”
“무혁 형님 말씀은 익히 들었습니다. 전설의 재규어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재규어가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어. 그래서 다들 죽었어. 흐흐흐!”
“그렇군요.”
“무혁이 형이 내 옆에 있으니 충분히 할 수 있어. 놈들을 박살 낼 수 있어.”
종수가 고개를 끄떡이고 말했다.
“저도 무혁이 형님이 행동대를 박살 냈다는 소문을 듣기는 들었습니다. 행동대 최고인 짝손을 두들겨 패서 병원으로 보냈다고 들었습니다.”
“야, 그 말은 틀렸어. 행동대 최고는 바로 나야, 나 이민우가 최고야. 짝손은 내 아래라고.”
“아, 그렇죠. 제가 말실수했네요. 죄송합니다. 형님.”
“괜찮아. 실수할 수도 있지. 무혁이 형이 있으니 걱정할 건 하나도 없어. 오늘 밤에 재규어가 다시 하늘을 날 거야. 그건 그렇고 신이사님이 제3 아지트에 있는 게 분명해?”
“네, 맞아요. 제가 오늘 심부름으로 제3 아지트에 갔는데 거기에 신이사님이 계셨어요. 모진 매를 맞았는지 몰골이 말이 아니었어요. 아지트에 부장 둘이 있었어요. 부장 하나가 말하는 걸 엿들어요. 오늘 밤 신이사님을 수장한다고 분명히 말했어요. 보스의 뜻이라고 했어요.”
“그렇군. 알았어. 오늘 밤 물뱀파를 치러간다. 너는 몸을 피신해.”
“네에? 몸을 피하라고요?”
“종수야! 생각을 좀 해봐. 신이사님이 탈출하면 조직에서 정보가 샜다는 걸 알 거야. 그러면 너도 위험해져.
넌 제3 아지트를 갔었어. 너를 끌고 가서 모진 고문을 할 거야. 미리 몸을 피해야 해.”
“아이고! 일이 그렇게 되나요?”
종수가 몸을 벌벌 떨며 말했다.
이민우가 강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지. 이젠 너도 물뱀파와 연을 끊어야 해. 우리가 조만간에 물뱀파를 박살 낼 거야.
인천 제1 조폭 물뱀파를 깨끗이 없애버릴 거야. 어서 거기에서 도망쳐. 남쪽 바닷가로 가서 내 연락을 기다려. 어디를 말하는지 알지?”
“아, 거기요. 잘 알겠습니다. 일이 엄청 커져 버렸네요.”
“응, 그렇게 됐어. 물뱀파는 이제 끝이야. 분명히 그렇게 만들 거야.”
“알겠습니다. 형님.”
이민우가 전화를 끊었다. 그가 가슴을 탁 폈다. 동생한테 물뱀파를 끝장내겠다고 호언장담했지만, 그건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
아니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하지만 그에게는 형 임무혁이 있었다. 형과 함께라면 어떤 일이라도 두렵지 않았다. 그가 그렇게 스스로 용기를 불어넣었다.
신두호 이사 구출 작전은 차질없이 착착 진행되었다. 최운성이 지인한테 배를 빌렸다. 쾌속정이었다.
임무혁과 이민우는 저녁을 든든히 먹었다. 맛있는 돼지갈비로 배를 가득 채웠다. 신두호 이사를 구하려면 열 명과 싸워야 했다.
기습전에는 무엇보다 속도가 중요했다. 번개처럼 때리고 도망쳐야 했다. 신이사를 구해서 쾌속정으로 달려가야 했다.
“하하하!”
갈빗집에서 나온 이민우가 크게 웃어댔다. 그렇게 두려움을 털어냈다. 그는 작전 시각이 가까워지자,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러 크게 웃으며 떨리는 가슴을 달랬다.
이민우는 미소를 지었다. 그는 떨리지 않았다. 누구보다 침착했다. 냉정함을 칼처럼 유지하고 작전에 임해야 했다.
**
밤이 깊어갔다. 오늘은 별빛이 초롱초롱했다. 은하수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냇가처럼 펼쳐졌다.
달은 반달이었다. 반쪽짜리 달이 환하게 빛났다. 수박을 툭 자른 거 같았다.
여기는 바닷가와 가까운 전원주택 단지다. 여기에 물뱀파 제3 아지트, 전원주택이 있었다.
아지트에서 불빛이 환했다. 지하가 있는 단층 건물이었다. 담벼락은 없었다. 집 앞에 넓은 마당만 있었다.
시간이 더 흘러 자정이 지났을 무렵, 전원주택에서 새어 나오던 불빛이 꺼졌다. 주택이 짙은 어둠에 잠겼다. 어둠과 고요함이 세상을 지배했다.
1분 후 현관문이 열렸다. 사람들이 차례대로 현관문에서 나왔다. 모두 넷이었다. 네 사람이 마당에서 걸음을 멈췄다. 세 사람이 한 사람을 둘러싸기 시작했다.
둘러싸인 사람은 다른 사람과 달랐다. 머리에 검은색 두건을 뒤집어썼다. 오늘 물고기 밥이 될 운명인 신두호 이사가 분명했다.
집에서 사람들이 나오자, 집 근처에 주차한 검은색 밴 두 대에 시동이 걸렸다. 그리고 헤드라이트가 켜졌다.
“차에 타자!”
한 사람이 말하자, 마당에 서 있던 사람들이 차에 올라탔다. 사람들이 차에 다 타자, 검은색 밴 두 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부릉! 거리는 차 소리가 어둠 속에서 크게 들렸다.
차 두 대가 빠른 속도로 도로를 내달렸다. 3분 후 해안 도로로 접어들었다. 빠른 속도로 해안 도로를 달리다 갓길에 멈췄다. 갓길 옆에 수풀이 울창했다.
차 두 대에서 차 문이 덜컹하며 열렸다. 차에서 사람들이 내렸다. 모두 열 명이었다. 그들이 걸음을 옮겼다.
도로를 지나서 울창한 숲속으로 쑥 들어갔다. 수풀은 바다로 이어졌다.
5분 후 열 명이 숲속에서 나왔다. 한 명이 검은 두건을 뒤집어썼다. 이곳은 바닷가였다. 작은 모래사장이 있는 곳이었다.
늦은 밤이라 모래사장에 아무도 없었다. 바닷가에 고요함만 가득했다. 철썩철썩! 파도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흐흐흐!”
비열한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홉이 크게 웃기 시작했다.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사람이 절망한 듯 고개를 푹 숙였다.
아홉 중에서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일행의 대장 같았다.
“이제 두건을 벗기자.”
“알겠습니다.”
한 사람이 답하고 행동을 개시했다.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사람에게 걸어가더니 두건을 확 벗겨버렸다.
“윽!”
신음이 들렸다. 두건이 벗겨지자, 한 남자의 처참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중간 키에 체격이 당당했다. 네모난 얼굴에 눈썹이 진했다. 눈코입이 뚜렷하고 강인했다. 흡사 직업 군인 같은 얼굴이었다.
임무혁을 추천한 후견인 신두호 이사였다.
“이사님, 이제 저승길로 가셔야 합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아홉 중 대장이 신이사에게 실실 웃으며 말했다.
“으으으!”
신두호 이사가 그 말을 듣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분을 참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엉망진창이었다. 모진 매를 맞은 듯 얼굴 곳곳에 피멍이 들었고, 상처투성이였다.
대장이 말을 이었다.
“이사님이 이렇게 된 건 다 임무혁 때문입니다. 저를 탓하지 마시고 임무혁 그놈을 탓하세요. 이사님이 임무혁을 추천했습니다.
그러니 그 책임을 지셔야죠. 그게 조직의 규칙입니다. 흐흐흐!”
차디찬 목소리였다. 그러자 부하들이 그 말이 맞는다는 듯 모두 고개를 끄떡였다. 조직의 규칙은 법과 같았다. 반드시 지켜야 했다.
물뱀파에서 배신자는 물고기 밥 신세였다. 그 배신자를 추천한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조직의 보스 남궁철은 가차 없었다. 측근인 신두호 이사를 특별히 봐줄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만큼 임무혁에 대한 분노가 컸다. 임무혁을 아꼈던 만큼 증오가 컸다.
“배가 왔나?”
대장의 말에 부하 하나가 답했다.
“5분 정도 지나면 배가 올 겁니다.”
“그렇군, 흐흐흐!”
대장이 웃음을 흘리더니 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담뱃갑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더니 신이사에게 말했다.
“이사님,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 피우시죠. 제가 드리는 마지막 배려입니다. 저는 평상시 이사님을 존경했습니다. 흐흐흐!”
대장이 담배 한 개비를 신두호 이사에게 권했다. 신이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인생이 이렇게 끝났다는 생각에 어이가 없고 기가 찬 거 같았다.
잠시 시간이 흘렀다.
신두호 이사가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잡았다.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러자 대장이 품에서 라이터를 꺼냈다. 라이터를 들고 담배에 불을 붙이려고 할 때!
갑자기 큰 소리가 바닷가에 들렸다.
“신이사님! …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뭐, 뭐야?”
난데없이 큰 소리가 들리자, 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건 부하들도 마찬가지였다. 신이사도 마찬가지였다.
큰 소리가 사라지자, 바닷가가 다시 고요해졌다.
파도 소리가 다시 들렸다.
그때! 신두호 이사가 아! 하며 크게 외쳤다. 갑자기 들린 소리는 그가 잘 아는 목소리였다. 바로 그가 아끼는 임무혁의 목소리였다.
재규어가 다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