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읽고
책을 다 읽고 나서 든 생각은...
-큰일났다. 아무 느낌이 없어. 어쩌지?
였다.
아마 오늘 나는 좀 힘든 상황이었고,
지난 주는 좀 정신이 없기도 했고,
독서기록을 제출해야만 하는 학생의 심정이 된 것도 오랜만이었고,
책이 제목에서 느꼈던 만큼의 말랑한 감성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긴 저자가 쇼펜하우어인데 뭘 바라?
싶기도 하다.
아포리즘인 만큼 논리적인 철학적 주장을 만나기는 어렵지만
가볍게 읽으면서 쇼펜하우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았다.
자유와 의지, 외부적 압력에 대한 저항...그리고 죽음이다.
읽다가 경악스러웠던 부분은 교육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40이 넘었을 때 교육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었다.
또, 예술의 공명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전 집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보여주기도 했는데 12월초부터 열리기 시작한 여의도와 광화문의 시민집회를 본다면 쇼펜하우어는 입장을 바꾸었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인간은 유한하며 죽음이라는 마침표를 허무로 받아들여 삶을 무기력하게 살지 않기 위해서는 의지가 필요하다. 더구나 모든 것이 수량화되고, 이런 인터넷의 글조차 좋아요에 의해 가치가 평가되기 쉬운 이 상황에서 그 의지를 지키는 것은 무척 힘겨운 일이기도 하다. 세상의 욕망과 나의 욕망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지 않고, 정말 내가 원하지 않아서인지 아니면 해도 안 될 것 같으니 표기하는 것인지 내 선택은 쉽게 도전받는다.
그래서 불안하고, 그 불안으로 인해
현재 나의 평안이 위협받을 때
쇼펜하우어의 대문자 T같은 말들은 위로가 될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로서 존재한다.
누구나 자신의 산에 오르기를 꿈꾼다.
나는 타인에게 필요한 물건이 되기를 거부하겠다.
인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이며, 독립된 세계이며, 유일한 표상이다
책이 좀 미괄식으로 쓰여 있어서 읽다가 당황스러웠는데
요새 지나치게 두괄식의 무난한 글들만 읽었나 보다 싶었다.
딱히 내가 불행해도 되는 이유에 대해 말해주지는 않지만
'인간'의 참된 모습은 어떠해야하는지 쇼펜하우어의 조금은 괴팍한 이야기를 듣다보면
너무 오랜 시간 나라는 '인간'에 대해 대충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어져
'인간'을 들여다보면 불행에 대해 딱히 생각하지 않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불행과는 별 상관 없는 거 같지만
인간의 삶은 동적이고, 확실한 것은 죽음이라는 미래 뿐인 존재가
어떻게 일관되게 행복하겠는가.
어떻게 일관되게 불행하겠는가.
불확실하고 불규칙적인 삶에서 행복도 불행도 우연히 들이닥칠 수 있으니
인간이여, 자신 만의 철학을 만들어가며 자유롭게 '나'다움을 구축해가라.
열심히 응원(-좀 염세적인지만 말이다)해주는 것 뿐.
이제 연말이니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함 읽어봄직하기는 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