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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이 잔인하던가요
-어휴, 벌써 진달래가 피었네.
-어디? 요새 진달래 보기 힘든데?
-저기, 저 아파트 화단에 하나 있잖아.
-그러네, 진달래네. 저 분홍이 참 곱네.
따사로운 봄햇살 사이로 제법 훈기가 도는 바람이 살랑거린다.
아직은 꽃이나 풀냄새보다 혼탁한 먼지 냄새가 더 진한 것도 같고.
-또 봄이 왔어. 또 봄이. 저렇게 또 꽃 피는 거보니 한번 가면 사람만 못 와. 사람만.
-저 꽃이라고 작년 꽃이겠어? 작년에 피었던 꽃, 하나같이 다 떨구고 올해 새로 올린 꽃이지.
처음 세상 맞이하는 새꽃이지.
-그런가?
-그렇지. 올봄이라고 작년 봄이 다시 온 건 아니잖아.
목련 나무의 꽃봉우리가 제법 앞으로 밀렸다.
벚나무의 가지에도 제법 굵게 영근, 씨앗같은 꽃망울들이
가득 익은 봄 기운 속으로 터져나올 준비를 마친 것 같다.
하루 이틀 후면, 다 터져나오리.
파.바.박.
와우!
환호성을 메아리로 흩뿌리며!
-그래, 봄은 매년 새로이 오고 사람만 새롭기가 힘든가 보네.
-그렇지? 봄꽃들이 매년 새롭게 피어나도 우리는 매번 저렇게 탄생부터 시작할 수는 없으니.
-그러게, 저렇게 화사한 빛깔로 사람 기를 죽이는구만.
말소리가 사라진 자리에 저녁을 알리는 찬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