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양말 누구 거니?
우리집은 엄마가 빨래를 개키면
식구들 옷대로 나누어서 거실 탁자 위에 올려 놔.
집으로 돌아오는 대로 각자의 옷을 가지고 방으로 돌아가
알아서 정리하는 거지.
그런데 가끔 엄마가 옷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어.
그럼 우린 자기 게 아닌 옷은 다시 거실 탁자에 올려 두고
그 옷의 주인이 다시 가져가.
주로 양말이나 스타킹이
가끔은 흰 티셔츠
어쩌다 청바지나 트레이닝바지가 거실로 다시 나오고는 해.
하루 안에 가져가지 않으면 엄마의 잔소리 공격이 이어지니까
대부분 틀린 주인 다시 찾기도 하루면 끝나.
하지만 며칠 째 거실 탁자에 자리한
검정색 양말 한 켤레.
모처럼 온 가족이 모인 주말 저녁.
엄마가 먼저 말을 꺼냈지.
“저거 누구 건데 저렇게 안 들여가고 내버려 두는 거야?”
같은 말이 도돌이로 나왔다.
“내 거 아닌데?”
“내 거 아니야.”
“아빠 거 아니었어?”
“새 양말이라 누가 잊어버린 거 아냐?”
“그거 새 양말 아니던데? 바닥에 보풀 있는 게 신었던 양말이야.”
“엥?”
“그럼 저 양말은 어디서 난 거야?”
수수께끼 같은 양말에 모두 시선이 모아지고, 이상한 긴장감이 슬며시 올라오기 시작했어.
“아무도 손 대지 마라.”
아빠의 한 마디에 엄마가 왜, 라고 새소리처럼 물었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 내 친구 있잖아. 어려서 한 동네 친구 형도.”
“응, 그 아저씨 우리도 알아.”
“아빠 어렸을 때, 그 아저씨 동생이 죽었거든."
아빠의 이야기가 이어졌어.
그 애 집에 어느 날, 가족도 모르는 운동화 한 켤레가 신발장에 들었더래.
임자 없는 신발이 어디서 나타났냐고 신기해 했는데 누가 벗어놓고 갔다고 생각하기에도 이상하잖아.
형도 어머니는 좀 께름직하다고 버리려고 했는데,
행도 동생이 마침 운동화 구멍 났는데 자기가 신으면 안 되냐고 했다는 거야.
보기에는 운동화가 커 보여서 신어보고 안 맞으면 버리자고 했는데
요상하게 그 운동화가 동생 발에 딱 맞더라지.
그 신발 신고 나간 날 교통사고로 먼 길 갔지, 형도 동생이......
사고날 때 입었던 옷은 돌려받았다는데 그 운동화는 없었다더라고.
듣고 나면 찝찝함이 남는 괴담의 여운과 같은 분위기가 식구들 사이에 가라앉았고,
누구 하나 웃는 사람없이 이상하게 말이 없어졌어.
오소소.
돋았던 소름이 조금 가라앉았다 싶을 때, 엄마가 벌떡 일어났어.
엄마는 까만 양말을 집어 서랍장에 넣어 버리며 아무 일 없다는 듯 물었어.
“시험은 잘 봤니?”
우리는 그제야 최면에서 풀린 듯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왔지.
시험지만 잘 본 건 아니고? 아빠의 놀리는 듯한 유머를 시작으로 우리는 목소리를 높였어.
마치 며칠이 지난 후, 치우는 사람이 없었도 그 양말이 사라질 것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