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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듣는 외계어 같았어.
“내가 암이야.”
얼마 전에 다른 사람에게 들었던 이야기랑 비슷한 건가?
내 와이프가 암이야,
뭐 암? 무슨 암?,
아니 암이 아니고 아미, 비티에스 팬클럽...
그런 일상 속의 우스개 같은 그런 걸까.
재미있는 이야기라도 하는 듯한 네 표정과
비어버린 내 머리로 들어오는 네 건강에 대한 이야기는
너무도 결이 달라서
정말 현실 같지 않았지.
-나 그래도 착하게 산 것 같은데...
울적해지려는 네 기분과 관계없이
-암은 아무 것도 몰라. 선악 개념이 없어. 네가 착한지 나쁜지 걔가 어떻게 알아.
네 짝꿍이 했다는 말에 아, 하며 정신이 들더라는
너랑 같이 웃으며
-그 무지몽매한 것들 계몽시켜 버려.
장난치며 한 번 더 웃었지.
네 진료 일정에 대한 이야기와 항암으로 인해 생길 탈모이야기를
네 직장의 헤프닝 듣듯 들으면서
나는 그저 맞장구를 칠 뿐이었어.
네가 어떻게 진료를 받으러 가게 되었고
결과를 듣고 의사와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으며
몇 번의 항암 치료를 받는지, 수술 일정이 어떤지
결국 빠진 머리가 다시 자라기까지 일 년은 넘게 걸리지 않겠냐며
그동안 우리 못 본다고 말하는
네 말 속에서
한달여 넘는 시간동안 네가 지나왔을
부정적인 감정들과 생각들이 보였으니까.
그 마음들에 지지않기 위해 네가 어떤 다짐을 했는지
농담일 수 없는 말을 네가 환하게 웃으며 했으니까.
그 다짐에, 그 의지에
내 슬픔이나 걱정이 방해가 되지 않도록
나 역시 담담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지.
네가 보이지 않겠다면 못 본 척,
보여주고 싶지 않다면 안 보고 싶은 척 시치미를 떼고
내 슬픔 따위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시 눈물로 흘리면 되니까.
치료받는 동안 네가 많이 아프지 않기를
네가 혼자 있겠다고 결심한 그 시간동안 많이 외롭지 않기를
네가 여러 번 반복한
"나 참 괜찮은 사람이네."
라는 그 마음이 여전히 반짝거리기를
기도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