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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난감

- 벚나무의 이야기...

by 준 원 규 수


야! 야! 괜찮아?

너 아까 사람들이 머리채 엄청 잡아당겼잖아.

꽃도 송이째로 막 떨어지던데.



응, 마디가 좀 느슨해져서 가지가 원래 높이만큼 올라오지 않네.

좀 저릿하고 아픈 거 같아.



어떡해? 작년에도 그러다 가지 하나 찢기지 않았어?



말해 뭐해.

그러는 너도 아까 엄청 발에 차이던데, 몸통 멍든 거 아냐?

그러게 왜 그렇게 꽃잎을 떨궈줘?



욕하느라 그랬지.

우리도 아프니까 하지 말라고.

네 몇 개월 갈지 모를 연애를 위해 내 몸에 멍 좀 그만 들게 하라고.

욕 하느라 많이 떨궜는데...

욕인줄도 모르고 웃어대니까 더 열받더라고.



너 밑둥치도 뜯겼네.



응, 어린애가 예쁘다고 떼쓰니까 아빠 되는 사람이 뜯어 가더라.



아팠겠다.

겨우내 영차영차 두터운 껍질 뚫는 소리가 애틋했는데

꽃잎 피우자마자 뜯어 갔구나.



에휴, 내년에는 나도 꽃 피우느라 숨가쁘지 말고 그냥 잎이나 낼까봐.

저 건너애처럼 말야.

꽃은 없이 잎만 나와서 병든 건가 했는데

우물쭈물하다가 꽃 낼 시기를 놓쳤다더라고.



하긴

따뜻해서 피워놓으면 갑자기 너무 추워지고,

기다렸다 피워놓으면 금세 더워지고...

이번에는 진짜 꽃잎 날리기 못 기다리고 송이째 떨구는 게 나을지 모르겠어.



피우는 것도 힘들고,

사람들 등살 견디는 것도 힘들고...


내일은 또 얼마다 뜯기고, 발에 채이고, 찢길련지...



와, 어디서 찍은 사진이야?
꽃 진짜 예쁘다.
그렇지? 예쁘지?



꽃이 예쁜 사진을 원했다면

굳이 꽃을 얼굴에 가져다 댈 필요가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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