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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사유

- 죽도 <상화원>에서

by 준 원 규 수


하루 내린 빗줄기에 바다가 운다.

노여운 무엇이 바다를 달리게 하는지

서글픈 무엇이 파도를 부서지게 하는지

부처의 등 뒤로 내달린 파도들이

제 몸을 던지며 아우성친다.

덜어내라, 사람들이여.

세상 영원한 것 아무 것도 없듯

지금 가슴에 휘몰아치는 그 감정들 역시

그 온도를 그대로 유지하지 못할 지니

슬플 때는 그 슬픔을 조금 더 덜고

기쁠 때는 그 기쁨을 조금 더 덜고

영원할 것처럼

그 감정을 끌어안지 마라.

자신이 달려온 열정의 크기만큼

포말로 부서지는 저 파도들을 보라.

너의 고뇌도 저리 부서질지니

너의 감정도 저리 흩어질지니

덜어내라, 사람들이여.


부처여.

온 몸으로 울어대는 바다를 등진

사색에 잠긴 부처여.

당신의 깨달음은 영원합니까.

당신의 그 고뇌를 깨고 나온 평정은 영원합니까.

당신의 열반은 얼마나 영원하기에

온 몸으로 울다 부서지는 파도를 등지고

당신은 오늘도 사유에 잠겨 있습니까.

붓다여.





죽도 '상화원'의 석양 정원 한편에 자리한 반가사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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