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시 중 이성복 시인의 <서해>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 두어야 할까 봅니다
내 마음에는 어렸을 때부터 꼭 가보고 싶다고 생각한 장소들이 몇 곳 있다.
여행을 좋아하지만
국내도, 해외도 여행을 좋아한다고 말할 만큼 많이 다닌 것은 아닌 것 같다.
여행에 가장 많이 드는 것은 시간과 돈인데
내게 그 둘은 밸런스 게임의 선택 사항 같아서
그 둘 모두가 선택지에서 내려가는 일이 드물었던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또 낯선 곳을 향해 움직일 만큼의 열정과 자신감이 기본적으로 내재되어 있어야 할 터인데
이제는 열정도 온기 정도를 유지하기에 바쁘고,
그래 가자, 하고 박차고 일어날 만큼의 체력도 자신이 없다.
얼마 전
블로그의 글들을 정리하다
언젠가 가게 되면 써먹어야지, 하며
열심히 모아놓은 여행지 관련 기사들의 목록을 보게 되었다.
링크를 걸어두었는데 발행사에서 기사를 삭제해 링크가 작동하지 않는 것도 여럿 있었다.
그만큼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내 안에서 그곳에 가고 싶다는 열망도 사그라들어
이제 씨앗 정도의 크기로만 남았다.
그럼에도 그곳에 다녀왔다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이루지 못할 것만 같은 희망들을 어떻게 해야 여한이 아닌 그리움으로 남길 수 있을까.
우선은 위의 시구처럼 내가 그곳에 가지 않는 것.
또, 가보지 않은 서해 바다가 늘 '마음 속에서 파도치듯' 내가 가보고 싶었던 곳들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
학자들의 사고실험처럼 나 역시 그곳들에 대해 '사고여행'을 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마음만은 자유롭게, 마음이라도 다녀오라고......
혹 모를 일이지 않은가.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면 열정의 온도가 확 올라가 그곳을 향하는 버스나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될지도.
환상과 상상이 현실과 만나 깨질 일 없는,
'사고 여행'을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