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와 버렸네, 홋카이도 1

by 준 원 규 수


사고 여행 시리즈 중 <진짜> 홋카이도로 여행을 갔다.

잠시 기록하고 가실게요~~~


영화 <러브레터>, <철도원>, <윤희에게> 등등... 눈 가득한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영상미를 뽐내는 영화들을 보면, 차갑고 새하얀 눈이 내게도 뭔가 낭만적인 일들을 만들어줄 것만 같았다.

하늘에서부터 내려와 내 발목 이상으로 쌓이는 눈을 경험해보지 못한 내게 눈으로 가득한 홋카이도의 장소들은 신비롭게만 느껴졌다.

나중에 읽었던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배경이 홋카이도가 아니라는 게 의아하게 느껴질 만큼 내게 일본의 눈은 북해도, 홋카이도를 말하는 거였다. 그리고 눈이 가득 내린 겨울의 홋카이도는 가고 싶은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많이 덥지 않은 홋카이도는 여름에 가는 것도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라벤더로 유명해진 후라노-비에이 지역은 단연 유명한 곳.


하지만 역사 문제로 양국이 껄끄럽고, 나 역시 아직 노노재팬을 실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으로 여행을?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아마 목적지가 홋카이도였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이 메이지 유신 이후 제국을 표방하며 가장 먼저 복속시킨 곳이, 민족도 다르고, 언어와 문화도 달랐던 지금의 홋카이도. 미국에 의해 근대화된 농업을 받아들여 미국식으로 농촌이 근대화 되었다던데, 그 과정에서 원래 그 땅의 주인이었던 아이누족들은 자신들의 권리를 잃고, 그들의 문화는 파괴되었다고 한다. 박경리 작가의 <토지>에서도 연해주 쪽으로 옮겨가려는 독립군과 아이누족들의 대화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일본 내에서도 반한 감정이 크지 않은 곳.

가기로 결정하고,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으나 어, 어, 어, 왔네!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여러 장소 중에서도 딱 한 곳을 고르라면 "카무이미사키"를 꼽는데 망설임이 없다.

우연히 만난 다른 여행객에게 추천을 받아, 충동적으로 간 샤코탄은 정말 감탄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관광지로 유명한 오타루에서 더 북쪽으로 올라가는 샤코탄은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기에는 힘들고, 차를 렌트해서 가야 하기 때문에 관광상품을 이용했다.

카무이미사키- 금녀의 문을 지나 등대까지 가는 길에서 본 바다

어부들이 이용하던 동굴 같은 터널을 지나 탁 트인 바다를 만나는 시마무이, 망부석 설화와 비슷하지만 여자가 탄 배는 풍랑을 만나게 되었다는 큰 차이가 있는 전설의 ‘금녀의 문’이 남아있는 카무이미사키, 그리고 유리공방과 오르골 본당으로 유명한 오타루가 하루 일정으로 묶여 있는 상품을 이용했다.

맑은 바다의 풍광이 너무도 멋졌던 카무이미사키는 정말 잊을 수 없는 절경이었는데, 바람이 심한 날은 출입이 제한된다고. 여행을 가기 전날, 해일 경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등대가 있는 곳까지 갈 수 있었던 건 엄청난 행운이었던 것 같다.

홋카이도에 머무는 내내, 세상 잘 생긴 구름들이 내내 하늘에 머물러 자꾸 사진을 찍게 되었었는데 카무이미사키를 간 날이 최고였다.

하늘에 뜬 구름 아래로 이상한 빛이 나오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구름이 수면에 반영된 모습이었다. 세상에 그렇게 맑고 깨끗한 파랑이 있을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왔다.

8월 평균 기온이 25도라는 삿포로의 낮 최고 기온은 30도. 그 날씨에 좁고 가파른 길을 삼십여 분 걸어야 했지만 - 조금은 등산느낌이랄까. - 그 힘겨움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심지어 중간중간 얼굴에 부딪혔던 날파리들조차 나중에는 기억에도 남지 않았다는.....

가 본 적은 없지만 언뜻 하와이 해변가가 떠오르기도...
하프 모양의 구름마저 나타나 준, 정말 날씨가 좋았던 하루


분단이라는 현실을 극복하지 못하는 한 일본이나 러시아를 통해서나 볼 수 있는 북동해가 이렇게나 아름답다니..... 샤코탄 여행에 대한 선택은 진짜 신의 한수였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지도 못했던 홋카이도의 한 얼굴을 보고 나니, 이곳의 다른 계절들이 궁금해졌다. 가을은 얼마나 알록달록 아름다울까. 겨울은 또 얼마나 상상만큼 차갑고 시리고 아름다울까.

산세가 우리나라보다는 크고 거칠고, 경사지가 오밀조밀 모인 우리 지형보다는 더 트였다는 느낌이 드는데 더 자연의 모습이 많은 홋카이도 시골의 얼굴은 어떨까.

식도락이나 쇼핑에는 관심이 없는 내게 도쿄 같이 번화한 곳보다는 홋카이도가 훨씬 마음에 들었다.


기회가 또 찾아온다면 홋카이도의 가을도, 겨울도 만나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