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에도 이발사가…… 있겠지?

- 세르비아 사고여행 1

by 준 원 규 수

이번 사고 여행의 첫 목적지는 ‘세르비아’다.

세르비아는 터키 북쪽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동유럽의 국가이다.

세르비아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마저 그 이름이 귀에 익은 것은 오페라 덕이리라.

롯시니의 오페라 “세르비야(세비야)의 이발사”의 배경이 되는 ‘세르비야(세비야)’는 스페인의 한 도시이다. 그 이름과 비슷한 동유럽의 세르비아.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반도에는 아직도 내전이 계속되는 곳도 있고, 코소보처럼 분쟁이 끝나지 않아 전쟁발발의 위험성이 남아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불가리아, 몰도바는 안전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우리나라 대사관이 있으므로 문제가 생길 시 도움을 요청할 기관이 있다는 안전망이 조금은(자국민 보호라는 대사관의 의무가 수행되지 않는 경우도 왕왕 있지 않은가) 더 있는 것이다.

내가 이번 여행지로 삼은 곳들은 대부분 직항 운영이 되지 않는 곳들이고, 서유럽처럼 철도나 버스로 국경을 오가는 것이 가능하기도 한 곳들이므로 마음대로 돌아다니는 일정을 짜 버렸다. 실제 여행이라면 절대 이렇지 않았겠지?


우선 공항이 자리한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로 향한다.

베오그라드는 ‘흰 도시’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변국들의 침략에 대비해 쌓은 성벽의 모습을 담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유명 관광지로 남은 ‘베오그라드 요새’를 보면 그 위용을 실감할 수 있다.

에어세르비아-베어그라드 요새.jpg 출처 - 에어세르비아

우리나라의 전쟁박물관처럼 무기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고, 장갑차나 대포로 보이는 무기들을 보면 이들의 역사가 얼마나 많은 전쟁사를 가지고 있는지 실감하게 된다. 산책을 하듯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저녁 무렵에 야경을 볼 수도 있고, 베오그라드 시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철갑의 기사들이 서 있었을 성벽을 보며 현실감을 상실한 낭만적 상상을 하게 될지도...

에어세르비아-베오그라드 야경.jpg 출처-에어세르비아 / 베오그라드 야경

그 다음에 가보게 될 곳은 성 사바 대성당. 베오그라드의 성인을 기리기 위해 지었다는 성당은 무료로 개방되며 예배 시간을 피하면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다.

성사바대성당1-반도존잘러-체크인유럽.jpg 출처-네이버카페 '체크인유럽'/반도존잘러
성사바대성당2-반도존잘러-체크인유럽.jpg 출처-네이버카페 '체크인유럽'/반도존잘러

1935년에 시작되어 1989년에 완공된 성 사바 대성당.

현대에 들어와 건축되었음에도 유럽의 고딕 양식과 로마의 성당들에서 볼 수 있었던 돔 형태의 지붕과 성화, 하지만 정교회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는, 가톨릭 건축이었다면 성상이 있을 자리를 차지한 벽화들과 스테인드글라스에 경탄하며 이질감을 느낄지도 모르겠고, 그 이질감이 세르비아정교회의 교리와 관계있음을 떠올리리라.

또한 성화들의 그림 역시 이탈리아의 화가들 화풍과 다름을 느낄 것이고 그 차이를 이해하려 온갖 미술 지식을 떠올리겠지. 그것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일 거라 생각한다.


여행객이 많지 않아 관람하기 쾌적하다는 평들이 많았는데, 24년도부터 중국 관광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세르비아라고 하니 높은 성조의 울림이 큰 중국어가 어디선가 들릴지도 모르겠다.



베오그라드에서 옛 정취가 많이 남아있다는 마을은 베오그라드 요새에서 가깝다니 요새로 가는 길에 들러야겠다.

바로 '올드 제문'

작은 마을이지만 서울의 익선동이나 효자동처럼 고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

20221206_105853.jpg 출처-네이버카페 '유랑'/릴리나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이 떠오르는 풍경에 슬몃 웃기도 하고, 좁은 골목의 옛 모습들에서 작은 감탄사들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20221206_110243.jpg 출처-네이버카페'유랑'/릴리나

그러면서 오백여 년의 오스만 자취가 보이지 않음에 실망할지도...


하지만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에 대해 알아볼 때 생각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36년의 지배에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일제강점기의 흔적이 남아있는 것과 달리 이들은 철저히 오스만의 흔적을 지우려고 노력했고, 2차 세계대전과 소련 붕괴 후 이 지역에서 이어진 전쟁들로 많은 건축물들이 폐허로 바뀌었다는 것을...

그럼에도 '크네즈 미하일로바 거리'는 196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곳이라 한다. 1870년 대의 건축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오래된 거리가 자아내는 정취가 남다르다는 곳.

로마시대부터 사람들이 모여 살았고, 오스만제국의 지배를 받을 때에는 터키식 정원과 분수, 회교사원들이 세워지고 독립 후에 대대적인 도시 정비를 거치며 세르비아 독립에 공을 세운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 왕자의 업적을 기려 그 이름을 거리에 남겼다는 곳은 걷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크네즈미하일로바-상상출판.png 출처-네이버 검색/상상출판

그러나 우리나라가 번화가일수록 옛 모습을 잃어가는 것처럼 이곳 역시 오스만의 향취는 지워지고 백여 년 전의 건물들만 존재해 그 특징을 찾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역시 관광객이 몰린다 싶으면 무조건 현대화라는 기치아래 카페가 생기고, 편의시설이 생기면서 그 장소가 가져야 할 독자적인 분위기들을 망가뜨리지 않던가. 인사동이 그렇고, 북촌이 그렇고, 창진동이 그렇듯.

그에 비하면 자기만의 색깔은 그대로 남은 건축물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거리는 나름 운치가 있다 고개를 끄덕일지도...


또 올드제문이나 베오그라드 요새에서 내려다본 붉은 지붕의 마을들을 보며,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본 붉은색이 이곳에도 있다고 생각하니 같은 동유럽이기는 하구나, 싶다. (토양과 날씨, 지형이 비슷하니 유사한 건축물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IMG_0494.JPG 프라하 성에서 내려다 본 전경

이렇게 과거 여행도 추억하며, 새로운 글자와 말소리와 도시의 풍경에 눈을 익히며 세르비아의 첫 여행에 만족해하면 좋겠다.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여행지인 니시와 악마 마을에 대한 기대감이 찰랑찰랑 채워지는 기분으로 베오그라드에서 일정을 마무리하며, 카메라에 담긴 추억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밤이 지나가길...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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