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크리스토프 아저씨 이야기

성격 그대로 사는 삶이 진짜 럭셔리다.

by 서울 지연이

지난주 우연히 건물 앞을 지나가다 알게 된 프랑스 갤러리.

마침 디렉터분이 계셔서 잠깐 담소를 나누다가 이야기 나온 같은 건물 살던 가수 아저씨 크리스토프 :)


작은 체구에 늘 파란색 작은 알 선글라스와 굽이 있는 구두 차림으로 다니셨다.

왠지 허술한 성격의 얌전한 괴짜 느낌이었다.

프랑스 사람 특유의 짜증과 신경질 버럭은 은은하게 느껴졌다.

어깨에 세탁소에서 찾아온 본인 몸집만 한 옷가지들을 척 걸치고 휘적휘적 걸어 다니신다던지

빠른 걸음으로 동네를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유명 가수와는 멀어 보였는데

꽤 유명한 가수라고 했다.


나를 비롯한 건물 사람들은 아저씨를 틀별히 아는 체하지 않고

마주칠 때마다 가벼운 인사 정도하며 지냈다. 여러 해가 지난 어느 날은 내가 무슨 생각에서인지

건물 입구에서 마주쳤을 때 문득 인사 끝에

'아저씨 가수세요?'

물었다.


아저씨가

'어어..ㅇㅇ ㅇㅇ..'

하실 때

'나도 음악 하는데 :) '


나는 반가워서 말했을 뿐인데 아저씨는 당황하며 우리가 언젠가 또 보겠지 이러면서

황급히 자리를 뜨셨다. 왜 그러실까 되짚어보니 아마 아저씨 주변엔 이런 식으로 일을 청탁하고 인맥을 쌓으려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 같다.


아저씨 저는 자력갱생에 매력을 느끼는 자신 만만한 마드모아젤인디�


괜히 억울했다.


그 후로 아저씨는 마주칠 때마다 지나치게(왠지 기저가 미안함에서 나온 ㅎㅎ) 친절하시고

자꾸 인사처럼 문을 잡아줄 때에도 왜인지 자꾸 '어 미안, 미안' 그러셨다.

나도 오해가 싫어서 그 이상 말 안 걸고 인사만 하고 다녔다.

할아버지에 가까우신 분임에도 수줍어하시는 것 같은 소년미가 있으셨던 것 같다.


어느 날 건물 앞에서 포멀 한 차림을 한 비서의 깍뜻한 의전을 받으시며 차에 오르시는 걸 보았을 땐

(역시 허술해 보이는 차림과 바이브로) 세탁소 옷걸이들을 어깨에 둘러메고 동네를 휘적 거리는 아저씨의

모습이 떠오르며


와 나도 성공해서 자꾸 지탄받는 내 어수선하고 느린 성격을 고치지 않은 채

오히려 의전 받으면서 살고 싶다!! 꿈꿨다.


자기가 가진 성격 그대로 유지하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럭셔리이고 성공이라고 처음 생각해 보았다.

아저씨의 단편적인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만 보았기 때문에 실제 성격과 특히, 일 하실 때 모르는 모습이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있겠지.


아저씨께서는 코로나로 몇 해 전 별세 하셨다.

인사만 겨우 나누던 이웃이어서

소식을 보고 조금 놀라기만 한 줄 알았다.

운전을 하고 올림픽대로를 달리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서 당황스러웠다.


오랜만에 아저씨 이야기를 나눠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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