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인지
20241026
약을 먹고 누웠다. 이쯤 되면 무수한 생각들이 당연한 듯 찾아올 때가 됐는데, 처방받은 약이 효과가 있는 건지, 그렇게 느끼고 싶은건지는 모르겠으나 물리적인 통제로 인해 생각의 절반 이상이 막힌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찾아온 안도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안심이 되는 밤이다.
6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어?.. 오늘은 좀 개운한 것 같아.’ 이러다가 약에 의존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내 안에 살고 있는 강박이와 불안이가 찾아와서 속삭인다.
‘집중해서 공부했는데, 다 까먹으면 어쩌지 ‘
‘시간낭비 하는 거면 어떡해’
‘방향성을 잘못 잡은 거면 어떡해 ‘
‘밥 먹고 나서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자,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지금 불안하구나, 빨리 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고 있구나.
조금 멀리 떨어져서 나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살펴보는 것.
교촌치킨을 시켜 먹고, 배가 부른데도 또 먹으려고 하길래 잠깐 모든 행동을 멈추고 생각했다.
배부른 느낌이 불편하고 싫어서 또 먹으려고 했구나, 살찔까 봐 불안하구나 계속 되뇌면서 요동치는 것들을 달랬다.
내가 하는 방법들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떡하지 ‘라는 생각에 빠져 살다가 ’ 그랬구나 ‘로 인지하고 알아주니까 진정되는 듯했다.
새벽에 3~4번 정도 깼다. 수면마취하고 위내시경을 받고 나왔는데 헛구역질했던 고통과 장면들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첫날 잠이 잘 들었던 건 우연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