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다 한 말
'며느리'는 시아버지뿐만 아니라 시어머니한테도 며느리다. '시부모의 며느리'도 아니고 당사자인 '아들의 아내'도 아니고 왜 '시아버지의 며느리'인가? 아들은 눈뜨고 아버지한테 마누리 뺐겼다. 전국의 시아버지는 자기 마누라는 모른 척하고 며느리랑 눈이 맞았다. 가장과 며느리 조합이라니! 시아버지에겐 시아버지의 아내를, 아들에겐 아들의 아내를! 며느리 찾지마시라!! 그리고, 꼭 누구의 아내, 며느리로 호출돼야 하나? 직업이라며? 남편이든 시아버지든 누구 한다리 걸치지 않고 결혼한 여자 오롯이 한 존재에 주목해서 호칭을 부여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아니지. 맘이 없는 거지.
주부? 이딴 말 없어도 된다. 까놓고 얘기하자. 고용주가 없다는 건 주부가 직업이 아니란 얘기다. 직업이 없다는 얘기다. 이 명백한 진실은 치워놓고 없는 말을 억지로 만들어내놓다 보니까 이런 황당한 부작용이 생기는 거다. 결혼한 남자, 결혼하지 않은 남자, 결혼하지 않은 여자 이 세 부류는 직업이 없거나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 '무직'이라고 한다. 그런데, 왜 결혼한 여자의 같은 상황은 '무직' 탈락이냐고! 단지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자동 취업 당첨을 운명으로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결혼을 했건 안 했건 여자건 남자건 같은 '무직'인 거다. 결혼한 여자와 결혼하지 않은 여자를 갈라치기 하지 말지어다.
영어든 한국어든 일본어든 없는 말을 억지로 만들어내려니까 뜻은 제대로 담지도 못 하면서 황당한 용어만 생겨난다. stay-at-home mom/mum? 그럼 결혼했는데 애 안 낳은 여자는 뭐라고 할 건가?
주부라는 말은 여자들만의 화두가 아니다. 내가 내 '아내'가 아니라 내 '아버지의 며느리'랑 사는건데 이런 말이 접수가 되는가? 말장난 같은가? 사람이 같으니까 언어 표현이야 아무래도 좋다는 쪽이라면, 부탁하옵건대 '자체발광'의 글을 클릭하지 마시라. 대한민국 결혼한 남녀라면 누구나 이 단어에 발끈 한 번씩은 필수다. 여자들만 감당해야할 단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