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발간한 첫 번째 책
"MOOJIMI"
내가 발간한 생애 첫 번째 책입니다.
MOOJIMI (무지미)는 제 고향 마을 이름입니다. 물이 쉬어 가는 곳이란 뜻입니다.
책이 처음 나와서 출판사로 부터 견본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구로동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쉬지 않고 가슴 설레였습니다. 그리고 책을 보는 순간은 감동으로 벅차 올랐습니다.
이책은 사진과 글이 미스티지 종이에 인쇄되어 있습니다.
인쇄는 잘 되어서 사진이 선명하고 잘 나왔습니다.
그런데 표지가 너무 소박하여 불만이었습니다. 그러나 어쩌게씁니까? 제가 디자인 한 것이니까요.
표지는 전문가에게 맡겨야 하겠습니다.
서두에서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포에지 아래에는 포토라는 시냇물이 흐릅니다.
포에지는 어떤 무한의 말이며,헛되고, (첼란이 말했듯이 )단 하나의 “아무것도 아닌 것의 말”입니다 이 책은 흔하게 볼 수 있는, 사진 설명이 아니고 더구나 포토 에세이도 아닙니다. 일종의 로망-포토라고나 할까요,
진실이면서 허구 (소피 칼의 말)입니다. 사진과 글은 서로 어긋나면서 불가피하게 서로 달라 붙어 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지 않으면서 말하고
말하면서 말하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부터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기 까지
들꽃 처럼
언제 피었다가 언제 지는지 모릅니다"
실려 있는 글 가운데에서 한 꼭지만 소개하겠습니다.
폐가에 들어가 낮잠을 잔다
너무 지쳤다,
무의미를 찾으러 온 산을 헤매고 다닌 탓이다
의미는 사막에서 찾고 무의미는 산에서 찾으라는 신탁 말씀을 의심하지 않고
믿었던 그는 이제 너무 지쳤다.
밤이 온 줄도 모르고 곯아 떨어지고 말았다.
도깨비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뭐야 이거 인간 아니야?"
"죽었나 봐"
일어나려고 하지만 일어나 지지 않는다. 말을 하려고 애를 써보지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팔을 뻗어 허공에 날아 다니는 바람을 잡으려 해보지만 팔이 뻗어 지지 않는다. 그는 죽었다. 살아 있음에도 그는 죽었다.
그는 죽었음에도 죽을 장소마져 빼앗기고 말았다. 도깨비들이 방을 차지하고 춤을 춘다. 노래를 부른다. 노래 말은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다. 발음은 허공을 가르고 아무것도 없는 하늘을 나른다. 코맹맹이 소리인지 웅얼거리는 벌들의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도깨비는 방바닥을 구르고, 말소리는 천장을 구른다. 느리고 느려서 느림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춤 사위.
존재가 거부되는 이 집을 지켜보는 밤 하늘은 텅 비었다
닭의 울음 소리를 기다린다
"언제 오시렵니까?"
"지금 당장 가리다"
지금은 언제인가, 어제도 지금이고,내일도 지금이다. 지금도 지금이다. 어둠 속에서, 절망이 스멀스멀 기어가는 이 방안에서, 지금을 기다린다. 그러나 새벽은 언제나 연기될 뿐. 닭은 이 집에 없다.
마침내 그는 일어선다. 이제는 도깨비로 일어선다. 육신은 방바닥에 그대로 누워있는 채, 허상이 일어나고 말았다.
도깨비들과 도깨비들의 웅얼거림 가운데에서
그는 또 하나의 도깨비가 되어 방망이를 들었다
해보니 세상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맨 뒤의 표지에는 이렇게 마무리 하였습니다.
"무의식이 옷을 걸치고 바깥으로 나가면
뒤따라 생각이 옷을 차려 입고 외출을 하네
나 홀로 들판에 서면
들판은 뒤집어 지고
하늘은 내려와 강물이 된다
바람아 불어라
말로서 그리는 그림이 시라면
살아감이 곧 시가 아니겠는가"
이 책은 무료로 나누어 드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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