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대기업에 입사하다
지긋지긋하게 반복되던 자기소개도 이제 안녕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대기업에 입사했다.
입사 축하 꽃과 선물들이 도착했고, 친구들과 가족들은 함께 기뻐하며 축하해주었다.
첫 출근 날, 요즘 신입사원들을 잘 뽑지 않는다며 나와 동기들에게 ‘소중한 신입’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오래오래 다니길 바라며 재밌게 일을 했으면 한다는 인사팀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나 또한 이 회사에서 정년까지 회사와 함께 성장하는 인재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회사에 잘 적응하길 바란다며 동기들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과, 회사에 익숙해질 수 있는 게임들을 통해 교육이 진행되었다. 수련회 같으면서도, 시험이나 학원 숙제가 없는 학생 같았다. 이제 “뭐하고 먹고 살아야하나” 와 같은 걱정은 없어진 것이다. 우리는 하나의 조직 안에 속하게 되어, 어딘가에 belong하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로도 큰 안정감을 느꼈다. 또한 그만큼 취업준비생 시절이 불안하고 두려웠다는 뜻이기도 했다. ‘합격’과 ‘불합격’이라는 글자가 내 인생을 좌우할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니까. 이제 그런 무서운 글자들은 보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이 나를 감쌌다.
회사의 연혁, 인재상, Vision 들을 배우며 쓸데없겠지만 참 행복하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기업 정규직으로 입사하기 위해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몇 개이고, 면접은 몇 번인가. 자서전을 집필해도 될 정도이다. 이제 그것도 끝이다! 해방이다! 그 사실 자체로도 행복했다.
교육 중 팀이 정해지고, 현업 배치를 받았다. 어떤 팀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니 이름으로 유추해볼 뿐이다. 왜인지 느낌이 좋다.
교육이 끝나고, 현업 팀을 찾아 사무실로 출근했다.
두근두근. 잘 보이고 싶다. 잘 해내고 싶다. 에이스가 되어 이 회사를 이끌어나가는 인재가 되어야지. 성과제도, 근무지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열심히 메모했다. 나는 꼭 성공하고 말겠어.
팀장님을 처음으로 만나 인사를 드렸다. 인사는 받아주시나 그의 눈은 핸드폰을 주시하고 있었다. 어라? 나를 별로 좋아하시지 않으시나? 나를 팀에 데려가고 싶지 않으셨나? 물음표가 달린 문장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무서웠다. 내 성공할 인생이, 행복할 직장생활이.. 많은 사람들에게 환영해주는 것부터가 시작 아니었는가. 환대받고, 가이드 받으며 놀라운 속도로 성장해나가는 신입이 될 나의 꿈에 조금 스크래치가 났다.
자리를 찾아 앉았는데, 팀원들이 없었다.
어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