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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푸딩 Sep 25. 2024

“제가 왜요?” 리더가 신입에게 물었다.

Ep2. 괴롭힘이 아닌 괴로움

“저, 일하고 싶어요.”


팀원들은 일이 바빠 자리에 없을 때가 많았고, 혼자 팀의 자리를 지키게 되었다. 3개의 회사 경력이 있던 나는, 메뉴얼 익히기, 메일 설정 등 업무 준비를 시작했다. 일주일 후 사무실 지킴이는 현업을 뛸 준비가 되어있었다. 나빼고 모두가 바쁜 사무실에서는, 내 스스로 나의 가치를 증명해내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인원이 부족했던 팀은, 맡을 사람이 없어 1개의 카테고리로 묶일 수 있는 업무를 낱낱이 흩뿌려놓았었다. 그리고 그 업무는 신입의 몫이 되었다.

마치 드래곤볼 모으듯 형체가 없던 일들을 가이드 없이 모으고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쉬운 일이 어디있겠는가. 어려운 일은 나를 더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었다.


“제가 왜요?“

신입이라 많이 부족해 배움을 주십사 양해를 구했을 때 리더에게 들은 말이다.


일을 맡은 지 한 달차, “뭐하는지 모르겠어요.”

메일로 오늘은 어떤 일을 했는지 리스트업해서 보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혼자서도 매일 했던 일과 To do list를 정리하는 것이 습관이라, 보내기만 하면 돼 어렵지 않았다. 모든 메일에 리더를 참조걸기 시작했다.


두 달차, ”담당인데 왜 모르세요? 왜 일을 안하세요.”

드래곤볼을 모으며 업무를 파악하고 있던 나는 날벼락을 맞았다. 갑작스런 윗선의 개입으로 일이 떨어진 것이다. 일을 알게 된 지 이제 만 1개월이 지난 시점에 나는 업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제가 알기로는 ~인데, 혹시 다시 한 번 확인해보고 말씀드려도 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확인해보겠습니다.” 나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지만, 기대를 채우기에 나의 능력은 출중하지 못했다. 2시간 동안 남아 혼나고, 다시 혼자 찾아야 했다.


세 달차, “질문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부서와 롤링하며 A, B, C안을 만들었는데 제 생각에는 ~한 이유로 B가 좋을 것 같습니다. 리더님께서도 의견을 주실 수 있으실까요?“ 라는 질문에는, ”결정은 결정권자가 하는 거에요. 이미 결정해서 가져오시면 안돼요.“ 라는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이후 나의 짧은 생각으로 고쳐진 질문은, “~한 상황이 있는데, 혹시 리더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요?” 였다. 이에 대한 답변은 “3개의 안 정도는 가져와서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설득해야지, 질문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였다. 혼란이 오기 시작했다. 내가 상황을 구분하지 못하는 로봇인건가? 더 노력해야지.


네 달차, 대혼란과 감정의 씨앗

아무래도 3개월 간의 사건으로 상사에게 밉보인 모양이다. 오전 10시에 받은 일을 당일까지 끝내야했고, 끝내지 못하면 일을 하지 않는다는 명목으로 혼났다. 팀원 모두가 몰라 알아내어 가르쳐주면 좋겠다던 일은, 최대한 알아보고 8명에게 직접 찾아가 파악해 설명해드렸더니 “왜 나한테는 안물어봤어요?” 라는 질문이 돌아왔다. “엇, 혹시 아시는 부분이 있으실까요?” 여쭈니, “모르는데요.” 라는 답을 받았다. 화가 났지만, 나의 소통 문제인 것 같아 사과드리고 다시 노력했다.


다섯 달차, “내 이럴 줄 알았다~”

발표 준비를 하던 차에 여러 가지 시스템을 다 파악하고 있지 못했던 나에게 리더는 시스템을 이용해 업로드한 파일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라고 요청했다. 시스템을 몰라 찾아보다, 주변 사람에게 물어보니 리더가 ”빨리빨리 좀 하지, 내 이러고 있을 줄 알았다~” 라며 무시와 짜증의 감정을 내비췄다. 재촉하면 할 수록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고, 어리버리하게 되어 욕을 먹게 되었다.


이 외에도, 사소하지만 정말 다양한 일들이 있었다.

몇몇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의 뒷얘기를 하며 추측했고, 모두가 하는 일을 똑같이 했을 때도 신입은 그러면 안된다며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냐 물었다.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사람의 짜증과 화냄은 모두 나의 몫이 되었다. 매일매일이 지옥이었고, 잘보이고 싶은 마음은 서서히 지워져갔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

1년에 5번도 울까말까한 나는 이 회사에 들어와 정말 많이 울었다. 난 스스로가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다양한 일들은 날 감정적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내가 노력하면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적극적으로, 예의바르게, 바짝 눈치보며 이쁨받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끝은 늘 욕과 내려치기였다.

나의 고칠 점을 찾던 나는 더 이상 나를 변호하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이상적인 회사 생활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났다.


우리는 세대 차이로 인해 이렇게 멀어졌을까? 누구의 잘못일까?

하지만 각자의 인생, 환경이 너무나 달랐을 개인이 같은 조직에 왔다는 것은 함께 같은 곳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왜 같은 곳을 향해 가지 못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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