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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고픈 그들의 이야기_한서혜 01

1박 2일의 얼짱 발레리나 수식어를 뛰어넘은 보스턴 발레단 수석무용수



제2부 / 우리가 사랑하고픈 그들의 이야기



필자는 고양이를 키운다. 고양이는 독특한 특징과 매력을 지니고 있다. 요즘에 반려묘의 주인을 ‘집사’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그것은 고양이에게 종속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기보다 자발적으로 집사 노릇을 하겠다는 의지가 클 것이다. 다가가기 전에는 왠지 어렵고 까칠할 것 같지만 어느 순간 내 옆에 와서 조용히 나를 바라보고 내가 뭔가 혼자서도 잘하고 있는 것 같으면 소리 없이 자리를 떠날 줄도 알지만, 가끔은 시크하게 장난을 걸 줄도 아는 센스 백만 점의 친구. 뜬금없이 고양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만나보기 전에는 예쁜 얼굴에 도도할 것 같아서 인터뷰나 제대로 될까 약간 걱정을 했지만, 막상 인터뷰를 시작하자 그녀의 경쾌한 매력에 빠져서 나도 모르게 약속한 시간을 훌쩍 넘기고 계속 수다 삼매경에 빠지고 말았다는 뒷이야기를 먼저 털어놓고 싶다. 아비시니안의 유려한 보디라인과 러시안 블루의 예쁜 눈매를 닮은 발레리나. 오늘은 ‘사랑하고픈’이 아닌 만나면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발레리나 한서혜를 만나보자.




4. 한서혜 발레리나 (미국 보스턴 발레단, Boston Ballet)_01

1박 2일의 얼짱 발레리나 수식어를 훌쩍 뛰어넘은 보스턴 발레단 수석무용수



2010년 국내 유명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 시청자투어에서 여러 팀이 나와서 한참 동안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그 팀을 전부 기억하지는 못해도 많은 사람들이 유니버설 발레단이 나왔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나도 발레를 접하기 전인 2010년도 일이라서 발레에 관해서 하나도 몰라도 그저 단원들이 나와서 멋진 춤을 보이고, 점프하고, 돌고, 리프팅하고 등등 뭔가 화려함이 가득했던 기억이 난다. 신기한 인연이 그중에 MC인 강호동에게 재간둥이라고 칭찬을 받았던 사람이 현재 나와 함께 사진 작업을 하고 있는 김경식 발레리노이고, 얼짱 발레리나라는 호칭이 붙은 사람이 바로 한서혜 발레리나다. 당시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정말 예쁜 여성이 훌륭하게 춤을 추는 게 마냥 신기해 보였다. 그녀의 현재 근황이 궁금하지 않은가? 유니버설 발레단에 있다가 미국 보스턴 발레단에 입단하게 된 그녀… 그리고 4년 만에 수석 무용수(Principal Dancer)에 오른 한서혜. 그녀가 겪었던 솔직한 이야기와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좋은 친구처럼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예쁜 외모 때문에 오히려 다른 길로 갈 수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자리를 지켜준 그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윤여사 (이하 윤) : 반갑습니다.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국에 있는 팬들과 발레를 아는 사람은 잘 알겠지만, 아직 발레를 잘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서혜씨 자기소개를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한서혜 (이하 한) :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보스턴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활동하고 있는 한서혜 이고요. 온지는 이제 벌써 4년이 됐네요. 그 전에는 한국에서 유니버설 발레단의 솔리스트로 활동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심경의 변화로 도전을 하면서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윤 : 서혜씨를 검색하면 항상 예쁘고 실력 있는 발레리나라고 나와요. 좀 더 솔직하게 표현하자면 얼짱 발레리나라고 대놓고 나오기도 하고요. 제가 서혜씨 인스타와 보스턴 발레단 SNS를 팔로우하다 보면 서혜씨 인터뷰나 연습 동영상을 볼 수 있는데 저는 서혜씨에 대한 첫인상이 “와… 예쁘다”와 인터뷰를 보고 “와… 이 친구 정말 똘똘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영어 인터뷰한 것을 봤었어요.

한 : 아… 어떤 거였죠?

윤 : 수석 되고 나서 서혜씨에 관한 이야기를 묻는 거였어요. 여기 온지는 몇 년 되었고, 난 어떤 무용수다 뭐 이런 거요. 그런데 영어 실력도 상당하지만, 말투에서 배어 나오는 것이 참 야무지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 : 하하하 감사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NWobcXO1rQ&feature=youtu.be

 보스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 승급 후 발레단에서 공식적으로 올린 인터뷰. 조곤조곤 말하는 말투조차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다. (영상제공 / 보스턴 발레단, 한서혜)



윤 : 갑자기 궁금해지는데요. 서혜씨 형제관계 어떻게 되세요?

한 : 남매예요. 제가 첫째고 두 살 어린 남동생 하나 있어요.

윤 : 그렇군요. 서혜씨 인터뷰하기 전에 검색으로 좀 찾아봤어요. 이곳에서 워낙 엘리트 코스를 밟고 활동하시다가 보스턴 발레단에 입단한 것도 나오지만, 서혜씨를 일반인에게 가장 많이 알린 경로가 공교롭게 몇 년 전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얼짱 발레리나로 유명세를 치렀죠. 저도 당시 발레를 잘 몰랐던 때라서 그 프로그램을 보고 이름을 다 외우지는 못했지만 그때 예쁜 발레리나라고 계속 소개가 됐던 분이 바로 서혜씨였더라고요. 이후로도 연예계 러브콜도 받았다고 들었는데 어땠나요? 발레 하다가 연예계로 전향을 생각하거나 마음이 흔들린 적은 없었는지?

한 : 혹했었던 적이 있어요. 발레를 너무 어릴 때부터 해서… 그런 거 있잖아요. 한 분야만 계속해서 하다 보면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전문적인 수준에 도달하지만, 반면 지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잖아요. 또 한편으로는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사는 게 아닐까 불안감이 들기도 하면서 좀 다른 일을 하고 싶기도 할 때 하필 그 방송을 타게 된 거죠. 그래서 그때는 ‘아… 나도 발레가 그만두고 다른 일을 해도 사람들에게서 관심을 받을 수 있고, 어느 정도 할 수 있겠다’라는 착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예계 진출하겠다고 부모님께 떼도 써보고…

윤 : 그게 한 20대 초반, 중반 정도의 나이였나요?

한 : 네, 스물두 살 때였어요.

윤 : 아… 그러면 흔들리고 그럴만했겠네요. 다른 분야 호기심도 생길만하고요.

한 : 딱 그 시기와 맞물렸어요. 조금 지치고 다른 것을 생각할 시기였기 때문에…

윤 : 만약 연예계로 나갔다면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서혜씨를 볼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저는 서혜씨가 다시 발레로 집중을 하고 원래 있던 자리를 지켜줬다는 게 발레 팬으로서 참 감사하네요.

한 : 제가 오히려 감사해요. 일시적인 방황에서 착각하지 않고 제가 해오고 믿어왔던 길을 지켰던 게 지금에서 보면 잘한 일 같아요.

윤 : 그 일을 부모님이 말려서 안 가신 거예요, 아님 그냥 아니… 그래도 원래 하던 발레를 하는 게 낫겠어…라고 생각하신 건가요?

한 : 그때 아버지가 말씀하신 게 “서혜야, 네가 이 길을 10년 정도 걸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너보다 더 어린아이들이 10년 넘게 그곳에서 그 일만을 해왔을 텐데 네가 그 아이들을 이길 수 있겠니? 만약 그렇다고 생각한다면 네가 건방지게 어떤 분야든지 너무 쉽게 생각한 거다”라고 하셨어요. 그런데 그 말이 맞는 말 같더라고요. 그리고 저희 아버지가 굉장히 객관적이고 냉정한 편이세요. 그러면서 “네가 김태희만큼 예뻤다면 아빠는 오케이를 했을 거다.”라고 하시는데 세상에서 딸을 가장 예뻐하는 아버지의 말씀인데 그 얘기 듣고 마음을 딱 접었어요. 하하하

윤 : 아버지가 초강수를 두셨군요. 하하하. 그런데 서혜씨 아버님이 처음에 든 비유는 참 적절하고 논리적이셨던 것 같아요. 맞아요. 10년이라는 시간의 노력은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죠. 




어릴 때 시작했던 발레… 어느 순간 와보니 발레리나가 되어 있었다.
마냥 이상적인 스토리가 아니다. 그녀의 끝없는 노력을 간과하지 말자.

윤 : 서혜씨 어머니가 발레 하셨다고 들었어요.

한 : 네 아직도 어머니가 발레 선생님으로 현직에 계세요. 

윤 : 그러면 자연스럽게 발레를 시작했겠네요.

한 : 네, 아무래도 어릴 때부터 발레를 많이 접하고 컸어요.

윤 : 어머니 입장에서는 서혜씨 어릴 때부터 '아… 이 아이는 발레를 시켜야겠구나?'라고 생각하셨겠네요.

한 : 발레는 태어날 때 체형이나 골격이 참 중요하죠. 그런데 이것도 성장을 하면서 변하더라고요. 저는 발레 하기에 아주 적합한 체형은 아니에요. 어머니는 저에게 발레를 시켰던 이유가 체형 교정을 위해서였고, 시간이 지나면서 저 스스로도 제가 해본 것 중에 유일하게 계속 집중을 하며 재미를 느꼈던 게 발레였던 것 같아요. 발레를 하셨던 엄마로서는 발레를 하면 몸이 예뻐진다는 것을 아니까 시켰던 거고 딸이 집중하며 재밌어하니까 놔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발레를 계속하게 된 거죠. 어머니는 원래 발레를 전공시킬 생각은 없으셨대요.

윤 : 발레를 할 생각은 없었는데 하다 보니 재밌고, 집중을 해서 어느 날 보니 발레리나가 되어있더라. 후후 이건 너무 모범 답안 같아요.

한 : 사실 저는 제 스스로도 수석무용수가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윤 : 서혜씨 이곳 유니버설 발레단 솔리스트까지 하고, 20대 무용수로는 1년이라는 시간이 참 소중할 수 있는데 편한 길 놔두고 보스턴 발레단에 입단할 때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신 거잖아요.

한 : 네… 음… 솔직히 얘기하면 아예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 거예요.

윤 : 결단이 멋지네요. 그래도 보스턴 가고 나서 생활이 어땠나요? 워낙 유명한 발레단이기도 하고요.

한 : 처음엔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우선 언어적인 부분은 외국 생활을 하면 누구나 겪는 첫 번째 어려움이고요. 혼자 사는 게 처음이었는데 하필 그게 한국이 아닌 미국이었고, 그리고 막상 와보니 생각보다 발레단이 훨씬 더 거대한 거예요. 보스턴 발레단이 이름은 유명하지만 한국에 공연을 오는 발레단이 아니고, 내한공연도 딱 한번 했었대요. 그렇다 보니 제가 너무 알고 있는 상식도 없고, 우리 발레단 오라는 제의를 받으니까 무작정 간 건데 오고 나서 보니 더 잘하는 발레단이더라고요.

윤 : 가서 보니까 말 그대로 만만치 않은 데를 가신 거네요.

한 : 네, 내가 정말 대단한 곳에 온 게 맞구나 싶었어요. 하하 말하고 보니 우리 발레단 자랑 같은데요.

윤 : 아니, 여기 인터뷰에서는 자기가 속한 발레단 자랑 많이 하는 게 특징이에요.

(Dancer / Seo Hye Han & Irian Sivia , Photo / ⓒBoston Ballet)


(모델 / 한서혜, 사진제공 / 한서혜)


윤 : 서혜씨 얘기 듣고 보니 그동안 해왔던 개인적인 생각인데 우리나라는 참 유명한 해외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적은 것 같아요. 저도 발레를 알게 된 지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이 점은 참 아쉽더라고요. 아직 발레 문화 인프라가 형성이 안되기도 하고 비용적인 부분도 크게 좌우하겠지만, 우리나라도 유명 발레단의 내한공연이 좀 더 있었으면 해요. 

한 : 맞아요. 그동안은 발레 팬들의 층도 좀 얕았지만 이젠 많이 생기기도 했고요. 아마 가장 큰 부분은 비용적인 면일 거예요. 

윤 : 이렇게 해외에서 활동하는 발레리나, 발레리노들 인터뷰하다 보면 그들이 그들의 동료들과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되거든요. 언젠가는 보스턴 발레단이 다시 내한할 날을 기대해봅니다. 사실 요즘에는 SNS, 유튜브가 워낙 발달되어 있어서 궁금하면 찾아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과는 좀 다르죠. 

한 : 맞아요. 직접 관람을 할 때 느끼는 또 다른 감동이 있죠. 저도 지영씨 말씀처럼 보스턴 발레단도 한국에서 공연을 꼭 했으면 좋겠네요.



2016년 여름 e발레샵 화보 촬영 중인 김경식, 한서혜 (사진 / 이영도, 사진제공 / e발레샵)

윤 : 2016년 여름휴가 때 서혜씨 한국 와서 사진 작업한 것을 먼저 보고 그랬어요. 경식씨, 윤식씨와 같이 일하는 동료로서 서혜씨 사진 보고 제가 다 설레고 좋더라고요.

한 : 경식 오빠(現 국립발레단 드미 솔리스트 겸 사진작가)는 제가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사람이고, 좋아하는 선배고, 좋아하는 사진작가예요. 저도 함께 작업해서 즐겁게 일할 수 있었어요.

윤 : 경식씨나 윤식씨의 완성본을 봐도 유별나게 후보정하지 않고 원본 그대로의 느낌을 잘 살리는데, 역시 발레리나는 다르더라고요. 원본만 봐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번에 출간된 제 책(어쩌다 마주친 발레)에는 서혜씨와 함께 작업한 사진을 넣지 못했지만, 다음에 두 번째 출간을 한다면 꼭 서혜씨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요.

한 : 저도 발레가 좀 더 알려지기 위해서는 이런 작업도 필요하고, 이건 대중에게나 무용수 자신에게나 참 좋은 기회인 것 같아요. 이런 기획 참 좋아요. 





그녀가 겪어오고 들려주는 보스턴 발레단의 많은 이야기.
유쾌하게 이야기해줬지만 그간의 노력이 느껴져서 조금 숙연해지기도 했다.


윤 : 수석 승급이 2016년이었죠?

한 : 저희 마지막 시즌이 올해(2016년) 5월이었거든요. 시즌 끝날 때 승급이 되고, 8월에 시즌이 시작되었으니 2016년 8월부터 수석무용수로서 활동을 시작한 거죠.

윤 : 어땠어요? 좀 드라마틱하게 발표를 하던가요, 아님 불러서 ‘너는 이제부터 수석이야!’라고 했나요?

한 : 저는 좀 드라마틱하게 발표를 해주셨어요. 제가 백조의 호수 주인공을 맡아서 했는데 주역 맡은 날 공연 끝나고 단장님이 무대에서 “넌 다음부터는 수석무용수야!”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윤 : 외국 발레단이 좀 드라마틱한 상황을 선호하는 것 같아요.

한 : 한국 발레단도 비슷한 부분이 있어요. 드라마를 좋아하죠.

윤 : 하긴 드라마가 있어야 감동도 공존하죠. 


윤 : 보스턴 발레단에 현재 한국 무용수가 세 명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서혜씨, 채지영씨, 이소정씨…

한 : 네 맞아요. 

윤 : 아까 보스턴 발레단의 규모가 크다고 했는데 인원은 어느 정도 되나요?

한 : 무용수만 70명이 좀 넘고요. 트레이니_trainee라고 해서 학교와 발레단 중간에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이 친구들은 발레단에 들어가기 위해서 준비하는 아이들인데, 모두 발레단에 입단하지는 않고요. 일부는 보스턴 발레단에 입단을 하고, 다른 발레단으로 가기도 하고요. 그런 아이들까지 합치면 규모가 꽤 커요.

윤 : 흔한 비유로 대형 소속사의 가수 연습생과 비슷한 개념 아닐까요?

한 : 그렇죠. 연습생인 셈이죠.

현재 보스턴 발레단에서 활동중인 한국인 발레리나 좌로부터 채지영, 이소정, 한서혜 (사진제공 / 한서혜)


아주 어릴적부터 함께 발레를 한 후배 채지영 발레리나. 지금은 마치 친자매처럼 지낸다고 한다 (사진제공 / 한서혜)


윤 : 보통 공연을 1년에 한 몇 회 정도 하나요?

한 : 전체 공연의 횟수를 기억하지는 못하겠어요. 그런데 대표적인 게 저희가 호두까기 인형 공연만 43회를 하거든요.

윤 : 아하하하… 참 많이도 하네요. 43회요??? 하하하

한 : 후후 네… 43회. 11월 25일부터 시작해서 12월 31일까지 공연을 하는데 43회를 합니다.

윤 : 우와… 겨울 내내 호두 까도 되겠네요.

한 : 어휴… 그래서 음악만 들어도…

윤 : 음악만 들으면 몸에서 자동으로 막 나오는 거 아니에요?

한 : 호두까기 인형에서 안 해 본 역할이 없는 것 같아요. ㅎㅎ

윤 : 하하 그럼 호두까기를 보스턴에서만 하나요? 아님 미국 국내 다른 곳에서도 공연을 하나요?

한 : 보스턴 안에서만 해요.

윤 : 헉… 대박이네요. 그런데 43회씩이나 하는 거예요? 보스턴에서만?

한 : 네. 그런데 그때 수입이 엄청나요. 

윤 : 하긴 수익성이 있으니 그 공연을 그렇게 할 수 있겠죠. 그리고 호두까기는 겨울 발레 공연의 꽃이잖아요. 무용수들 입장에서는 음악만 나와도 허걱… 할지 몰라도, 발레 팬 입장에서는 매해 봐도 재미있는 공연이죠. 너무 사랑스럽고요. 그런데 서혜씨 그거 아세요? 저는 아이러닉 하게 발레에 입문하기 전에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어요.

한 : (정말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으로) 네… 아니… 왜요?

윤 : 이게 제 책에도 나오는 내용인데 호두까기 인형이 너무 흔하고 익숙하다고 생각을 해서 실제로 전막 공연을 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공연을 봤다고 착각을 해요. 저도 분명 아는 공연인데 예전에 안 봤는데 제가 그 내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음악부터 모든 아이템이 익숙하잖아요.

한 : 하하하 그럴 수도 있겠어요.

윤 : 심지어는 임신 태교 음악으로 나오는 게 모차르트 소나타와 호두까기 인형의 인도춤, 러시아춤, 설탕요정 등등… 그래서 하도 익숙하다 보니 마치 제 자신이 봤다고 생각했죠. 제가 책에서도 봤다고 착각 말고, 제발 직접 가서 보라고 썼어요. 그랬더니 그 부분을 읽고 많은 독자가 크게 공감을 했던 부분 중에 하나예요. 사실 한국은 아직 발레 공연을 직접 보는 팬덤이 매우 얕아요. 그래서 공연장에 가면 관객들끼리 서로 알아봐요.

한 : 하하하 맞아요. 그리고 공연장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이 발레 전공생이나 관계자들인 경우가 많고요.

윤 : 보스턴 발레단이 호두까기 단일 공연으로 43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대중적으로 상업적, 수익성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예요. 그만큼 발레가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예술이라는 증거이기도 하고요.

한 : 더 신기한 것은 매 회 공연의 관객이 가득 찬다는 거예요. 이 많은 사람이 어디서 이 공연을 보러 이렇게들 오나 싶어요.


윤 : 발레단의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내용은 어떻게 되나요? 모던과 클래식의 비율이라든지

한 : 보스턴 발레단이 참 대단한 발레단이라는 생각이 드는 게 클래식 발레를 많이 하는 만큼 모던 발레도 많이 해요. 모던 발레도 컨템퍼러리가 있고, 네오 클래식으로 나뉘는 데, 이 모든 것들은 한 시즌 안에 전부 다 해요. 저희가 10월에 하반기 시즌 개막 공연이 <해적>이었고, 그다음이 <호두까기 인형>, 그리고 2월에 윌리엄 포사이드(William Forsythe)의 <Artifact>라는 작품을 하는데 이게 총 작품 길이가 1시간 30분 정도예요. 이거는 모던 발레이고, 3월엔 총 3-4가지 작품을 믹스해서 한 공연 <Kylián/Wings of Wax>으로 올려요. 그 안에 많은 현대 작품이 들어가 있고요. 그렇게 2월에서 4월까지는 모던 발레 위주로 가다가, 5월 시즌 마지막 공연은 다시 클래식 발레로 마무리를 해요. <잠자는 숲 속의 미녀_The Sleeping Beauty>를 합니다.

윤 : 이렇게 클래식에서 모던이든지 네오 클래식이든지 장르를 넘나드는 것이 무용수로서는 좋지 않나요?

한 : 무용수의 신체적 리듬으로만 따진다면 솔직히 힘들어요. 발레 하면 무용수는 몸이 쑤시고 아프잖아요. 그래서 그런 통증은 익숙한 편이에요. 그런데 현대 발레를 하게 되면 쓰는 근육이 달라서 오히려 엉뚱한 곳이 아프곤 해요.

윤 : 그렇겠네요. 원래 운동하다 안 쓰던 근육이 아프면 운동으로 다시 풀라고 하잖아요.

한 : 네… 맞아요. 그런데 이건 이쪽저쪽 돌아가면서 아프니 몸의 어떤 부분도 풀릴 틈이 없다고 해야 하나… 좀 그래요. 



발레리나가 적게 먹는다는 편견은 버려주세요~ :)
다양한 이야기를 아주 솔직하게 풀어냈던 발레리나


윤 : 체력관리도 만만치 않을 것 같아요. 서혜씨 잘 드시죠?

한 : 네.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어야 해요. 하하 그리고 저는 정말 잘 먹어요.

윤 : 저는 발레리나들이 잘 먹는다고 하면 일반인들은 안 믿는데 저는 믿어요. 운동량을 보면 진짜 안 먹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물론 살이 찌면 좀 곤란하니까 막 찌지 않도록 유지하기는 해도요.

한 : 사실 제가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에요.

윤 : 에이… 아닌 것 같은데…

한 : 저는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하고, 뭐든 잘 먹고, 또 맛있게 먹고 그런 스타일이에요. 제가 연습이 많고, 공연이 많을 때는 체력 소모가 많으니 원래 먹던 대로 먹어도 살이 빠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쉴 때 원래 먹던 대로 먹으면 살이 엄청 찌는데, 참 신기한 게 제가 2017년도가 되면 서른이거든요. 그런데 작년부터는 그렇게 먹어도 덜 찌더라고요.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예전만큼 팍팍 찌지는 않는 것 같아요.

윤 : ㅎㅎㅎ 아니 그게 아니고, 서른 살이면 솔직히 나잇살을 논할 나이는 아닌 것 같아요. 그건 몸이 그만큼 단련이 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한 : 아… 저도 그렇게 믿고 싶어요.

윤 : 그리고 나잇살은 그렇게 체중이 줄지 않아요. 가만히 있어도 오히려 체중이 슬금슬금 올라가죠. 그런데 서혜씨는 워낙 오랫동안 발레로 인해서 몸이 단련되어 있으니까 몸이 알 거예요. 쉬는 동안 많이 먹어도 ‘ 아… 이 사람은 이때 이렇게 먹는다고 지방으로 축적하지 말고 좀 기다리자. 어차피 조금 있으면 엄청 움직일 테니…’할걸요? 사실 저도 워낙 많이 먹는 스타일이라서, 잘 먹는 것에 대해서 찬성하는 쪽이에요.

한 : 저도 정말 잘 먹는 거에서는 뒤지지 않는데…

윤 : 우리 먹는 얘기 나오니까 너무 즐거워한다. 그렇죠? 하하하. 서혜씨의 체력관리는 잘 먹는다! 이외에… 다른 운동 같은 것은 어떻게 하나요?

한 : 제 체력관리의 방법 중 하나는 잠을 많이 자요. 잠을 자면서 피로 회복을 하기도 하고요. 한때 빠졌던 운동이 크로스 핏이에요. 그런데 크로스 핏이 좀 격한 운동이잖아요.

윤 : 그렇죠. 땀 쫙 흘리고…

한 : 운동 자체는 재미있었는데 근육이 너무 많이 생기더라고요. 좀 두껍게 근육이 붙는 것 같아서 제가 발레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윤 : 하긴 발레 할 때는 보이는 근육 모양 같은 것도 중요하니까요.

한 : 네… 보이는 면이 많기 때문에 몸 전체 라인도 신경 써야 하죠. 그래서 지금은 특별히 다른 운동은 하지 않고, 잘 먹고 잘 쉬고… 그렇게 체력관리를 해요.

윤 : 좋아하는 음식 장르는요?

한 : 한식이요. 많이 해 먹어요. 여기 와서 어쩔 수 없이 하다 보니 요리하는 것 많이 늘었어요.

윤 : 서혜씨한테도 좋은 점이고요. 잘 챙겨 드세요.


2017년 e발레샵 캘린더 화보 (모델 / 한서혜, 사진 / 김경식, 사진제공 / e발레샵) kyung6ⓒ 2016



한서혜_02 에서 계속...




취미발레윤여사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yoonballet_writer/

발레리나 한서혜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eohyehan/



*글 : 취미발레 윤여사

*사진 및 영상 : 형제발레리노 (김경식/사진,영상, 김윤식/사진)

*첨부된 사진 및 영상의 저작권 및 사용권은 형제발레리노에게 있으므로 무단복제나 사용을 금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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