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안녕 다음 시간에 또 만나." 안전교육이 끝나고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아이 한 명이 일어나서 나를 보며 미소 지으며 가까이 오더니 어깨를 슬쩍 내 몸에 붙이며 안긴다. 앉아 있던 다른 아이들도 서로 눈치를 보며 일어나더니 한꺼번에 안겼다. "선생님 좋아요."라고 이구동성으로 외치며.
오늘 교육주제는 성폭력예방 교육이었고 주요 내용 중 하나가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 허락을 구하는 것이다. 친한 친구라도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할 때 '손잡아도 돼?' '어깨동무해도 돼?'하고 허락을 구해야 하고, 친구가 나에게 물었을 때도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어, 불편해'하고 말할 수 있도록 이야기 나누고 말로 표현하며 연습했다.
그런데 교육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들은 나에게 와서 안겼다. 순간 아이들을 안아도 되는지, 다른 사람과 접촉할 때는 허락을 구해야 한다고 알려준 것을 잊었냐고 말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었지만 이미 아이들에게 안겨진 상황이었다.
언제든 아이들을 두 팔 벌려 안아줄 준비가 되어있으니 상관없지만 오늘 교육목표의 일정 부분은 달성하지 못한 게 확실하다. 아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나에게 안길 걸까? 오늘 안전에 대해서 알려준 것이 고마워서? 수업 내용이 재미있어서? 헤어짐이 아쉬워서?
어떤 사람이 나를 이렇게 온마음을 다해 안아줄 수 있을까? 두 팔을 뻗어 힘을 다해 안으며 내뿜는 콧김과 아이들에게서 풍기는 료션향은 언제 느껴도 충만하다. 분명한 건 유아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좋으면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돌진하는 아이들의 행동은 그 시기에만 가능한 일이다.
강사로 일하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보다 아이들 대상 교육이 교육 준비나 진행면에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진행 시에도 성인대상 교육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임팩트 있게 심어주는데 초점을 맞추면 된다. 그러나 유아들 대상으로 하는 교육은 연령별 발달 편차가 크기 때문에 각 연령의 발달 수준, 집중시간을 고려해서 계획해야 하고 진행 시에도 아이들 수준에 맞는 발문과 아이들의 반응에 따른 융통성 있고 순발력 있는 전개가 필요하다.
교육이 끝나면 목소리가 갈라지고 체력소모가 크지만 아이들에게서 받은 에너지로 회복도 빠르다. 왜 아이들 앞에 서는 일을 계속하냐고 묻는다면 아이들로부터 선생님이라고 불려질 때, 아이들과 소통할 때, 어떤 다른 일을 할 때 보다 온전히 내가 되는 느낌이 든다. 내가 마땅히 서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처럼 자신 있고 편안하다. 오늘도 아이들이 뿜어내는 기운으로 다시 완충되었다. 일을 하러 갔는데, 조건 없는 사랑을, 에너지를 얻어온다. 이것보다 좋은 복지가 있을까 싶다. 20여년이 지났지, 현장을 떠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