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논다. 아이들과 하루도 빠짐없이. 그것도 아주 재미있게.
'어떻게 하면 더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를 놀면서도 고민한다. 종이가 더 필요할까? 공간이 좀 더 넓으면 좋을까? 친구들을 더 데리고 올까? 수많은 방법들이 떠오르고 그중 가장 적절한 방법을 제안한다.
나이듬과 상관없이, 주위의 시선을 고려할 필요도 없이, 견학지에 많은 사람들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논다. 그게 부끄러웠던 시절(초임교사 시절)도 있었다. 사람들이 다들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아 놀이를 하면서도 부자연스러웠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점차 지나수록 적응이 되어갔다.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나 또한 놀이에 몰입되어 있었으니까. 그리고 나는 유치원 교사니까 그게 당연했다.
잡기놀이를 하다 땀에 흠뻑 젖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다 균형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며 웃는다. 벽돌블록을 하나 둘 쌓아 가게를 만들고 그 안에서 주인과 손님이 되어 흥정이 오고 간다. 가끔 만들기 놀이에 푹 빠져 점심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놓쳐 조리실에서 전화가 오기도 하고 바깥놀이터에서 모래 놀이를 하느라 귀가지도 시간이 부족해 허겁지겁 버스를 태우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도 놀이는 재미있다. 어른이 되어도 당당하게 어릴 적 놀이를 할 수 있어서 좋다. 분명 어린아이들이 하는 거라 쉽고 유치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던 놀이인데도 어느새 제일 적극적인 나와 마주한다. 아이들은 신기한 눈으로 교사를 보며 말한다. "선생님은 어른인데 같이 놀이서 좋아요." 적어도 집에서 엄마, 아빠와는 이렇게 하루 종일 같이 놀이는 어렵기에 어른임에도 하루 종일 같이 노는 선생님이 신기하기도 하고 너무 좋기도 하단다.
매일매일 무엇을 하며 놀지 고민하는 일은 이 직업이 가진 특권이자 가장 어려운 난제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왜 유치원에서는 공부 안 해요? 라며 호기심반 걱정반으로 묻는다. 내 대답은 언제나 같다. "응 신나게 노는 게 진짜 열심히 공부하는 거야. 우리 더 재밌게 놀자!" 아이들은 그저 신나게 놀지만 이것이야 말로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교수학습방법이다. 교사는 놀이를 통해 배움이 일어나도록, 놀면서 교육과정의 5개 영역을 충분히 경험하도록 그 방법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한다. 저마다 다른 아이들이 모였기에 저마다 다른 경험이 놀이에서 발현된다. 그래서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놀이의 방향. 놀이의 묘미이다. 내일 아이들은 무엇을 하며 놀고 싶을까? 내일은 어떤 놀이가 이루어질까? 어떤 것도 예상할 수 없지만 정확한 건 내일도 잘, 신나게 놀 거라는 거다. 재미있을 거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