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사람보다 아픈 사람이 가빴다
가장 슬픈 일은 육신의 죽음이 아니라, 모든 꿈의 죽음이었다. 나는 네가 이곳에서 사라진 것보다 너의 꿈이 세상에서 이뤄질 수 없음에 아파했다. 원대함이 곧 비웃음이 되는 도시에서, 넌 그저 소박한 일기를 앞서 썼을 뿐이었는데.
너의 일기장엔 평범함이 가득했다. 무채색 공책은 600원 더 저렴했다. 그것마저도 너의 어린 시절이 어떠했는지 가늠될 만큼 난 이제야 널 조금 아는 듯했다. 첫 장에 적힌 꿈은 100억 벌기도, 서울에 집 사기도 아니었다. 그저 ‘사랑이 조금 많은 사람’이었다.
마천루가 즐비한 이 도시에선 인정을 베푼 곳에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샌가, 허점은 파고드는 곳이 돼 버렸다. 초등학교 시절 배운 것과 달리 우린 이해와 배려, 손해와 실익을 똑같이 발음하고 있었다. 의미가 다름을 다들 아는 듯해도, 그저 그렇게 같은 말로 치부했다.
넌 결핍이 있었지만 애써 애정을 주려 했다. 그것이 더 많은 사랑을 낳는다는 걸 아는 듯. 요즘 알기만 못한 이들 속에서 지혜로운 사람들이 아파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염치없이 도시와 같아지길 택한 난, 멀리서 그들의 사투를 몰래 응원할 뿐이었다. 오늘도 나쁜 사람들보다 아픈 사람들이 더 가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