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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겸 Nov 07. 2024

이 또한 사랑임을

일을 사랑한다는 것

 얼마 전, 나와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해 일을 시작한 새내기 강사였다.


 ‘일은 재밌어요?’


 직장인들이 모이면 흔히 나오는 질문에 나의 골치를 썩이는 몇몇 얼굴들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으, 상상만으로 이렇게 괴로울 수 있다니. 일그러진 표정을 들켰을까 급히 입꼬리를 올려보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그는 단번에 얼굴에 화색을 띠고 대답했다.


 “네! 아이들이 저를 따라서 꼬물꼬물 움직일 때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나의 그 시절이 떠올랐다. 그때는 나도 마냥 좋았지. (아, 물론 마냥은 아니었겠지만 기억이 미화되어 버려서 좋았던 것만 기억이 나네.) 아이들을 만나고 그들에게 도움이 되고, 가까운 곳에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보람을 참 많이 느꼈다. 월화수목금금금, 밤을 넘어 새벽까지도 아이들이 깨어있는 시간이라면 그들의 열정에 누가 되지 않도록 돕는 것이 죽어서도 지켜야 하는 사명인 것처럼 일했으니까. 그때는 일말의 거리낌 없이 당당하게 ‘나는 제 일을 사랑해요!’라고 외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럼 그렇다고 지금은 아닐까? 사실 그때만큼 큰 목소리로 외칠 수는 없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고. 살다 보니 사랑이라는 것은 늘 열정이 넘치고 이 세상에 오직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나를 갈고 넣는 것만이 사랑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에. 때로는 그다지 새롭지도 특별하지도 않아 보이는 순간들이 와도 그렇지 않은 것들이 주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떠올리며, 마치 제자리를 걷고 있는 것 같아 보여도 내가 이곳을 떠날 수 없음은 내가 분명히 이 일을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하며 다시 걸을 힘을 내겠지. 어찌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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