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의중앙선, 문산역~용문역 등을 기점과 종점으로 하는 수도권 전철로 연옥색의 노선색상을 가진 광역철도
오늘 아침에도 어제와 같이 나섭니다. 요즘직장인들의 출근차림은 20~30년 전의 예전모습과 사뭇 차이가 있어 고맙습니다. 편안함과 자율이라는 명목하에 정장을입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아구둣방이 사라져 가는 지경인 세상이 되었죠.
덕분에 평소처럼 청바지와 모르는 다른 이들의 것과 뒤섞여 대량기계로 오염물이 처리되어 돌아와 무심코 나란히 옷장에 걸려 있는셔츠하나를 내려 입고 요 며칠의 비밀스러운 내 발길의 흔적을 기억하는 단화도 신고 집을 나섭니다. 이동수단도 바로 없어졌지만, 눈치를 채지 못할 겁니다. 특별히 티가 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루종일 몇 마디 필요 없습니다. 식당에서도 키오스크 같은 무심한 기계가가게를 찾아주는 손님에 대한 주인장의 고마움과 맛있는 음식을 기대하며 주문하는 손님 간의 대화조차도 간단히 출력되는 용지 소리로 그마저도 먹어버린 것 같습니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눈에 보이는 환경에 벌써 갑갑함을 느낍니다.
물리적으로는 34년 만의 여유로운 시간이지만 현실은 불안이자리 잡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같은 미소를 주는 별마담이 나에겐 특별한 정을 주기 전에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가슴속 어딘가에 무겁게 붙어있는 불안도 덜어내고시간 죽이기도 마땅한 장소로 용문행 경의중앙선 전철을 타기로했습니다. 왕복에 5시간 정도. 덜컹대는 전철의 소리와 창밖의 풍광이 여행 가는 기분입니다. 깊은숨을 들어 마시니 에어컨을 타고 나온 공기지만 한결 편해졌습니다. 서울을 뒤로한 전철 안은 한산합니다. 친구사이 혹은 부부사이인 듯한등산복차림의 어르신들, 다소 과한 립스틱과명품브랜드이지만 왠지 비싸 보이지 않은 가방을 들고 어디로 가는지 짐작조차 어렵게 차려입은 중년 여인, 검은 배낭에 나와 동년배쯤으로 보이는 머리 숙여 졸고 있는 아저씨들...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내 눈앞에 광경은 차츰뚜렷하게 보이고 햇살도 가득하지만 전철 안은 있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자리 잡고 있는 듯 사뭇 다른 무거운 공기입니다.
내려 도서관방향으로 걷기로 했습니다. 오늘이 장날인가 봅니다. 조그마한 광장 앞에는 합법적으로 길을 막은 얼룩달룩한 파라솔과 물건, 음식 그리고 사람들로 시끌벅적 한합니다. 제법 규모가 있습니다. 하지만 구경하며 몇 시간을 여기서 그냥 시간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숨 쉬려고 이탈해 왔지만 노트북을 펴고 어제 구입한 서울택시운전자격 학습지 공부를 조금이라고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기능적으로 가장 빠르게 취득할 수 있는 국가자격을 고민한 결과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