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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방주 Nov 13. 2024

ADHD 일기-2화(ADHD 이전)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린 뒤 ADHD라는 진단을 받기 전까지......

2022년 7월 7일 목요일 날씨: 맑음

아침에 집을 간단히 정리한 후 닭국을 먹었습니다. 복날이 가까워져서 닭고기가 먹고 싶었는데, 마침 잘 됐습니다. 닭국을 먹고 잠시 쉬다가 에어컨 설치기사가 왔습니다. 우리는 설치기사가 작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일부를 치워주었습니다. 드디어 우리 집에도 에어컨이 생겼습니다. 에어컨 설치를 마친 뒤 바람을 쐬어보니 정말 시원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선풍기와 냉풍기에만 의존했던 여름이었는데, 이제는 시원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지 에어컨 없이 어떻게 여름을 보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침에 병원에 가서 MRI 촬영을 했습니다. 살이 쪄서 그런지, 아니면 MRI 통이 너무 비좁아서 그런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찍는 내내 죽음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이러다 진짜 죽겠구나’ 하는 생각에 답답함을 표시했습니다. MRI 담당 의사가 5분 정도 남았다고 하며 심호흡을 한번 하자고 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촬영을 했습니다.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소리는 시끄럽고, 공간은 비좁아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결과를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혹시 MRI 검사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집에 돌아와 씻고 밥을 먹은 뒤 쉬다가 일기를 씁니다.


2022년 7월 8일 금요일 날씨: 맑음

아침에 아버지와 함께 책장을 비운 뒤 책상과 책장, 옷장을 사러 가려고 했으나 날이 너무 더워서 그만두기로 했습니다. 점심은 국수로 해결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차분히 책상과 책장의 사이즈와 가격을 검색하고 계십니다. 오늘 하루는 특별한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앉아서 일기를 쓰고 있습니다. 지금 제 상태는 전부 엉망입니다. 다만 그 상태가 심한지 아닌지는 결과를 기다려봐야 알 것 같습니다. 결과가 나온 이후에 무엇을 하든 할 테니 그때까지는 기다려보겠습니다. 다만 좀 우울하고 답답하며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러나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기다려야 합니다. 너무 답답한 심정입니다. 너무 미칠 것 같았습니다.


2022년 7월 9일 토요일 날씨: 맑음

오늘은 별다른 일이 없었습니다. 작은 용품과 쓰레기를 전부 폐기한 뒤 마대를 사 왔습니다. 그 외에는 별일이 없었습니다. 남은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낼까 고민 중입니다. 검사 결과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딱히 할 일이 없습니다. 결과에 따라 대처를 달리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이 생기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여하튼 오늘 하루도 그냥 빈둥대며 보냈습니다. 왠지 술을 마시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요? 모르겠습니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면서 술을 많이 마셔서 술에 질린 상태입니다. 기분은 그냥 우울합니다. 우울함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정말 술을 마시면 되는 것일까요? 정말 마셔버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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