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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laine Nov 19. 2021

읽어버린 것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이 어딘가에 다 모여 있다면,

나는 기억력이 정말 약하다. 그래서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살고 있음에도 기억을 못 한다. 아마 10개 중 2-3개 정도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의 글쓰기 모임 글감은 < Lost & Found > 내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써보려고 하는데 뭔가 개념적인 것들을 쓰기 시작하면

주체가 안될 것 같아서 최대한 일차원적인 것들을 써봐야겠다.


1. 아이패드 펜슬-덜렁덜렁 달고 다니다가 벌써 2번을 잃어버림, 3번째 펜슬 구입…. 유실물 보관소에 그것이 있다면 당근 마켓 각

2. 에어팟-유난히 귓구멍이 작은 나는 에어팟을 넣었다가 빠진지도 모르고 그렇게 잃어버린다. 한쪽을 잃어버려서 당근에서 구입했는데 다른 한쪽을 또 잃어버려서 또 구입했으나 결국 두 쪽 다 없다는 후문이…


나머지 잃어버린 게 8개가 될 것 같은데 기억이 안 나네.



한 번은 큰 아이가 한 살 일 때, 아이를 데리고 광역버스를 탔다. 한 시간 거리의 버스를 태우느라 엄청 긴장하고 얼르고 달래면서 도착해서 약속 장소에 가보니 아이의 한쪽 운동화가 없는 것이다. 찾을 방법이 전혀 없는데 혹시나 해서 다시 돌아가는 버스 정류장을 샅샅이 살피고, 도착해서도 굳이 길을 건너서 출발했던 지점을 살펴봤으나 없었다. 운동화는 한쪽만으로는 사용이 불가하니 그렇게 그 신발과는 안녕이었다. 나는 극강의 긍정을 발휘하며 ‘애만 안 잃어버리면 되지 뭐’ 라며 그 이후로도 많은 아이템을 잃어버렸다. 그래도 대견하게 아이들은 잃어버리지 않았다. 나에게 박수를!


만약 유실물 보관소에 그것이 있다면, 우리 조카에게 주어야지. 아. 어렵겠다. 다른 한쪽이 이미 없으니… 짝은 중요하구나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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