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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원우 Nov 16. 2024

그 애와 냉전하며 쓴 일기

”나 좀 붙잡아주라…“

밤만 되면 내 방은 적적함에 젖은 공기로 채워졌다.

그 기류엔 오롯이 고요함만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하루하루… 잡념에 사로잡힌 밤을 지새웠다. 그때마다 허를 찌르는 공허는 마치 누구와도 닿을 수 없을 것처럼 아득했다. 허무의 심연 속으로 빠졌다. 돌아가기 싫은 후회되는 장면들이 잔상으로 그려졌다. 나는 감당할 수 없었다. 그 장면들 속엔 늘 그 사람이 있었고, 나를 갈아 넣어가며 최선을 다했지만, 그 사람과는 멀어지기만 하는 것 같았다. 내 성격의 문제였다. 마음은 그렇지 않으면서 쓰잘데기 없는 엄한 자존심만 부리고, 먼저 찾아주길 바라는 성격. 감정이 상해서 마음에도 없는 미운 말만 골라서 하고 아무도 모르게 혼자 더 아파하는 성격. 나는 그냥 그런 성격의 소유자였다.

최근에 읽은 에세이에서 말한 멀어져야 하는 사람의 특징조차도 나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 사람의 문제라며 외면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란 사람은 주변 사람들을 파고들어 관통하고 상처를 남기고 있었다. 이로써 혼자 고립되어야 할 존재임을 수용했다. 이젠 고립될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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