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볼버leevolver Oct 02. 2024

[D-92] 9% ‘책 읽는 시간’으로 채우기

100일 남은 2024년, 매일매일 나에게 고한다 [9]

요즘 글이 참 안 써진다.

언제는 글을 술술 써졌냐마는, 글을 쓰다가 과속방지턱에 턱턱 걸린 듯, 어딘가 계속 정체가 일어나고, 매끄럽게 흘러가질 않는다. 글을 쓰겠다고 화면을 켜놓고 한참을 바라보다 보면, 멍하니 초점을 잃은 나를 발견한다. 그럼 언제 글이 잘 써지는지 생각해 봤다.


깊은 밤, 나 혼자 깨어있을 때

달리기를 할 때

책을 많이 읽었을 때


여전히 글은 새벽이나 환한 낮보다는 밤에 잘 써진다. 밤에 쓰는 글을 나중에 보면 이불킥 하고 싶어지고 손발 없어질 듯 오글거린다는데, 물론 어느 정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밤에 잘 써진다. 문제는 자꾸 밤에 글을 쓰니, 수면시간이 부족하고, 글을 쓰다 잠이 쏟아진다.

달리기를 할 때는 당장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생각들이 잘 떠오른다. 때로는 정체되어 있던 길이 뚫리듯 생각의 회로가 뻗어나가는 기분마저 들 때가 있다. 문제는 글을 바로 쓸 수가 없어, 운동 마치고 씻고 집안일 마무리하고 글을 쓰려하면, 떠오른 아이디어들이 그 사이 휘발되어 버리거나 그때 그 느낌이 생생하게 살아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책을 많이 읽었을 때. 아무리 생각해도, 글의 재료인 ‘글감’ 뿐만 아니라, 글을 쓰는 감각인 ‘글감(感)‘도 인풋(Input), 즉, 책을 많이 읽어야 채워지는 것 같다. 책과 글은 같은 곳간을 공유하는지, 책으로 그 곳간을 채워주어야 글을 쓸 때 꺼내어 쓸 수 있는 두 개의 ’감‘이 모두 충분한 레벨로 차 있다. 생각해 보니, 요즘 이런저런 일들에 신경 쓰느라 책으로 충분히 곳간을 채워두지 못했다. 100일 동안 다시 1일 1독을 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충분히 지켜지지 못했다.


펌프로 물을 길어 올릴 때 붓는 마중물*처럼, 계속 책을 읽으며 다시 채워나가다 보면, 책 읽는 시간만큼 글도 익어가지 않을까.


*마중물 독서: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한 바가지의 ’마중물‘처럼 글이라는 물을 길어 올리기 위한 독서 by 므니 작가님 @namuni48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