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볼버leevolver Sep 24. 2024

[D-99] 2%는 ‘바르고 곧은 자세’로부터

100일 남은 2024년, 매일매일 나에게 고한다 [2]

며칠 전 본 사진은 적잖은 충격이었다.

구부정한 등과 둔해 보이는 몸, 끔찍했다. 사진을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나만 찍힌 사진은 아니었고, 여럿이 모여있는 장면을 순간 포착한 사진이었는데, 앵글 상 왜곡이 있었다고 변명하기에는 너무 정중앙이었다.

그동안 운동과 단식으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했던 내 몸이 사실은 순전히 나의 착각이었음을 뼈저리게 깨닫는 순간이었다. 아주 단단히 착각했다. 맛있게 먹으면 됐다, 먹는 즐거움을 어찌 포기하랴, 생각하며 오랜 세월 차곡차곡 쌓아온 내 몸뚱어리. 마음에 안 들어도 그동안 못 본 척했다. 내가 행복하면 됐다고 생각했다. 이제라도 정신 차려야지. 계속 운동하고 건강하게 먹으면 돼,라고 다짐한다.


사실, 내가 더 충격받은 것은 둔해 보이는 내 몸보다 나의 자세였다.

사진 속에서 나만 유독 구부정하게 숙인 자세였다. 내 몸이 특히 더 둔해 보였던 것은 사실 자세 때문이었다. 많이 보던 모습이다. 우리 아이가 앉아 있는 모습, 볼 때마다 내가 등을 펴고 똑바로 앉으라며 잔소리하던 모습, 하지만 이내 곧 흐물흐물 힘없는 종이처럼 구부러진 채 앉아있던 우리 아이에게서 보던 바로 그 모습이었다. 아이의 자세가 나의 모습을 닮아 있음을 모르지 않았지만, 직접 눈으로 다가온 충격이 꽤나 강렬했다. 며칠 째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 있다.


나는 허리가 자주 아프다. 사실 그날도 허리가 몹시 아팠다. 그리고 몹시 지친 날이었다. 아마도 그래서 더더욱이나 자세가 흐트러진 상태였겠지만, 어쩌면 그래서 더욱 방심한 내 모습이 더욱 적나라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을 것이다. 내가 사십 년 넘는 시간 동안 이런 자세로 살았다고 말이다.


스무 살에 처음 만난 친구 O는 늘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 있었다. 집 안에서 쉴 때도 누워있지 않는다고 했다. 처음 그 친구를 만났을 땐 그 모습이 참 신기했다. 어떻게 그렇게 앉아있을 수가 있지? 안 불편하냐는 물음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했다. 그 친구의 가족들이 모두 반듯한 자세가 습관화되어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사진 속의 나에게 묻고 싶다.

”어떻게, 너만 그렇게 앉아있을 수가 있니? “


얼마 전 케다맘 TV에서 운동을 사랑하는 두 분의 대화를 보았다. 그때 그 무엇보다 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두 분의 곧은 자세였다. 운동으로 다져진 두 분의 군살 없이 건강한 몸도 보기 좋았지만, 영상 내내 흐트러짐 없는 바른 자세가 특히 내 눈에 박혀 계속 생각이 났다.


바르지 못한 자세는 몸 이곳저곳에 통증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내 모습을 초라하고 자신감 없어 보이게 한다.

(실제로 나는 척추측만, 척추전만, 디스크, 어깨 통증까지 있다.)

100일 간, 나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며, 나는 그 첫 번째로 ‘바르고 곧은 자세’를 떠올렸다.

오늘 러닝을 할 때, 앉아서 책을 읽을 때,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흐트러지고 마는 내 자세를 계속 바로잡았다.


사십 년 넘게 굳어져 버린 바르지 못한 자세가 하루아침에 고쳐질 리 만무하지만, 오늘 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자세를 바로 하고, 어깨에 힘을 빼고, 말린 어깨를 뒤로 밀어내고, 목과 턱을 당겨본다. 하루아침에 나아질 순 없지만, 의식적인 노력이 더해지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때때로 무너지는 내 결심과 다짐을 바로 세우듯 바르고 곧은 자세로 고쳐 앉으며,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 앉아있는 할머니가 된 내 모습을 떠올린다.


이 글을 쓰고 발행하는 이유는,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다.

허리를 펴고, 어깨는 내리고, 턱은 당기고, 시선은 45도 정면 유지할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