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살아생전 가능하기나 할까
사실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끼고 나서부터는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너무나도 많은 사전 정보가 필요하고, 그 사전 정보는 찾으면 찾을 수록 미궁으로 빠지는 게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내가 겪었던 가정 폭력에 관해 이해하기 위해서 가정 폭력 가해자인 친부를 이해하기 위해 애썼던 나날들이 있다.
가계도를 그리고, 내가 친부에게 들은 것을 기반으로 분석하고, 끼워맞추는 과정들을 수도 없이 하고 친부를 이해하려 애쓰던 그 순간, 맥이 탁 풀려버렸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에서 다른 정보가 들어오고 그 정보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들이 모두 다 뒤집히는 순간 내가 알아왔던 모든 것들이 다 수포로 돌아가는 경험을 몇 번 하고나면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은 마음이 든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는 것을 나는 포기한 걸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진정으로 불가능한걸까.
그런 경험을 한 두 번 정도 한 이후로부터는 다른 사람을 바꾸려 들지도 않는다.
사람이란 존재는 사람이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난 인간에 한해선 염세주의적이다.
사람이라고 부르지 않고 인간이라고 부르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