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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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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휘 Oct 20. 2024

글을 갈아엎었다

꽤 오랫동안 구상해왔던 소설이었는데

 요즘 작법에 관한 강의를 듣고 있다. 작법에 관한 강의를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 강의를 듣고 내가 구상해왔던 소설의 구성요소들을 다시 짜봤다. 글의 착상을 쓰고, 주제가 뭔지도 써보고, 인물이 누가 나오는지, 시점은 어떻게 되는지, 플롯은 어떻게 짜여지는지도 써보았다.


 그리고는 소재와 줄거리를 쓰고 이야기의 순서를 다시 배치했다. 그러고는 동시에 작법 강의를 같이 들어보았다. 근데 작법 강의를 들으면서 뜨끔하는 부분들이 너무 많았다. 나의 단점을 낱낱이 밝혀놓은 강의는 나를 움츠려들게 하기 딱 좋았다. 뭉뚱그려 서술한 착상과 그 작의, 내가 뭘 말하고 싶은지 확실하지도 않은 나의 글, 말하고 싶은 것들이 뒤죽박죽 뒤섞여 여러 소재들이 막 겹쳐져버린 나의 첫 소설.


 구상 단계에서 벌써 엄청나게 빨간 펜으로 줄을 죽죽 그을만한 것들이 한 가득이었다. 나름 첫 소설이라 공을 들여서 기간을 두고 구상을 해왔던 것이었는데도 첫 소설인 만큼 많이 빈약하고 많이 부족했다.


 첫 술에 배부르랴 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는 수업이었다. 그래서 작법서를 그렇게 많이 사람들이 읽고 또 쓰고 읽고 또 쓰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를 줄 알았다.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 창의적인 생각을 잘 하고 독특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나는 천재는 아니었고 범재 정도에도 못 미치는, 그저 소설가 지망생이었을 뿐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연기자 지망생일 뿐)


 그리고 또 다른 고민에 부딪혔다. 나는 소설을 쓰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각본을 쓰고 싶은 것인지 말이다. 그것조차 정확하게 정해지질 않은 상태에서 글을 쓰겠다고 달려들었으니 당연히 여러 가지가 뒤죽박죽 될 만 하다.(아 각본 관련된 강의도 들어봐야하는데... 배울 것이 산더미다)


 괜히 글 쓰겠다고 사람들한테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나 하는 생각에 괜히 이불을 뻥뻥 차게 된다. 요놈의 입이 방정이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그래도 연기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 연기하겠다는 이야기도 다른 사람들한테 동네 방네 떠들고 다녔구나... 아... 과거의 나의 촐싹맞음이여...


 무작정 창작자가 되고 싶다고 이 길로 뛰어들었지만 알면 알수록 알 수 없는 게 이쪽 세계인 것 같다. 아직 작법 강의는 클래스 101에서 두 개 밖에 들어보지 못했고, 연기 학원은 한 달 밖에 다녀보지 않았으며, 연기 관련 책 몇 권(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수업, 성격 구축, 역할 창조, 마이클 케인의 연기 수업) 읽어보고, 클래스 101에서 연기 관련 강의 2개 정도 사서 들어본 게 다이긴 하다.


 이력서에 쓸라 치면 참으로 초라한 이력이다.


 이 나이까지 뭘 했나... 예술 쪽으로 뛰어들기 전까지 너무 고민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내 머리 속을 스쳐지나간다.


 아직은 2학기 중간고사도 치르지 않았고(이틀 뒤면 중간 고사 시작이다), 겨울 방학도 오지 않았으며, 나의 졸업은 아직도 3년이나 남았으니 좀 여유롭게 생각해보고 싶다.


 3년 동안 열심히 백방으로 노력해보고도 뭔가 눈에 띌 만한 뭔가가 나오지 않으면 나는 그냥 학교 전공이나 살려서 취업이나 해야겠지... 하는 생각에 울적해지기도 한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해봐야지! 하는 생각이 나를 채찍처럼 강타한다. 그래. 여태까지 예술 쪽으로 갈까 말까 생각만 했었는데 이제 와서 또 수그러들어있을 시간이 없다.


 다시 나는 노트북을 켠다.

 그리고 작법 강의를 재생시킨다.

 이렇게 하루에 몇 시간 씩 하는 것들이 쌓이고 또 쌓이면 어떤 결과든 나오겠지 하는 마음이 나를 달랜다.


 고민만 하고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된 일요일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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