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깎아 만든 만큼 애착이 크다
나의 우울은 끝이 없다.
우울이라는 감정이 저변에 깔려 이제는 우울이 없이는 내 삶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우울하지 않은 삶이 뭘까.
난 언제나 쳐져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아니란다.
이건 나의 기질인가 병인가.
내 우울을 깎아 만든 이 글들은 나의 숨결이 묻어있다. 지하철에서 쉰 한숨, 내 방에서 내쉰 한숨들이 모여 한 편의 글이 된다.
어쩌면 글밥을 먹고 살아가라고 이러한 우울을 내려준 걸까 하는 멍청한 생각도 해본다.
내 우울을 살려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은 계속 해서 글을 쓰고 또 쓰는 일이니까.
가끔은 내가 우울증약을 먹고 있는 것을 잊을 때가 있다. 우울? 그게 뭐지? 하는 순간들이 있다. 근데 그런 상태가 계속 되다가도 어느 순간 가라앉은 나를 발견하면 아, 나는 약을 먹는 사람이지 하는 생각에 잠긴다.
생각에 잠긴다는 것.
내 안의 물 속으로 침잠하는 것.
꼬르륵하고 머리 끝까지 잠겨 물 속의 우둔한 내 머리를 느끼는 것.
때론 이렇게 중2병스러운 글조차도 내 머리 속에서 나올 수 있구나 싶은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