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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원한 나무 Dec 18. 2024

사람을 가져서 눈사람이 녹는다  

눈사람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눈밭에 세워둔 채

서로 돌아선다


밤새 발자국이 지워지는 동안

멀리 창밖에서 내다보는 눈빛이 있다

먼 훗날 자신들인 줄 모른다     

눈사람, 

거쳐간 털장갑 자리 중 하나가 들뜬다 

그곳이 먼저 잊힐 구석이라는 듯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밤은 여전히 다녀가는 과정이지만

눈사람에게는 누군가의 뒷모습이다

새벽에 서 있던 눈사람이

아침이 오면서 스르르 스러져간다


함께 만들어 놓고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고,

잊어버린 걸 함께 다시 만들자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내어줄 수 있는 만큼만

서로는 뭉쳐지는 것이라서     

관계를 궁굴리어

소유했다고 믿을 수는 있어도

가질 수는 없다


하지만 눈사람은 사람을 가졌다

사람을 가져서 눈사람이 녹는다     

멀리 창밖에서 내다보는 눈빛이 있다     



- 슈뢰딩거의 이별 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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