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월
간격이 나무들을 줄 세웠습니다
잎들 비워진 휑한 자리, 손 뻗으면
가 닿을 한 뼘 거리지만
제각각 수피를 떨구며
버짐의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한 걸음, 한마디 말이 부족해서
우리는 나무입니다
알 수 없어서 서로에게 가지를 뻗고
알 수 있어서 한없이 멀어지기도 하지만
마주 보면서도 잎 흔들어
끝말 흐리는 우리입니다
무수한 혼잣말이 발등에 뿌려지고 내려앉아도
귀 기울여 듣지 못하는 나무입니다
읽히고 싶은 말들은 바람에나 실려 가고
차가운 눈 속에나 얼어붙고
남는 건 성치 않은 몇 잎뿐
바싹 마른 나뭇가지들이 웅성거리다
배경으로 깔리는 십이월입니다
남겨진 몇 마디 말이
마지막 달력처럼 공중에 걸려 있습니다
더는 늦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