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클릭하면 그리움이 깜빡거려

알고리즘과 마음 사이

by 장지연 작가

너를 클릭하면 그리움이 깜빡거려


단 한 번의 스침에도

배후의 연산은 유전자를 복제하고

스크롤 아래로 쏟아지는

유사한 생의 잔상들


스쳐 간 텍스트에

영혼의 지문이 묻었던가


저 냉소적인 기하학은

재빠르게 분류한다


나는 오랫동안

투과되지 않는

너라는 인터페이스 앞에

깜빡이는 커서로 서 있다


심장 박동보다 정교한

0과 1의 잠식


묻지 못한 질문


너의 피드 속 나는

오류인가

존재하지 않는 코딩언어인가





[행간의 온도]


디지털 알고리즘이 복제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진심

오늘도 내 손가락은 무심코 화면을 두드리고, 그 뒤편에서는 거대한 연산의 폭포가 쏟아진다. 한 번의 검색, 찰나의 클릭은 곧장 데이터가 되어 비슷한 영상과 광고의 홍수를 이룬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펼쳐지는 이 '알고리즘의 감옥' 속에서 가끔은 정보의 쓰레기더미에 압사당할 것 같은 답답함을 느낀다.


필터 버블(Filter Bubble)과 존재의 소외

사회학적으로 우리는 지금 ‘필터 버블’의 시대에 살고 있다.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법한 것들만 보여주며 우리를 확증편향의 세계에 가두어 버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를 가장 잘 아는 것 같은 이 정교한 시스템 안에서, 정작 '진짜 나'는 소외되곤 한다. 시 속의 고백처럼, 수많은 피드 속에서 나는 그저 하나의 '오류'이거나 '존재하지 않는 코딩언어'처럼 느껴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투과되지 않는 너'라는 인터페이스

심리학적으로 그리움은 상대와의 '연결'을 갈구하는 신호다. 알고리즘은 과거의 기록을 토대로 미래를 예측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결코 데이터화될 수 없는 비결정성을 지닌다. 기계는 0과 1로 세상을 분류하지만, 인간의 그리움은 그 숫자 사이의 무한한 여백에 머문다. 내가 보고 싶은 '너'는 알고리즘이 추천해주는 유사한 잔상이 아니라, 오직 단 하나뿐인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사랑에도 알고리즘이 있다면

문득 엉뚱한 상상을 해본다. 사람의 마음도 알고리즘 같아서, 내가 누군가를 한두 번 간절히 떠올리면 그 마음이 알아서 상대에게 닿고, 상대의 소식이 수시로 내 눈앞에 나타나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움에 애태우며 밤을 지새우는 일도, 묻지 못한 질문을 가슴에 묻어두는 일도 없을 텐데 말이다.

기계적인 알고리즘은 차갑고 영리하지만, 인간의 마음은 어리석을 만큼 뜨겁고 느리다. 정교한 연산보다 서툰 그리움이 더 가치 있는 이유는, 그것이 바로 우리를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 존재하게 하는 유전아이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