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아이와 콜팝
바로 우린 저녁 산책을 나섰다.
저녁은 먹었냐고 내가 묻자,
“먹긴 먹었는데 그래도 배가 고파요.”
“먹었는데 왜 배고프지? 조금 먹은 거야?”
“카레를 먹었는데 배가 고파요…. 왜 배고프다고 하는지 아시죠? 엄마가 만든 카레예요”
나는 영문을 몰랐지만, 배시시 장난스럽게 웃는 강인이 표정과 말투에서 알아챘다.
“아, 엄마가 만든 카레가 맛이 없었구나? “
“네 맞아요. 하하하하하하하”
나도 덩달아 너무 웃기는 것이었다.
어릴 적 엄마가 만든 카레가 순간적으로 떠올랐다.
얼마나 맛있었는지. 묽게 만든 카레는 국이 되어 국물에 말아먹는 카레였다.
우리 식들은 그 카레를 무척 좋아했다. 갑자기 나도 카레가 먹고 싶어졌다.
강인이랑 카레 안에 뭐가 들어가는지 이야기하다가 어떤 재료를 넣으면 어떤 맛이 어떻고 저쩌고….
부터 시작해 별거 아닌 이야기들이 오갔다.
강인이는 중학교 운동장에서 같이 뛰던 기억이 좋았는지 거기를 가자고 했다.
중학교 운동장에 가보니 건물 하나가 공사 중이었다.
우리는 답답하다. 뒤에 건물을 가린다. 운동장이 작아졌네. 흙모래 바닥이 불편하다. 하며 서로 맞장구를 쳐가며 주고받고 신이 났다.
내가 보리수 열매를 따서 먹어보라고 하니 씻지 않아서 안 먹는단다.
오! 의외로 먹는 것에 깨끗한 남자아이.
내가 먼저 먹는 것을 보여주었다. 강아지도 덩달아 두 알을 먹었다. 강인이도 금이에게 한 알을 먹여주었다.
지난번 내가 강인이 가족에게 한 컵 가득 따다 준 앵두 열매가 생각난다고 강인이가 말한다.
내가 붉은색 노을과 꽃 사진을 찍자, 아이폰을 써서 좋겠다고 그게 이뻐 보여서 찍는 거냐며
참견을 한다.
강인이랑 이야기하는 거 되게 재미있다고 내가 말하자,
우리 누나는 대문자 T여서 공감 잘 못해요…. 너무 못해요. 나는 F예요.라고 말한다.
자기는 공감을 잘하는 타입이라 내가 대화가 재미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선생님은 머 같아?”라고 내가 물으니
“선생님은 F라고 하기에도 그렇고 T라고 하기에도 딱 그런 거 같지는 않아요…”
“샘은 완전 F 지… 그러나 어쩔 땐 완전 T가 될 때도 있어~
강인이는 공감을 잘해서 대화가 재밌어.
예린이는 내가 목마르다고 말하면 목말라서 어쩌죠. 조금만 참으세요라고 말하지 않고
바로 튀어가서 물을 사 들고 오는 아이야.
해결해 주는 아이거든.
강인이는 따듯하고 누나는 든든한 사람이야. “
내가 그런 말을 하자,
“어? 그런가? “ 하고 조금은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곧바로 현실로 돌아와 본분에 충실하며 누나를 몇 차례 흉보는 것이었다. ㅎㅎ
우리는 작업실로 돌아오는 길에도 이야기가 끝이 없었다.
거의 다 와서는 강인이가 배가 안 부르다는 말이 생각났다.
“우리 여기 가게 들어가서 떡꼬치라도 먹을까? “
마침, 초등학생들의 단골집이 앞에 있다.
나의 말에 강인이는 화색이 돈다.
꽃이 보통의 얼굴을 하다가 점점 커지며 활짝 피어오르는 얼굴처럼 말이다.
다른 거 먹어도 된다고 비싼 거 시켜도 된다고 했는데도 비싼 건 안되죠 라며
내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 주는 것이었다. 귀여운 자식.
밥도 먹었으니 가볍게 콜팝을 주문했다.
강아지는 무릎에 앉히고 우리는 바로 튀겨 나온 치즈 가루 뿌려진 뜨거운 치킨볼과 시원한 콜라를 먹으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선생님~ 우리 아빠가 선생님보다 나이 많은 줄 알았어요.
우리 아빠 왜 이렇게 노안이죠? 하하하
선생님 나이 듣기 전에는 몰랐어요”
그러면서 아빠를 놀리며 웃는 것이다.
내가 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칭찬하는 강인이는 아빠를 동원시키며 놀리고
먹을 거 사주는 사람의 사기를 올려주는 센스 있는 아이다.
아이와 함께 초등학생 단골집에 앉아 함께 먹는 콜팝이 어찌나 맛있던지 ^^
그날 우린 함께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했다.
자주 만나는 예린이랑 다른 에너지. 짧은 시간 행복한 교감을 했다.
어른으로서 이런 시간을 갖는다는 것도 참 고맙고 재미난 일이다.
강인이는 이번에도 말한다.
“처음에 선생님이 화가라고 했을 때 안 믿었잖아요.
왜 화가가 퇴촌에 살아요?
선생님처럼 유명한 화가가 왜 이런 촌구석에 사냐고요 “
ㅎㅎㅎㅎㅎ
그날도 웃겨서 죽는 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