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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하얗게 숨 쉬는 계절, 소백산이 담아낸 겨울 산행

by 트립젠드

고요 속에 피어나는 눈꽃 능선
해발 높은 고산이 선사하는 겨울의 깊이
바람 대신 설경이 말해주는 12월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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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백산국립공원)


능선 위에 하얀 곡선이 번지기 시작하면 산은 전혀 다른 표정을 드러낸다. 돌과 흙이 드러나던 자리엔 눈이 만든 결이 자리 잡고, 나목처럼 서 있던 주목은 흰 숨을 머금은 듯 고요히 겨울을 견딘다.


이 신비로운 변화는 단순한 계절의 흔적이 아니라, 해발 1,400미터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한겨울의 장면이다.


특히 다음 달이면 절정에 이를 설경을 기대케 하는 산이 있다. 능선이 길고 부드러워 초보자도 도전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겨울의 깊이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이곳이 어떻게 12월마다 가장 먼저 ‘겨울의 완성’을 선보이는지, 그 비밀을 따라가 본다.


해발 1,400m 넘는 고산이 만든 설경의 결

12월이 되면 소백산국립공원은 능선의 윤곽부터 달라진다. 원래 뚜렷하던 경계는 눈에 파묻혀 사라지고, 여러 줄기의 곡선만 부드럽게 이어지며 산의 형태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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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백산국립공원)


이 국립공원은 1987년 제18호로 지정된 곳으로 충북 단양군과 경북 영주·봉화군 일대에 걸쳐 총 322.011제곱킬로미터에 이른다.


그중 비로봉은 1,439미터로 가장 높고, 국망봉 1,421미터, 연화봉 1,394미터, 신선봉 1,389미터 등 1,000미터를 넘는 봉우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름에 ‘소’가 붙어 작을 것이라 오해받지만 실제로는 백두대간 중남부의 고산지형을 그대로 보여주는 산이다.


이 높은 고도는 겨울이 되면 설경을 더욱 정교하게 만든다. 비로봉 일대는 에델바이스가 자생하는 고산 식생대이며, 겨울이면 능선 위로 눈꽃이 흩날린다.


특히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 군락은 해발 1,200미터 이상에 자리해 겨울마다 하얀 눈을 이고 서 있는데, 국립공원 관리청은 매년 이 모습이 소백산을 대표하는 장면으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이 주목과 눈꽃이 만든 대비는 다른 산에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완만한 능선이 열어주는 안전한 겨울 산행

소백산이 겨울철 산행지로 주목받는 이유는 아름다운 경관뿐만이 아니다. 이곳 등산로 대부분은 급경사가 아닌 느린 곡선을 따라 이어져 있어 초보자도 비교적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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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백산국립공원)


국망봉에서 죽계구곡으로 이어지는 길은 조선시대 문학작품 ‘죽계별곡’의 배경지로 알려져 있으며, 겨울엔 바위 사이를 흐르던 물줄기가 얼어 독특한 질감을 남긴다.


연화봉 방향의 희방계곡 역시 겨울이 되면 28미터 높이의 희방폭포가 그대로 얼어붙어 장관을 이룬다.


얼음층이 만든 수직의 흰 벽은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으로, 탐방객들은 이 부분에서 산의 고요함과 겨울의 힘을 동시에 느낀다고 말하곤 한다.


12월 산행 정보와 방문 팁

소백산국립공원은 연중 개방되며 입장료는 없다. 다만 겨울철인 11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는 이용 시간이 오전 5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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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백산국립공원)


국립공원공단은 매년 이 기간 산불 예방과 기상 악화를 고려해 일부 등산로를 탄력적으로 통제한다고 안내한다.


주차 요금은 경형차 2천 원, 중형·소형차는 평일 4천 원·주말 5천 원이며, 대형차는 평일 6천 원·주말 7천5백 원이다. 주요 탐방센터와 주차장은 등산로 입구에 인접해 접근성이 좋다.


도시의 겨울이 찬바람으로 계절을 알린다면, 고산의 겨울은 풍경 자체로 겨울의 존재를 드러낸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들리는 눈의 미세한 소리, 멈춰 서면 찾아오는 정적, 능선을 따라 피어나는 흰 곡선은 다른 어디에서도 쉽게 만나기 어렵다.


올해 12월, 겨울의 깊이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이 산에서 눈이 만든 또 하나의 계절을 직접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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