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심 속 자연의 쉼표,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벚꽃이 피기 전, 고요한 봄의 숨결을 따라 걷다

by 트립젠드

서울 한복판, 빌딩 숲 사이를 가르며 흐르는 샛강. 그 옆으로 조용히 자리 잡은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은 도시의 소음에서 벗어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화려한 벚꽃이 만개하기 전, 아직 이른 봄의 기운이 공원을 감싸고 있을 때, 나는 이곳을 찾았다.


입구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바람에 살랑이는 버드나무가 눈길을 끌었다. 기다란 가지가 유연하게 흔들리며, 마치 속삭이듯 봄의 도래를 알리고 있었다.

20250325_135014.png 2025. 3월 둘째 주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풍경

그 아래로는 갈대와 억새가 부드럽게 몸을 기울이며 공원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아직 꽃이 피지 않은 나뭇가지 사이로 따뜻한 햇살이 비치고, 공원을 가로지르는 작은 계류폭포의 물소리가 조용한 공기에 생기를 더했다.


샛강을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자연과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모습이 보인다. 인근 지하철에서 흘러나온 지하수는 계류폭포와 연못을 이루며 공원 곳곳을 적신다.


그 물가에는 부들, 미나리, 물옥잠 같은 습지 식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공원의 수질을 정화하는 작은 정원사들이었다. 도심 속에서도 자연이 스스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20250325_135030.png 2025. 3월 둘째 주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풍경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며 공원의 고요를 만끽했다.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소리와 물소리가 어우러진 이곳은 마치 또 다른 세계처럼 느껴졌다.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길을 따라가는 이들, 그리고 한가롭게 앉아 자연을 감상하는 방문객들이 모두 이곳의 한 장면이 되었다.


아직 벚꽃이 피지 않은 공원은 한층 더 담백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색, 바람이 만들어내는 움직임, 그리고 흐르는 물소리가 이른 봄의 정취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머지않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면, 이곳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겠지만, 지금의 고요함도 충분히 가치 있는 순간이었다.

20250325_135119.png 2025. 3월 둘째 주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풍경

돌아가는 길, 다시 한 번 공원을 둘러보았다.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은 단순한 공원이 아니라, 도심 속에서 자연이 숨 쉬고 살아가는 공간이었다.


벚꽃이 피기 전의 이 공원에서, 나는 봄이 오기 전의 조용한 숨결을 느꼈다. 계절의 흐름 속에서도 변함없이 흐르는 샛강처럼, 이곳은 언제나 그대로의 자연을 품고 있을 것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