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꼴통
언제부터인가 이 질문을 자신에게 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해 보니 나 혼자서 이 질문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어른들이 물어보면 그제야 생각하기 시작했다. 누군가 나에게 물어보면 그 대답이 질문자에 따라 바뀌었다. 나는 사고뭉치에 고집이 강해 부모님과 형은 늘 나에게 '꼴통', '꼴리우스'라고 불렀다. 지금은 이 별명이 좋다. 최근에 sns를 하다가 알게 된거였는데, '아름답다'라고 해줬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나의 꿈은 대학이러는 것으로 바뀌었다. 아직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당시 '좋은 대학' = '성공'이었다. 공부에 재능이 없었다. 노력에도 재능이 없었다. 관심이 없었고 또한 부족함을 느끼지 않았다. 사실 좋은 대학은 내 꿈도 아니었다. 주변에서 다 좋은 대학을 목표로 잡길래 나도 따라서 학과 정하고, 그 학과 중 국내 최고를 골랐을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학과는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택하지 않는 것은 어른들의 경우의 수에 존재하지 않는 변수였다. 결국 내가 선택한 학과는 '호텔관광경영'이었다.
호텔관광경영을 선택한 이유는 나의 기억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중 하나가 어떤 호텔리어가 나의 눈높이에 맞춰서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모습이 어서였다(실제로 대학 면접에서 똑같이 말했다). 당시 내가 호텔에 대해서 아는 게 뭐가 있을까. 정장 입고! 외국어 유창하게 하고! 깔끔하고! 사람들 항상 웃고! 잘생기고! 돌아가면 그대로 선택했을 것 같다. 또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반쯤 꿈을 이루었다. 원하는 과에 입학했으니 반쯤 꿈을 이룬 것이었다. 당연한 결과 였다. 그래서 대학생활을 하며 동기들 선후배들 취업하며 여러 도전을 할 때, 그저 지켜만 보았다. 부정하느라 그랬다. 잘못된 생각인데 등급 매기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현재 내 상황을 부정하고 있었다. 생각이 제대로 비툴어 진 것이다. 주변의 모든 것을 시작으로 나의 존재 즉 현실까지 부정하며... 그래도 1학년 때 유학 갈 경험이 생겼는데, 유학 생활 중에는 잘 지냈던 거 같다. 물론 그때도 부정을 많이 했지만 2학년 때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모든 것을 부정하느라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계속 나 자신을 부정하면서 살아가던 어느 날 국방부로부터 초대장이 날아온다. 초대장을 보고 '나는 의무라는 이름으로 끌려가기 전에 내가 자원해서 갈 거다. 자존심이 있지~ 사람들이 왜 의무로 끌려가는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네. 옷 주고, 밥 주고, 침대 주고, 심지어 총도 쏠 수 있다고? 그럼 나는 배도 타야지~'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이 선택할 것이다. 많은 것을 배웠고, 몸에 익혔다. 마치 그렇게 살었던 사람인것 처럼. 정말 행복했고 최고였다. 2001년에 개봉한영화 <Men of Honor> 대사 중에 내가 배운 것들을 요약해 주는 대사 있다.
... but to me Navy is not a business, we have many traditions, in my career I've experienced most of them. Some good, some bad. However I wouldn't be here today, if it weren't for our gratest tradition of all.
...
Honor
영화 < Men of Honor> 중
영화의 주인공은 직업군이었지만 나는 아니었고, 잠수부도 아니었다. 해군의 꽃인 갑판병이었지만 훈련소와 병사 생활을 하면서 'some good'을 습득하고 'some bad'를 배웠다. 그리고 귀인들을 많이 만났고, 아직도 그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이 자리를 빌려 다시 감사인사를 전한다.).덕분에 나에게 작은 변화가 있었고, 그 변화는 나에게 새로운 것을 보고 받아들일 수 있는 시야와 자신감을 주게 된다.
to be continued... ... ... ...
Q2: Who are you?
A2: 나는 부정하는 사람이었다.
Q3: 당신의 꿈은 무었인가?
A3: 군인이 꿈이었다.
여러분은 어떤 꿈을 꾸는 사람이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