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 덩달아 내 기분도 신이 나고 오늘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를 하게 만드는 하루다.
이틀 동안 알마티시내구경만 하다가 오늘은 근교로 투어를 나가는 날이다.
한국에서 여행사를 선정하고 미리 예약까지 마친 상태였다.
사실, 예약을 하기 전 고민을 많이 했었다.
아침 6시 출발. 밤 10시경 도착.
중식포함 총 4개의 코스를 도는 이 엄청난 일정을 내가 소화해 낼 수 있을까? 편안하게 느끼고 즐기고 휴식을 취하고 싶은 여행이 자칫 고행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언제 다시 내가 카자흐스탄땅을 밟아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조금 욕심을 부려보기로 했다.
콜사이와 카인디호수. 블랙캐년과 챠른캐년.
주요 관광 포인트를 단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구경할 수 있는 여행사는 두 군데가 있었다.
그러나 한국인들에 꽤나 잘 알려진 한 여행사는 이미 모든 예약인원이 완료되었고 나는 다른 여행사를 찾아서 예약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건 내게 더 행운이란 생각이 들었다. 타지까지 가서 단체여행을 온 것 마냥 한국인들끼리 몰려다니는 것보단 세계각국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친분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5시 기상. 역시나 알람 시계가 울리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눈이 떠졌다. 설렘과 기대로 가득하긴 했지만 픽업장소에 늦지 말아야 한다는 긴장감 때문인지 잠을 깊이 이룰 수가 없었다. 복숭아 하나. 초코칩쿠키 하나 그리고 커피 한잔으로 아주 간단한 조식을 마치고 호텔을 나섰다. 얀덱스어플로 부른 택시가 바로 잡혀 오래 기다리지 않고 탑승을 할 수 있었다.
분명 내가 가야 하는 곳은 shevchenko st 28.
그리고 그곳으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택시기사와 이야기도 나누고
차가 멈춘 틈을 이용해 셀카까지 찍으며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이게 웬걸~~~
첫날의 악몽을 다시 떠올리게 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어찌 된 일인지 택시를 부를 때 주소를 잘못입력하고 만 것이다. 내 숙소예약을 취소해 버렸던 그 아파트먼트 앞에 도착해 버렸다. 허~~ 정말 마가 껴도 단단히 꼈나 보다.
집합시간까진 아직 여유가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택시기사에게 주소를 보여주며 그곳으로 가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당연히 다른 목적지로 기사분이 데려다줬을태다. 물론 돈도 더 벌 수 있으니까.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이 택시기사는 자기는 길도 모르고 요금을 정산한 뒤에 다른 택시를 잡아서 타라고 한다. 흠~ 갈 수 없다고 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요금을 계산하고 택시에서 내린 뒤 다른 택시를 부르고 픽업장소로 가게 됐다. 정해진 시간 안에 도착해서 다행이지만 그 숙소와는 참 질긴 인연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 됐으면 다시 갈 일은 없겠지 정말~!!!
나를 시작으로 한 사람씩 미니밴에 올라타기 시작한다.
뒤이어 연인과 친구들로 구성된 인도사람 6명, 레바논과 영국출신의 친구 2명, 필리핀에서 온 여성분 1명, 백바지로 잔뜩 멋을 낸 스페인에서 온 멋쟁이 1명,
마지막으로 중년의 한국인부부 2명까지 모두 탑승완료. 그리고 카자흐스탄 출신의 기사분과 영어가 유창한 가이드 아이카씨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