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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용한 Oct 27. 2024

러블리 알마티 (카자흐스탄 여행기 8)

8.초콜릿

내게 여름은 에너지가 샘솟는 계절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계절에 차이가 있겠지만

난 여름을 좋아한다.

일찍이 고개를 드는 해 덕분에 저절로 눈이 떠져 하루의 시작을 빨리할 수 있게 된다. 해가 넘어가고

천천히 어두워지는 저녁 그리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하는  야간산책 또한 여름의 묘미이다.


그런데,,,

2024년 한국의 여름은 너무 더웠다.

그야말로 심각하게 더워서 그동안 좋아했던 여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내 몸에 에너지를 공급해 주던 여름의 열기는 이제 나를 축 늘어진 오징어처럼 힘 빠지게 만들었다.

이제 갈수록 지구가 더 더워질 것 같아 벌써부터 내년 여름이 걱정된다.

알마티의 여름 또한 더웠다. 하지만 우리와 차이가 있다면 습도. 한국의 여름은 기온도 높지만 끈적끈적한 습도는 사람을 정말 짜증 나게 만든다. 불쾌지수를 최고조로 끌어올리지 않는가?

알마티는 내륙에 위치하기 때문에 더워도 습도가 낮은 편이라 견딜만하다. 생각보다 덮지 않네?라는 느낌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처럼 더위에 조심하라는 안내문자가 온다)


알마티에 방문하면 많은 여행객들이 들리는 곳이 있다.

바로 젠코브 성당. 내 다음 목적지는 이곳과 그 옆에 있는 악기박물관 그리고 판필로프공원. 이 정도를 둘러보면 거의 점심 먹을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린바자르를 뒤로 한 채 걷고 있는데 익숙한 영어 로고의 건물을 보였다. 'lotte ' 롯데.

롯데 초콜릿 공장이다. 이곳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기 있는 과자들을 판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카자흐스탄국기 그림의 포장지로 덮여있는 초콜릿도 판매하고 있었다. 알마티를 방문하는 많은 여행객들이 기념품으로 초콜릿을 많이 사간다고 한다.

더위도 식히고 초콜릿 구경도 할 겸 해서 나도 잠시 들리기로 했다.


(형형색색 여러가지 초콜릿들)



들어가자마자  와~하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터져 사정없이 땀으로 젖어있던 내 등을 식혀줘서도 고마웠지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초콜릿의 종류에 정말 깜짝 놀랐다. 어려서부터 자주 접하던 녀석들도 있었지만 알록달록한 포장지로 싸여있는 초콜릿들. 만약  아이들이 이곳에  방문한다면 부모님들 지갑이 탈탈 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제품들이 있나 천천히 둘러보며 구경을 하다가 이내 플라스틱 바구니를 집어 들었다. 내가 먹고 싶은 것들과 선물할 것들은 담으니 어느새 바구니가 한가득.

갑자기 내가 어린이가 된듯한 기분이 들었다.


생각보다 돈이 많이 나왔지만 기분이 좋았다.

사실 이곳은 방문 예정지가 아니었는데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경험들 또한 신선한 즐거움이 되는 것 같다. 선물은 받을 때의 기분도 당연히 좋겠지만 주는 사람의 마음 또한 행복하고 푸근하게 만드는 것 같다. 내 초콜릿을 받을 사람들의 밝은 표정을 생각하며 기분 좋게 매장을 나왔다.


성당을 가던 길에 또 한 번 내 발목을 잡는 곳이 있었다.

초콜릿공장 바로 옆 길거리에 벼룩시장이 선 것이다.

이런 곳들을 둘러보는 것 또한 소소한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어차피 짜인 시간 동안 이동해야 하는 일정이 아니기 때문에  잠시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매우 이색적인 부분이 있었는데 자리 늘 깔고 판매하는 곳마다 여러 가지 다양한 모양의 배지를 팔고 있었다. 구소련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과 공산당 느낌 물씬 풍기는 분위기의 배지들.

보기가 힘든 것들이라 하나하나씩 천천히 구경을 하고 있는데 살까? 갑작스레 심박수가 빨라진다.


(다양한 종류의 배지를 팔던 거리의 벼룩시장)


그런데 이걸 기념으로 보관은 할 수 있겠는데 크게 쓸모가 있을까란 생각도 들고 이런 물건을 소지하는 게 국가보안법상 문제가 되는 건 아닌지 괜스레 걱정이 들어 결국 사진으로 담는 것에만 만족하고 돌아서기로 했다. 하하, 너무 소심했나~

여하튼 생각지도 않았던 신선한 경험들로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걷자. 이번에 진짜 성당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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