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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과의 싸움

아프기 싫어..


10월 11일 막혀버린 대장으로

스텐트 시술 후 멈추지 않는 설사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이벤트를 겪고

좋아질 줄 알았던 나의 몸상태는

점점 더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정상범위에서 20배가 넘게 오른 간수치와

10배 오른 감염수치

전보다 늘어난 복수

5분 간격으로 오는 상복부 통증

그리고 혈뇨와 피 덩어리들

기존에 쓰던 진통제 말고도

이때까지 처방받고 손 한번 안 댔던

마약성 진통제들 3~4알을 털어 넣어도

통증이 잡히지 않아 응급실을 갔다.


진통제를 맞고 응급으로 엑스레이와 CT를 찍고

통증을 잡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진통제 효과는 잠시

또다시 시작되는 진통으로 잠 못 이루고

진통제에 취해 기절하듯 잠들기를 반복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

병원에서는 더 강력한 진통제만을 처방해 주었고

무슨 정신으로 사는지 모를 정도로

하루하루가 몽롱한 상태.

5분 간격으로 오는 통증 때문에

이젠 혼자서는

집 앞 편의점조차 나가지 못한다.


맞는 항암제는 없고

임상을 하는 병원은 날 받아주지 않는다.

이젠 어떻게 버텨야 하는지

버틸 수나 있는 건지

통증이 잡힐 날이 오긴 하는 건지

지금의 내 정신이 온전한 건지 모르겠다.


자꾸만 망가지고 힘들 하는 내 모습을 보는

남자친구는 울기만을 반복하고

매일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내 모습에 나도 내가 미쳐버린 거 같다.

급격하게 늘어난 진통제로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언제 밥을 먹었는지도

금방까지 한 일도 까먹어 버리고

꿈이진 현실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겨내야지 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나의 굳은 의지도

점점 시들어간다.

제발 통증만 잡고 싶고 제대로 자고 싶다.

내가 언제 웃어봤더라?..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이젠 나에겐 통증만 잡을 수 있다면

그 조차도 기적이 되어버렸다.

전에는 완치를 꿈을 꾸었다면

지금은 통증 없이 잠을 잘 수만 있었으면 좋겠다.


살아있는 한 끝까지 싸워야지

통증이 날 미치게 하더라도 버텨야지

지금은 울더라도 끝에는 웃어야지

매일 주문 외우는 반복하는 말

통증이 잡히면 여행가기로 한 남자친구와의

약속도 지키고싶다.



괜찮아, 다 지나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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