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말 한마디 해보기
밤 11시 45분, 학원에서 일이 끝나고 교대역 지하철로 내려갔다. '이런, 버스 놓쳤네' 마지막 버스는 12시. 지하철은 15분 뒤 도착이다. 지하철 타고 잠실역에서 내려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가도 난 이미 늦었다.
"괜찮아~ 이렇게된거 편하게 택시타고 가지 뭐,"
최대한 긍정적 사고를 한다. 부정적 생각은 금물이다.
카카오 택시를 잡고 택시를 기다린다. 저녁의 찬 공기를 맞으며 '저녁은 아직 쌀쌀하구나'하고 생각한다. 눈앞에 건물은 빽빽하고 차들은 넓은 도로를 쌩하고 지나간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와 신호등의 불빛들이 반짝거리며 빛난다. 눈이 부시지만 도시도 도시만의 운치가 있다.
"안녕하세요"
택시의 문을 열고 기사님께 반갑게 인사한다. 역시 택시가 버스보다 안락하긴하다. "네~ 안녕하세요.. A아파트 맞으시죠? " 기사님도 지친기색이 역력하시다. 서울에서 경기도가는길인데.. 날 데려다 주시고 집으로 돌아가실 기사님을 생각하니 좀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생각도 잠시, 미터기 숫자가 올라가는걸 보니 오늘도 5만원은 나올것같아 벌써부터 속상한 감정이 밀려온다. '아.. 좀 더 빨리 퇴근할걸 그랬나'
기사님은 말없이 고속도로를 달리고 또 달리셨다. 저녁과 새벽에 걸린 애매한 시간 12시, 내가 잠들거라 생각하셨는지 별말 안하신다. 나도 지나가는 도로의 풍경과 고요함속에서의 기사님의 선곡인 옛날 팝송 플레이리스트를 가볍게 즐기며 침묵의 밤길을 달렸다. 50분 정도 지났을까 톨게이트를 지나고 좀 더 가면 우리집이다. 톨게이트 옆에는 샛길이 있는데 그 길로가면 우리집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제발 그 길로 갔으면 좋겠다. 한번도 택시가 가본적은 없지만..'
기사님이 내 마음을 읽으신걸까 놀랍게도 샛길로 바로 빠지셨다. 생각해보니 기사님은 네비게이션도 안틀고 오셨다. "손님, 이거 남양주 택시에요~ 허허" 알고보니 기사님은 우리집과 같은지역 택시를 운행하고 계셨고 때문에 네비게이션도 필요없었던 것이었다. 덕분에 지름길로 빨리 집에 올 수 있었다.
"손님, 원래는 서울택시는 60% 할증 붙어서 오는데 저는 남양주 택시라서 30%만 붙어서 오신거에요" 라고 기사님이 말씀하셨다. 원래는 난 보통 별말 안하는 스타일이다. '아하 그렇군요'하고 말 일인데 뭔가 positive feeling이 나를 건드렸다. '여기서 한마디 하고싶다.' 목이 근질거린다.
"그럼 제가 기사님 만난게 행운이네요!"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기사님이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어휴 감사합니다~ " 참 기분좋아보이셨다. 기사님의 웃음이 가슴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문득 이런생각이 든다. '누군가를 이렇게 말 한마디로 웃게 한적이 언제였지' 가족말고는 난 누군가를 웃게하는 칭찬이나 이야기를 한적이 없다는걸 깨달았다. 생각보다 난 냉소적이던 사람이었다. 시를 즐겨읽고 인디음악을 들으면서도 실제 세상은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웃으며 지내지 못했다. 말 한마디로 이렇게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거였다니. 마음이 아팠다. 이걸 모두가 알고있으면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질텐데. 세상이 이렇게 차갑진 않을텐데.
사실 이건 모두가 아는 공식일수도 있다. 그치만 모두가 실천하진 않는다. 행동하는게 어려운건 나도알고있다. 그래도 한번 해보니까 알겠다. 별거아니다. 사실 말 한마디가 우리가 돈을써서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는것보다 큰 영향을 줄수가있다. 그치만 행동하기는 더 쉽다. 따뜻한 말 한마디면 기사님도 나도 행복해질 수 있는 이건 사실 마법이라고 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