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구조이다. 구조가 디자인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특징적이다.
온실은 삼각형 그리드의 커튼월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의 하중은 유선형의 철골 기둥들과 건물 내부의 코어가 해결하는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내부에서 커튼월의 프레임과 같은 선상에 트러스가 덧대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는 트러스가 어느 정도 감춰져서 거대한 유리면으로 읽힌다.
코어에서 뻗어 나오는 철골구조 / 유리 프레임과 같은 선상에 배치된 트러스
커튼월 프레임에는 포스코에서 개발한 'PoSPACEs(포스페이스)'를 적용했다. 포스페이스는 다양한 각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전용 설계 프로그램으로 정밀 제작되어 서울식물원과 같은 비정형의 커튼월에 적합하다고 한다. 또한 속이 빈 구형의 노드에 부재들을 용접(모멘트 접합)하여 제작하기 때문에 경량하고 힌지접합에 비해 안정적이다.
포스페이스의 노드
[기능과 컨셉에 충실한 지붕]
지붕을 보면 식물원이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엑토르 기마르(Hector Guimard, 1867-1942)의 파리 지하철역 입구 디자인이 떠오른다. 온실의 지붕도 이와 유사하게 곤충의 날개를 확대해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알아보니 지붕의 디자인은 식물의 세포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또한 일반적인 건물과 다르게 중심부가 오목한 접시 형태인 이유는 관람자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외부로 향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접시 모양이기 때문에 빗물을 모아서 조경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형태만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기능과 사용자의 심리까지 고려되었다는 점에서 굉장히 합리적이고 납득될 수 있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엑토르 기마르의 파리 지하철역 입구 디자인 (출처 : Daniel Borden, 「손 안에 담긴 건축사」, 수막새, 2008) / 식물의 세포를 모티브로 한 지붕
지붕의 프레임에 끼워진 것은 유리가 아니라 'ETFE필름'이다. ETFE필름은 빛 투과성, 경량성, 내구성, 친환경성 등의 장점을 갖춘 플라스틱 소재이다. 온실은 이 필름을 이중으로 사용하여 단열효과까지 보고 있다.
ETFE필름을 사용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영국의 생태공원인 '에덴 프로젝트(Eden Project)'가 있다. 이곳의 '바이옴(Biome)'이라 불리는 돔형 온실 구조물이 건축에서는 거의 최초로 ETFE필름이 적용된 사례라고 한다.
니콜라스 그림쇼(Nicholas Grimshaw)가 디자인한 바이옴(Biome)
[흥미로운 공간과 프로그램]
온실 외에도 서울식물원은 재밌는 디자인을 많이 가지고 있다. 식물원 입구에는 키네틱 아트를 활용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엘리베이터의 패널들이 특정 시간대에 회전하여 다양한 입면을 만들어낸다고 한다. 패널의 디자인도 온실의 지붕과 마찬가지로 식물의 세포 형태이다.
온실 코어 계단의 천장은 파라메트릭 디자인으로 만든 듯한 타공 철판으로 마감되어 있다.
키네틱 아트 엘리베이터 / 코어 계단의 타공 철판
이 밖에 '씨앗도서관'이라는 전시공간이 있다. 이곳은 씨앗을 책처럼 대출하여 재배 후 반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다. 박물관이 아니라 도서관인 것이 의아했는데 이런 이유에서였다.
씨앗도서관
[Epilogue]
개인적으로 식물원의 온실에 입장했을 때 마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롯데월드에 진입할 때와 비슷한 쾌감을 느꼈다. 바깥에서는 흐릿한 내부의 모습을 보고 궁금증과 기대를 품게 되고, 그 기대감이 발권을 하고 건물에 입장하여 온실 입구에 도달할 때까지 고조되었다. 그리고 입장하는 순간 광활한 풍경과 함께 기대감이 해소되는 쾌감이다. 내부에서는 그 경험이 식물의 냄새, 촉감, 물소리 등의 다감각적 체험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