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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순 Sep 24. 2024

사라져버린 세계관을 그리워하며...

'맨 오브 스틸', '배트맨 v 슈퍼맨: 던 오브 저스티스' 리뷰

DC COMIX EXTENDED UNIVERSE(DCEU), DC확장 유니버스라고 불리우는 이 세계관이 얼마나 고달프고, 슬프고, 안타까운 길을 걸어왔는지 아는 사람은, 특히나 원작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다. 라이벌이라고 하는 마블 코믹스의 시네마틱 유니버스는(물론 요즘은 똑같이 박살나고 있지만) 원작 코믹스를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선물과도 같은 영화들을 얼마나 많이 만들었는지 생각해보면 DCEU 작품들은 정말 망하게 하려는 세계의 음모가 있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가 매우 떨어졌다.


태초에 '맨 오브 스틸(2013)'이 있었다.

'맨 오브 스틸'은 지금까지의 슈퍼맨들(특히 나의 시대의 브라이언 싱어 감독의 '슈퍼맨 리턴즈')이 보여주지 못하던 압도적인 강함을 스크린에서 느낄 수 있는 뽕(?)맛을 슈퍼맨 역을 맡은 헨리 카빌을 통해 정말 잘 보여주었다. 그래서 많은 슈퍼맨들 중에서 헨리 카빌의 슈퍼맨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특히나 감독을 맡았던 잭 스나이더 감독의 특유의 원작 코믹스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연출들은 실제 그 장면을 코믹스를 통해 보았던 관객들에게 엄청난 맛을 선사해주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지구를 구하기 위한 목적이였다고는 하지만 원작에서의 모습과는 다르게 분노에 차 악당을 패면서 사람들이 있는 빌딩을 전부 파괴하며 날아다니고, 폭발할 수 있는 주유소와 같은 건물을 맨 몸으로 뚫고 다니며 폭발을 일으키는 장면은 많은 원작 팬들에게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작품 내에서의 그는 이제 막 자신의 종족과 자기 자신에 대해서 알기 시작하였다. 지구에 온지 수 십년 만에 자신의 진정한 아버지를 만나고 진정한 힘을 알게 된지 얼마 되지 않은 청년이었다. 그리고 직후에 나온 DCEU의 두 번째 작품인 '배트맨 v 슈퍼맨: Dawn of Justice'의 두 히어로의 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꼭 필요한 소재였다고는 할 수 있지만, 전부 말아먹어 버렸다.


그리고 그나마 잘 끼운 첫 단추를 뽑아버린 문제의 작품이 등장하게 된다.

이 작품 또한 매우x500 기대되는 작품이었다. 아니 전 세계적으로 제일 유명한 영웅인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운다는 데 기대가 되며, 대체 보통의 인간인 배트맨이 신과 같은 슈퍼맨과 어떻게 상대가 되는지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그리고 이 대전에서의 승리는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배트맨이 하게 된다. 

배트맨이 전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많은 슈퍼히어로인 이유는 세계 최고의 탐정이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 미리 고민을 하고 그 모두에 대해서 대처를 세우고 있는 영웅이기 때문이다. 위의 아가멤논 컨틴전시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슈퍼맨의 치명적인 약점인 '크립토나이트'는 굉장히 유명한 물질이다.

'Red 2: The Legend'

위의 다른 작품에서도 언급되듯이 마치 아킬레스 건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심지어 레드도 DC네?)


그리고 영화가 개봉하기 전 많은 정보들이 공개되었을 때 정말로 DC를 괴롭히려는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이 작품의 원제는 'Batman v Superman: Dawn of Justice'이다. 그런데 번역된 한국에서의 제목은 'vs'의 의미로 사용되어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었다. 둘이 실제로 'vs'하지만 그것을 그냥 '대'로 적어놓았다. 'Dawn of Justice'는 '저스티스의 시작'으로 번역하였다. 물론 이들의 팀인 '저스티스 리그'가 뭉치게 되는 중요한 사건이지만 뭔가 문구가 인위적이다. 그렇다면 왜째서 이제 막 유행을 타기 시작한 옆 집의 '에이지 오브 울트론'은 그냥 영어 발음을 적어놓았는가? '저스티스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DC를 잘 모르는 관객들에게 후에 합쳐질 저스티스 리그를 끌어내기는 힘들었다. 옆 집처럼 '던 오브 저스티스' 혹은 '정의의 시작', '정의의 여명' 정도로 시작했으면 어땠을까하는 하소연이였다. 물론 이것 때문에 영화가 무너진 것은 아니지만...


배트맨은 '맨 오브 스틸' 사태에서 슈퍼맨의 위험성을 깨닫고 그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슈퍼맨이라는 존재는 충분히 강인하고 정의롭지만 단 1%만이라도 변질될 위험이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슈퍼맨 또한 엄청난 능력을 통해 브루스 웨인이 배트맨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런 저런 둘 사이의 갈등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한 인물의 엄청난 계획을 통해 둘은 결투를 하게 된다. 하지만 둘은 모두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던 영웅이었다는 것을 알고 화해한다는 다소 간단한 플롯 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 둘이 갈등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과정이 '극장판'에서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극장판은 정말 처참할 정도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색이 드러난다. 잭 스나이더는 원작의 모습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길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다. 그러나 그런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을 구성하고 그것을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데 까지는 다른  감독들에 비해서 많은 시간이 소모된다.


작품에서 스나이더 감독은 로이스 레인을 통해서 끊임없이 관객에게 무언가를 던지려고 한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시각적 연출이 많이 부족하고, 시각적 자료가 부족하다면 구두로라도 무언가를 던져야 하는데 이러한 중요한 장면들이 극장판에서는 많은 부분이 생략되어버렸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가 점점 배트맨과 슈퍼맨의 결투에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이 많은 시간을 들여 로이스 레인을 스크린에 등장시킨 이유를 찾지 못하게 된다. 


이 영화를 조금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극장판'이 아닌 '감독판'이라는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극장판은 2시간 30분 가량으로 이미 충분히 긴 런닝 타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잭 스나이더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진정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감독판을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감독판은 무려 30분이나 추가된 183분의 길이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추가된 30분은 극장판이 놓친 로이스 레인이 이 작품에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충분히 보여준다. 

특히 잭 스나이더 특유의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는 원래 감독을 좋아하고, DC코믹스의 다크함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장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가볍게 영화를 즐기는 사람들의 평가를 들어보니 작품을 감상하며 가해지는 압박감이 심해서 기운을 빠지게 만드는 악영향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특히 배트맨에 대한 연출은 엄청난 호불호를 일으켰다. 원작의 배트맨은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살생을 하지 않으며, 스스로의 신념에 반하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엄청난 고뇌를 하는 인물이다. 또한 자신의 도시 고담의 희망을 위해서 스스로 악당이 되고자 하는 인물이다. 배트맨 자신은 스스로 심판자가 아닌 심판을 할 수 있는 자들 앞에 비겁한 자들을 데려다 놓는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의 배트맨은 지금까지의 작품에서의 모습이 아닌 엄청나게 어두운, 마치 적을 '도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며 살인에도 거리낌이 없어 보인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코믹스적인 연출을 통해 배트맨의 힘과 악당들이 움츠려드는 모습을 보는 것은 좋았으나, 크리스토퍼 놀란이 보여주고자 했던 배트맨의 의지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 좋지만 좋지 않은 아이러니한 감정이 생겼다.

작품에서 보여지는 배트맨의 모습은 매우 부정적이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는 브루스 웨인이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를 지탱할 수 있고, 비로소 전설로 변모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던 우물에서의 박쥐들은 그가 맞이한 빛을 마치 거짓말로 느낀 것처럼 표현해 놓았다. 중간 중간 보여주는 피와 낙서로 점철되어 있는 로빈의 슈트와 그의 폐쇄적인 모습을 통해서(마치 플래시 포인트의 토마스 웨인같은 느낌을 받아 좋았던 관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Rise'스러운 배트맨의 모습을 기대하고 간 극장들에게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을 것이다. 


메인 빌런 - 렉스 루터

이 모든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그럼에도 자신은 입 싹 닫고 있는 메인 빌런 렉스 루터이다. 제시 아이젠버그가 연기하는 한낱 '인간' 렉스 루터의 모습은 엄청난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 또한 감독판을 보아야만 그의 진정한 잔인함과 치밀함을 느낄 수 있다. 처음부터 클라크 켄트=슈퍼맨, 브루스 웨인=배트맨, 슈퍼맨의 여인=로이스 레인이라는 것을 알고 차근차근 이들의 정신을 갉아먹는 모습은 상대적으로 짧은 극장판에서는 잘 보여주지 못했다.

렉스 루터의 슈퍼맨 우주선으로의 입장
에일리언: 커버넌트(2017)

렉스 루터가 엄청난 계획을 가지고 슈퍼맨의 우주선으로 입장하는 장면은 또 다른 세계의 엄청난 악당인 데이빗의 이 장면과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다. 신으로 칭송받는 크립톤인의 시체와 금지되어 있는 그들의 기술을 사용해 신으로 추앙받는 슈퍼맨을 죽이고자 하는 인간 렉스 루터, 창조자를 찾고자 했던 인간들이 만들어낸 인조 인간이 인간의 창조자를 멸망 시키고 가장 파괴적이고 완벽한 생명체인 '제노모프'를 만들어내고 에일리언1로 연결되는 데이빗의 모습은 매력적인 악당들의 전형적인 뽕(?)이라고 생각한다.


영화를 무너지게 만든 최악의 원인 - 마사

이 영화는 두 영웅의 서사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이는 당시 라이벌이자 엄청난 흥행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마블을 보며 발등에 불이 떨어져 나타난 문제라고 생각한다. 배트맨의 단편 작품을 통해서 어째서 이 세계의 배트맨은 이리도 어둡고 암울한지를 미리 보여주고 두 영웅의 갈등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한 작품 길어야 2시간, 3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속에서 새로운 배트맨의 서사와 배트맨과 슈퍼맨의 갈등을 집어넣어야 했기 때문에 결국 작품이 무너지게 된 것이다.


위의 '마사 장면'은 30분이 추가된 감독판으로도 시원하게 해소되지 못한다. 저들의 갈등을 한 번에 해소하기 위한 요소로 사용하기 위해 잭 스나이더가 넣은 장면이라고는 별 것이 없었다. 중간 중간 배트맨의 어머니인 마사 웨인과 클라크 켄트의 어머니 마사 켄트의 동일한 이름에 대해서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또한 어머니라는 존재가 두 영웅에게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 조차 슈퍼맨이 마사 켄트에게 전화하는 장면과 배트맨이 꿈 속에서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부모님의 묘에 꽃을 두러 가는 장면 뿐이다.


그 무엇보다 영화를 치명적으로 망치게된 원인 - 나이트메어 장면

이 장면은 브루스 웨인의 꿈이다. 잭 스나이더가 그리고 있는 미래는 저스티스 리그와 지구가 '누군가'에 의해 붕괴한 대륙에 'Ω'오메가 마크가 그려져 있고 슈퍼맨은 마치 정신을 조종당한 것 마냥 인류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아포칼립스'한 세계이다. 그리고 이는 마치 진짜인 것처럼 느껴지거나 가까운 미래인 것처럼 묘사된다. 하지만 단편인 이 작품의 중간에는 절대 등장해서는 안되는 장면이었다. 원작을 사랑하는 팬이라면 저 마크가 무엇을 뜻하고, 슈퍼맨이 무엇 때문에 저렇게 변해버렸는지 알고 있고 그것을 통해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보통의 관객이 온전히 작품을 즐기는데는 방해되는 요소로 작용하고 말았다. 


마무리하며

배급사인 워너는 디즈니 꽁무니만을 쫓다가 좋은 재료를 전부 날려버렸다. 잭 스나이더는 자신이 그린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엄청난 시도를 감행했지만 이것은 작품과 세계관 전체에 치명적인 문제점으로 남아버렸다. 배급사와 감독 모두 욕심을 버리고 선택과 집중을 해주었더라면 우리는 제대로 타락한 슈퍼맨을 보게 되었을 것이고, 슈퍼맨을 막을 키가 된 조커와 배트맨의 팀 워크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10년만에 등장했던 타노스와 같은 세계관의 뒤를 지배하고 있는 오메가 포스를 장착한 '그 분'을 영접할 수 있었다.

결국 이제는 머나먼 세계로 사라져버린, 더 이상 볼 수 없는 세계관이여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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