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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생활은 어떻게 유지되는가, 션과 정혜영

인생이야기

by 류운천

인생의 절반을 함께 걸어갈 반려자를 만나는 것은 누구에게 어려운 과제다. 사랑으로 시작한 관계도 일상의 잔잔한 반복 속에서 때론 예기치 못한 감정으로 변하기도 한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했지만, 어느 순간 서로를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휘말리기도 한다. '이 사람과 계속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마음 깊은 곳에서 떠오르기도 한다.


톨스토이는 말한다. 행복한 결혼생활에서 중요한 것은 서로 얼마나 잘 맞는가보다, 다른 점을 어떻게 포용하고 극복해 나가는가에 있다. 결혼은 길고 긴 대화와 같은 것이며 대화는 이해와 인내를 요구한다. 대화의 문이 닫히면 결혼생활도 끝이 난다. 결혼은 감정의 조율이자 대화의 예술이다. 서로 다른 세계에서 온 두 사람이 하나의 삶을 이루려면, 끝없는 소통과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



결혼은 서로에게 귀를 기울이는 시간에 비례하여 행복해진다.

로우스(Lowe’s)는 미국에서 홈디포(Home depot)에 버금가는 대표적인 가정용DIY 전문매장이다. 1921년 설립된 이후 성장을 지속하여 2021년 기준 1971개 매장과 96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포춘 500대 기업이다. Covid19를 겪으며 위기가 있었지만, 로우스는 매출, 수익, 자산, 주가 등 모든 경영지표에서 흔들림 없는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마빈 엘리슨(Marvin Ellison)이라는 남자가 있다.


마빈은 1966년 미국 멤피스 지방의 흑인 가정에서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편의점 점원, 백화점 경비, 트럭 운전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대학 졸업 후 가정용품 소매점 Target과 JCPenney에서 근무하며 국내외 비즈니스 경험을 쌓았다. 대학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체득한 현장 경험은 훗날 가정용품 판매점에 일하는데 큰 자산이 됐다. 마침내 2018년 로우스의 사장으로 임명되었다.


마빈은 1986년 대학에서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샤린(Sharyn)에게 사랑을 고백했고, 마빈의 첫 직장인 Target이 위치한 잭슨빌로 함께 이사했다. 그리고 매달 10시간 넘게 운전하여 부모가 사는 멤피스를 방문했다. 운전하는 동안 라디오를 듣지 않고 서로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긴 시간 동안 둘은 부모이야기, 자식이야기 그리고 회사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에 대한 사랑과 우정을 키웠다. 그렇게 둘의 사랑은 우정으로, 그리고 깊은 신뢰로 발전했다.


아내는 단순한 배우자가 아니었다. 고객으로서 남편이 운영하는 매장을 방문해 솔직한 피드백을 제공했다. 엄마들이 관심이 많은 아이들 의류 옆에 여성용품을 배치하는 게 좋겠다. 점원은 하루 한 시간씩 고객을 위해 봉사하는 게 좋겠다. 매장에서 판매하는 옷을 직접 구매하여 입어보고 평가하는 게 좋겠다 등등. 이와 같은 많은 아이디어는 남편을 통하여 마케팅전략으로 전환되었고 로우스의 매출신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마빈은 말한다. 나의 성과는 우리 부부의 성과다. 내게 아내만큼 솔직하고 당돌한 충고와 의견을 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아내의 피드백이 자칫 경영참여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배우자가 회사의 경영에 관심과 피드백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나를 사장으로 임명한 것은 부부를 임명한 것과 같다. 마빈과 오랜 기간 회사생활을 함께한 동료는 평가한다. 마빈은 아내를 존중하며, 아내는 존재감이 있으나 지나치지 않는다. 이것이 마빈 부부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결혼은 상대에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맞춰 나갈 때 유지된다.

기부왕으로 불리는 션(Sean)은 힙합그룹 지누션의 래퍼 출신이다. 션은 2000년 YG양현석의 소개로 SBS탤런트 정혜영을 처음 만났다. 션의 적극적인 구애끝에 2004년 결혼에 골인했다. 이후 션은 힙합의류 브랜드 M.F.!과 패밀리룩 브래드 Lilsean의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정혜영은 광고모델과 ‘재벌집 막내아들’ 등 드라마에 출연하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가 벌어들인 돈 대부분은 불우아동을 위한 기부금으로 사용된다.


션은 정혜영을 처음 만났을 때 첫눈에 반해 다음에 만나도 여전히 설렌다면 이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스스로 결심했다. 하지만 정혜영의 생각은 달랐다. 먼저 첫인상이 탐탁지 않았고 구질구질하리 만큼 끈질긴 구애 전화도 싫었다. 당시 정혜영은 연예인이 아닌 평범한 남자와 결혼하고 싶었다. 그럼에도 션은 매일 같은 시간에 전화를 했고 어느덧 정혜영은 그의 전화를 기다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결정적으로 만남 100일 기념 장미꽃 100송이 이벤트와 추운겨울 먹고 싶은 아이스크림을 먼 데까지 가서 구해주는 정성에 마음이 움직였다.


부부는 기부를 통한 봉사활동에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홀트아동복지회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위기가정 아동교육을 위한 ‘꿈과 희망지원’ 프로그램에 매년 1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이외에도 후진국 어린이 돕기, 장애아동 돕기, 연탄배달, 815달리기 등을 통한 기부 등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한때는 더 많은 기부를 위해 집을 사는 대신 전세살이를 했다고 한다.


정혜영은 남편 션을 ‘감동을 주는 남자’라고 말한다. 부부는 2025년 루게릭 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을 위해 '승일희망요양병원'을 개원했다. 루게릭 병을 앓았던 농구선수 박승일과의 인연으로 재단을 설립하고, 무려 15년 동안 35만명의 작은 정성을 모아 요양병원을 건설했다. 희망이 희귀한 시대에 누군가를 위한 진심이 공간으로 만들어진 기적이다. 정혜영은 말한다. '션은 봉사활동에 진심이다. 그래서 그가 존경스럽다.'


션은 말한다. ‘내 아내가 나와 살면서 행복하지 않으면 나도 행복하지 못하다. 그래서 아내를 더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 부부는 기부와 봉사활동이 가장 큰 행복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더 많은 기부를 위해 오늘도 열심히 일한다. 부부는 결혼 이후 싸운 적이 없다고 한다. 그 비결은 상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며, 서로에게 맞춰나가는 것이 행복한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지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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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두 사람이 함께 탄 보트와 같다. 한 사람이 움직이며 보트는 흔들리다.

연애시절 그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가장 상냥하고 이성적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만 해도 뒷마당에 딸기도 심고 담쟁이 넝쿨도 키우며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마흔이 넘으면서 그녀는 감정의 변화가 시냇물처럼 시끄러워졌다. 마치 우린 공통점이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늘어갔다.


아이들이 장성하여 각자의 길을 떠났고, 이제 자연스럽게 둘만의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같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오래전에 찍은 사진을 보며 청춘을 추억한다.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은 따뜻한 데, 시간이 흐르면서 강물처럼 바닷물처럼 넓고 깊어지지 못하는 것은 아마 내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할 때, 세상의 모든 것이 아름답고 이해되고 용서할 수 있다. 사랑이 식으면 모든 것이 모순이고 추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톨스토이는 말한다. 결혼은 두 사람을 태우고 격랑의 바다를 항해하는 보트와 같다. 한 사람이 갑자기 움직이면 보트는 흔들리고 가라앉는다. 만약 당신이 배우자와 사이가 좋지 못하거나 배우자가 당신과 함께하는 것을 싫어하고 당신이 옳은데도 동조하지 않으며 배우자를 책망하지 말고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배우자에게 진정한 마음과 정성을 다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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