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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one Oct 13. 2024

좋은 친구는 어떤 친구인가. 쇼펜하우어

인생이야기 6

내가 무슨 일을 해도 내편을 들어줄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좋은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사람이 있다. 문뜩 전화를 해 안부를 묻는 사람이 있다. 나의 고민을 자기 고민처럼 공감해 주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이 내 친구다.

쇼펜하우어는 말한다. 성공과 행복뿐만 아니라 절망과 불행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진짜 친구라 을 수 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도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쇼펜하우어는 이렇다 할 친구가 없었다. 사교적이지 못한 성격때문에 평생 결혼하지 않고 혼자 지냈다. 여자를 가까지 하지 않았으며 실제로 시끄러운 여자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사람을 사교적으로 만드는 것은 고독을 견뎌낼 수 없는 무능력 때문이다. 인간의 행복은 얼마나 홀로 잘 견딜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쇼펜하우어는 아트만이라는 푸들 강아지를 좋아했다. 당시 최고의 철학자였던 헤겔에게 경쟁심을 가지고 있어 강아지 이름을 헤겔이라 불렀다. 그리고 강아지에 욕을 퍼부으며 때로는 발로 차며 헤겔에게 욕보이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강아지의 충성심은 대단했다. 그래서 이름을 아트만, 즉 '참된 자아'로 바꿨다. 때때로 강아지의 눈을 보며 세상의 영혼을 본다고 했다. 세상에는 강아지보다 못한 욕망으로 가득한 인간이 많다고 하며 인간을 폄하하기도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인간은 혼자 있으면 외로움에 떨면서도 같이 있으면 고슴도치처럼 서로를 찌르는 구제불능이다.


쇼펜하우어는 강아지를 친구로 생각했다. 그는 매일 강아지와 함께 산책을 했다. 가끔 큰 소리로 중얼거려 주변에서 강아지와 대화를 하는 노인으로 착각하기도 했다. 사람들이 강아지를 귀찮게 하면 소리쳤다. 당장 그만두시오. 그 강아지는 내 친구의 영혼이오. 식당에도 강아지를 데려갔다. 2인분을 시켜 하나는 강아지에게 주었다. 강아지를 반려견으로, 친구로, 가족으로 승화시킨 최초의 인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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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도 평생을 혼자 살았다. 어쩌면 위대한 음악가 리하르트 바그너가 유일한 친구였다. 니체는 어려서부터 바그너의 음악을 좋아했고 그의 작품을 피아노로 연주했다. 바그너도 니체를 좋아했고 철학에도 관심이 많았다. 31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음악과 철학을 좋아하는 둘의 만남은 운영적이었다. 니체는 그의 첫 작품 ‘비극의 탄생‘에서 바그너를 예술 본연의 정신을 살리고 있는 작곡자로 지목했다. 그래서 ’비극의 탄생’이 바그너에 대한 헌정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둘의 우정은 20년 넘게 지속되었다.


니체는 바그너의  환타지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보고 나서 서서히 바그너와 멀어지기 시작했다. 니체는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영웅담을 그린 고대 그리스 비극이 자신의 초인사상을 잘 표현한다고 생각했다. 반면 그리스도로 대변되는 전통적 가치는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바그너가 종교에 굴복했다고 비판하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바그너의 경우’에서 바그너는 인간이 아니라 질병이며 그가 건드리는 모든 것을 병들게 한다고 혹평했다. 이후 많은 작품에서도 바그너에 대한 비난을 이어갔다. 바그너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악평을 쏟아 붓던 니체는 쓰러졌고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바그너는 니체의 공격에 관대하게 대응했으나, 종교를 버릴 수 없었기 때문에 결국 니체와 멀어졌다. 니체는 ‘즐거운 학문’에서 바그너와의 사이를 별들의 우정이라고 말하면서 별은 서로 자신의 길을 가기 때문에 헤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듯이, 니체는 바그너를 친구로 보면서도 동시에 라이벌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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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가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행복과 고통을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면 행복한 인생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들어 주려는 사람을 찾을 수 없어 반려견을 가까이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반려견을 유모차에 태우고 다니며 이름까지 돌림자를 붙여 부르고 우리 집 둘째라고 소개하는 사람들을 보며 친구란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게 한다.


내 친구는 고등학교 졸업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던 나에게 대학에 가서 더 큰 세상에서 살아보자고 설득했다. 그때부터 하루 4시간만 자며 공부를 했다. 아침마다 코피를 쏟았고 아버지는 건강을 망친다면 일찍 자라고 꾸지람을 했다. 체중은 55킬로그램에서 47킬로로 줄었다. 둘 다 대학에 합격했다. 친구는 교사가 되어 초등학생을 가르쳤다. 나는 무역회사에 취업하여 해외 근무를 마치고 귀국하여 임원으로 승진하였다. 가끔 생각해 본다. 친구가 없었다면 지금 나는 무엇이 되었을까. 좋은 친구는 인생 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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