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불안한 이들을 위하여

불안 벗어나기 - 공간의 비밀

by SONEA

나는 한 때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했다.

'무(無)'의 공간이 내 생각과 행동으로 채워져 가는 모습을 보는 건 꽤 흥미롭고 재밌었다.

상상이 현실로 구현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때 당시 교수님들이 가장 강조했던 부분은

'죽는 공간'과 '공간의 효율성'이었다.

평면도를 그릴 땐 죽는 공간이 생기지 않게

가구들을 배치해야 했고

입면도를 그릴 땐 이용자가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계산해야 했다.

즉, 아주 작은 곳이라도

의미 없이 비어있는 공간은 존재하면 안 되었다.

무엇이라도 집어넣어 공간을 꽉 채워 완성시켰다.

학교에서 배운 영향인지

내 집을 꾸밀 때도 나는 꽉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어느새 의문이 들기 시작하고

공간의 비밀을 알게 된 후로는 억지로 채우지 않게 되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겠다.

공간은 정말 비어있는가?


대다수 인간들은 공간을 '비워져 있는 곳' 혹은

'비어있는 곳' '무(無)'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심히 보면 공간은 절대 비어있지 않다.

공간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물질이 존재하고 여러 가지 현상이 일어나는 장소'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공간은 쉽사리 결론이 나지 않는 무언가 이며

이는 바라보는 학파마다 다른 결말을 도출하게 된다.


천문학의 시각으로 바라본 공간은 우주의 빈 부분을 이야기하고

불교의 시각으로 바라본 공간은 모든 유/무위의 법이 존재하고 활동하는 장소로 보고 있으며

수학적 측면으로 바라본 공간은 특별한 속성과 부가적 구조를 가지는 집합이라고 본다.

즉, 관점에 따라 공간이라는 것은 무한한 뜻을 지는 무언가로 보인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우리는 한 가지는 또렷하게 인지하고 있다.

바로 시공간이다.


인간은 시간 자체만을 독립적으로 인식할 수 없다.

인간은 공간의 이미지가 변화함에 따라 시간을 인식하고 있기에

인간은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것이 아닌 시공간의 변화를 인식하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은 이제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시공간의 변화를 관찰하고 있는 우리 인간은 별개의 존재일까?


앞서 이야기한 나 자신의 통일을 기억하는가?

기억한다면 질문을 던지겠다.

우리의 몸은 어디가 시작 부분이고, 어디가 끝나는 부분인가?

발 끝? 손 끝? 명확하게 콕 집어서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한 가지 더 던져보겠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이 바라보고 있는 그 공간의 시작 부분은 어디고 끝나는 부분은 어딘가?

마찬가지로 명확하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한 것이다.

왜냐하면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작은 것들이 모여 만들어진 세상이 아니라 세상 그 자체이며 모두 하나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세상은 각각 분리된 객체가 아닌 연결되어 있는 일원체이다.

이 모든 것을 연결시켜주고 있는 것이 바로 '공간'이다.

이것을 불교 경전에서는 '삼라만상을 잇는 그물망'이라 칭하고 있고

호피 인디언 창조 신화에서는 거미 할머니가 지은 거미망이라 이야기하고

고대 그리스 이후론 이를 에테르라고 부르고 있다.


이 '에테르'라는 것은 뉴턴이 17세기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투명 물질이라 칭하였고

아인슈타인의 경우 에테르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에너지나 물질은 아닐 수 있다고 이야기하였다.

중요한 점은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이 물질마저 공간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당시의 이론을 바탕으론 이를 입증할 수도 관찰할 수도 없었다.

과학이 발달하고 기술이 발달하며 새로운 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그렇게 나온 것이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양자 물리학'이고 이는 뒤에서 더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대다수 인간들은 공간을 비어있는 무언가로 인식하거나

애초에 인식조차 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모든 것을 자신과 분리된 무언가로 바라보고 세상과 분리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공간은 비어있지 않으며 이 '비어있음' 조차 그 공간에 들어가 있다.

공간은 세상의 모든 것을 이어주는 일종의 연결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