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니아와 양파 아저씨

메뉴 개발 2

by SONEA

다음 날 이른 아침.

니아는 평소보다 더 이른 시간에 출근길에 올랐다.

임주상 대표가 요구한 신 메뉴 테스트를 바로 오늘

레스토랑 '크라이세'의 런치 영업을 시작하기 전 모두 모여 시식해 보기로 했고

니아는 이를 준비하기 위해 더 일찍 출근할 수밖에 없었다.

'아아아아아 피곤해 진짜 아'

니아는 구시렁거리며 덜컹거리는 시골길을 운전했다.

'오늘 날씨는 또 왜 이래 불안하게?'

일기 예보 상 비 예보도 없고 미세먼지 농도도 낮은 맑은 날씨가

하루 종일 이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하늘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처럼

흐리다 못해 짙은 회색을 띠고 있다.

레스토랑에 도착하여 자갈 주차장에 후진으로 주차를 한 뒤

뒷좌석에 실어 둔 식재료를 챙겨 서둘러 삐걱거리는 나무 계단을 타고

주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전 날 영업에 사용할 재료들은 모두 준비해 뒀기에 니아는 곧바로 신메뉴 준비를 시작했다.

첫 번째는 애피타이저로 적당한 문어 세비체를

두 번째는 문어를 작게 썰어 먹물을 활용한 리조토

마지막으로는 문어 다리를 통째로 사과나무칩을 활용해 훈연하여 올린 오일 파스타를 준비했다.

메뉴가 전부 완성되어 갈 때쯤 하나 둘 모두가 모여 6인용 원목 원형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임주상 대표, 임룡태 팀장, 임현미 과장, 임영미 매니저, 이혜인 그리고 조인성 실장님까지 모두가 모여 앉았다.

니아는 주방 안에서 완성된 음식들이 담긴 접시를 닦으며 점검했다.

'맛은 자신 있는데... 근데 문제는...'

니아는 접시의 가장자리를 마저 정리하고 이들을 향해 들고나가며 생각했다.

첫 번째 메뉴가 테이블 위에 올랐다.

살짝 데친 후 얇게 슬라이스 한 문어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그 밑으로 적양파, 토마토, 파프리카 그리고 약간의 치커리가 보였고 레몬과 라임의 상큼한 향이 테이블 위로 흘러나왔다.

임주상 대표가 먼저 포크를 집어 크게 한 입 찍어 먹었다.

'.......... 음.. 음..'

어딘가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조용히 포크를 내려놓았다.

'아니 처음부터 왜 그러는 데에'

니아는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그러자 이를 알아차리곤 임룡태 팀장이 접시를 들여다보더니 니아를 보고 한 마디 했다.

'음 근데 문어가 좀 적어 보이지 않아?'

이를 듣곤 임영미 매니저와 임현미 과장은 동의한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고 임혜인은 한마디를 더 거들었다.

'이건 사진 찍기는 너무 허전할 것 같은데?? 문어 메뉴라고 얘기 안 하면 문어인지 모를 듯??'

니아는 테이블 끝에 서서 가만히 듣고 있었다.

두 번째 리조토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한 입씩 먹어보고는 문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고 이야기했고 임팩트가 약하다고 했다.

세 번째 파스타가 올라갔을 땐 반응이 조금 달랐다.

올리브오일과 감자, 마늘, 앤초비, 케이퍼로 맛을 내고 파프리카 파우더로 색을 내고 그 위로 훈연한 문어 다리가 통으로 올라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야 이거지 응? 이렇게 응?'

임주상 대표는 본인이 생각했던 비주얼이 나왔는지 환하게 웃으며 만족스러운 리액션을 하며 문어를 썰어 파스타와 함께 먹었고 다른 이들도 같이 나눠 먹었다.

그러나 환하게 웃은 것도 잠시 입술을 오므리며 포크를 탁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내려놓고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댔다.

이번에는 조용히 있던 임영미 매니저가 먼저 말을 꺼냈다.

'파스타는 되게 맛있고 비주얼도 좋았는데 이것도 문어가 조금 약한 것 같아서 문어 파스타라 하기에 조금 애매한 것 같은데 어떠세요 조인성 실장님은?'

아무 말 없이 모든 음식을 맛있게 먹던 조인성 실장은 놀라며 대답했다.

'아 그래? 몰라? 난 좋아 맛있는데? 잘 만들었다 니아야'

모든 반응을 살피던 임현미 과장은 파스타를 씹으며 니아에게 말했다.

'니아야 음쩝쩝 이거 쩝 문어 더 넣으면 쫍쫍 안되나? 문어가 사이드 메뉴 같은데?'

임주상 대표는 자신이 기다려온 말이 나왔는지 흥분하며 덧붙여 말했다.

'그래 야 응? 문어 말이야? 내 생각엔 응? 들어봐 사람들이 보고 우와 응? 알지 이렇게 나와야 하는데 이건 아.. 습 너무 약해 응? 좀 더 넣어서 하면 안 되냐?'

두 손을 모은 채 테이블 끝에서 가만히 듣던 니아는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 대표님 늘릴 수는 있는데요 지금 그램 수에서 늘리면 코스트 30%가 넘습니다 이것도 겨우 올린 거예요'

임주상 대표는 콧방귀를 뀌며 피식하고 웃었고

옆에서 임혜인이 웃으며 이야기했다.

'언니 그거 맞추는 게 언니 역할 아니야? 어떻게 못해?'

임혜인의 한 마디에 모두가 잠깐 조용해졌다.

'야... 지금 이거 120g 기준인데 수율 고려하면 진짜 쓰는 양은 늘어나고 이 상태에서 30% 맞추려면 판매가가 3만 원 이상이어야 하는데 안 먹지 않겠어?'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하는 니아의 말에 임룡태 팀장이 끼어들었다.

'그럼 뭐 더 얇게 썰어서 어떻게 하면 되지'

임룡태 팀장의 어처구니없는 발언에 니아의 손이 등 뒤에서 꽉 쥐어졌다.

'이미 최대한 얇게 썰어서 올렸습니다'

임영미 매니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물을 마셨고 옆에 있던 임현미 과장이 말을 보탰다.

'그래도 야 시그니처로 밀려고 하는데 확실하게 해야지. 대표님 말마따나 문어가 보이면 와, 해야지'

팔짱을 낀 채 의자에 기대고 있던 임주상 대표가 몸을 일으키며 결론을 통보했다.

'이거 응? 문어 말이야 문어 응? 양 늘리고 비주얼 더 살려놔 가격은 지금 가격대에 최대한 맞추고 이미 내가 다 어? 홍보했는데 해야지 어?'

임주상 대표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니아의 머릿속에는 숫자가 자동으로 떠올랐다.

Kg단가, 수율, 부가세 등 모든 것이 안 맞는다.

하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평소에는 계산기를 통해 계산 후 결론을 내렸지만

같은 일을 한번 해 본 듯 머릿속에 답이 들어있었다.

'대표님 구조상 그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번엔 니아는 또박또박 말했다.

그러자 임주상 대표의 표정이 굳었다.

'야 너무 계산하면서 하지 마 어? 장사는 말이야 어? 감이야 감'

말도 안 되는 소리였지만 또 어딘가 익숙했다.

니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 대답했다.

'대표님.. 그럼 기준을 바꿔야 합니다.. 문어를 늘리면 가격을 올려야 하고 가격을 못 올리면 문어를 줄여야 합니다'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임용태 팀장이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니아가 젊어서 그래요 대표님, 니아야 뭐 해보기도 전에 안된다고 하면서 포기하지 마'

원형 원목 테이블 위에서 말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양 두 배는 해야지'

'비주얼이 약해'

'대표님 지인들도 오시는데 이건 좀'

'이건 문어 요리 아닌 곳 같아'

조인성 실장은 아무 말 없이 물만 홀짝 거리며 마셨고 니아는 아무 말하지 않았다.

답은 이미 정해진 분위기였고 결론은 간단했다.

문어 양은 늘리고 가격은 최대한 억제하고

이 방법은 니아가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다.

회의는 이렇게 끝났다.




레스토랑 '크라이세'의 하루 영업이 끝났지만

주방의 불은 꺼지지 않았고 니아는 퇴근하지 않았다.

니아는 문어를 다시 저울에 올렸다.

423g이 저울에 찍혔다.

손질 후 예상 무계는 250g 남짓.

'하... 역시 두 접시도 애매한데.... 씨..'

두 손을 스테인리스 작업대에 올린 채 고개를 떨구며 한숨을 푹 쉬며 중얼거리던

니아는 다시 문어를 잡고 도마에 올렸다.

칼을 문어 다리에 넣자 탄력 있는 살이 잘려나가고 흰 속살이 보였다.

'아니.. 양을 늘리라면서 가격은 낮추라는 게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이게 장사야..?'

이번에는 일부러 조금 더 두껍게 썰며 니아는 생각했다.

확실히 두껍게 써니 존재감이 살아나긴 했지만 저울에 올려보자 180g이 나왔다.

니아가 핸드폰을 꺼내 계산기를 켜 단가를 입력하고, 수율을 반영하고,

가니쉬도 포함하여 계산을 해보니 코스트가 42%가 나왔다.

'하.....'

니아는 숨을 멎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냄비에 물을 올리고 소금을 넣어

문어를 살짝 데쳤다.

'그래... 늘려보자.... 한번 늘려나 보자...'

니아는 보글보글 끓는 물 안에서 떠다니는 문어를 보며 생각했다.

'근데... 그럼 어디서 줄여야 하는 거지...? 허브..? 치즈...? 가니쉬..? 야채...?'

이러한 것들을 줄이면 맛의 밸런스가 깨지고 맛이 변한다는 걸 알지만

안 줄이면 적자가 나는 상황이었다.

뜨거운 문어를 건져 트레이에 올려 물기를 잠시 빼며 식히고

이번엔 훨씬 더 두껍게 썰어 양을 늘렸다.

도마 위에 묵직하고 탱글한 원형 조각들이 쌓여가니 보기에는 훨씬 좋았다.

하지만 저울 숫자는 더 보기가 싫었다.

'하.... 진짜.....'

니아의 얕고 긴 한숨에는 울적함이 묻어 나왔다.



니아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문을 닫고 가방을 내던졌다.

니아의 눈에 방 테이블에 서 있는 양파 아저씨가 보였고 니아는 한참을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또야.. 또.. 네..?'

대답은 없었고 조용했다.

'또 내가 맞추래요... 알아서... 안되는 건데'

니아는 조용히 이야기하며 방에 들어가지 않고 싱크대에 기대 섰다.

'늘리래... 싸게 팔래... 감으로 하래... 어려서 그렇데...'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으며 니아는 말했다.

'.. 어린 만큼 수율이라도 나오면 좋겠네 하하....'

양파 아저씨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니아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아저씨는 좋겠네요, 누가 까면 울게 만들고 피해 보는 건 없잖아요'

니아는 괜히 양파 아저씨에게 심술부리듯 말했다.

'나는 까이면 더 계산하고, 움직여야 하는데.. 정작 날 깐 사람들은 아무 반응 없고'

양파 아저씨는 테이블에서 내려와 니아가 서 있는 주방 싱크대 위로 올라갔다.

껍질이 조금 벗겨져서 인지 조금 작아지고 새하얗게 변한 양파 아저씨는 양파 특유의 매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맛있게는 가능하지? 그렇죠 가능하죠. 근데 맞게는 안되는데'

니아의 눈이 따가워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파 아저씨가 바로 옆에 온 탓인지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왜 맨날 내가 버텨야 하고 해결해야 하는데...'

양파 아저씨를 쳐다보며 말하던

니아는 울먹거리며 그대로 주저앉았다.

'.... 아저씨... 나 지금 화난 거예요.. 슬픈 거예요..?'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주방에 있는 냉장고 소리만 낮게 울렸다.

문어, 저울의 숫자, 코스트, 오늘 들은 말들이

니아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울렸다.

니아는 울리는 소리를 그만 듣고자 무릎에 두 팔을 올리고 머리를 파묻으며 웅크렸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한 목소리가 니아의 머리속을 스쳐 지나갔다.

'문어를 늘리라는 거지....문어만 늘리라는 말은 안 했잖아...?'

생각이 스치는 순간 니아의 눈에서 흘러나오던 작은 물방울들은 멈췄다.

생각이 연결되기 시작했다.

'존재감...존재감...존재감만 살리면 되는거 아니야'

니아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아저씨..보이게 만들면 되는 거잖아요..그쵸..?'

니아의 눈은 여전히 붉었지만 이번엔 울지 않았고 표정이 조금 달라졌다.

'가격은 올리지않고, 코스트 안 넘기고, 문어가 많아 보이게..'

니아는 벌떡 일어나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뱉었다.

'하...씨 해보자 그래..누가 이기나 보자 한번'

여전히 양파 아저씨는 대답이 없었다.

'내일..또 가아겠지'

이번에 이 말을 속으로 삼키지 않고 조용히 그리고 낮게 말했다.

'....근데 이번은 내가 정해'

밖에는 아직 비가 오지 않았지만

니아의 안쪽은 조금 달라지고 있었다.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