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니아와 양파 아저씨

메뉴 개발 1

by SONEA

쾅쾅쾅 쾅쾅쾅

1층 카페를 통해 레스토랑 '크라이세'로 올라오는

나무 계단이 굉음을 내며 소음을 냈다.

누군가의 발걸음인지는 모르겠지만

흥분했다는 사실 하나는 명확했다.

'뭐.. 뭐야 아침부터'

토마토소스를 끓일 때 들어가는 양파와 샐러리를

손질하던 니아는 입사 후 처음 들어보는

큰 계단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주방 밖으로 얼굴을 빼꼼 내밀었다.

이윽고 소음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다름 아닌 임룡태 팀장과 임현미 과장이었다.

'얘들아아아 얘들아아아아 큰일 났다 큰일'

임현미 과장은 레스토랑 홀에 올라오자마자

다급하게 큰 소리로 니아와 임영미 매니저를 찾았다.

'어 니아야 영미는 어디 갔니?'

주방에 홀로 있는 니아를 본 임현미 과장은 임영미 매니저의 행방을 묻는다.

임영미 매니저는 아침 시간 주방에 있지 않고 레스토랑 홀 뒤 편에 있는 테라스로 나가 남자친구와 통화를 즐기곤 했고 이 날도 마찬가지였다.

'지금 잠깐 화장실 간 것 같아요'

니아는 이를 솔직히 말할까 고민했지만 굳이 피곤한 일을 만들어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이유를 말했다.

'아 그래 암튼 니아야 임주상 대표님이 또 또 일 벌이셨다. 다른 게 아니고 이번..'

뭔가 또 일을 벌였다며 설명하려고 하는 임현미 과장의 말을 같이 올라온 임룡태 팀장이 말을 끊었다.

'아니 아니 그 정돈 아니고. 그럼 니아야. 임 매니저 오면 나한테 전화 좀 하라고 해줘.'

'네 알겠습니다'

임룡태 팀장은 전화를 달라는 말을 남긴 채 임현미 과장을 이끌고 레스토랑 밖으로 나갔다.

'뭐.. 한두 번인가 대표님이 일 벌이는 게..'

니아는 다시금 토마토소스 재료를 손질하기 시작하며 생각했다.




이곳 레스토랑 '크라이세'에 입사한 지

한 달 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니아는 어느 정도 이곳에 익숙해져 일에

집중도를 올리고 있었다.

런치 서비스 타임이 끝나고 여느 때와 같이

디너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임룡태 팀장이 다급하게 주방으로 들어와

니아와 임영미 매니저를 찾았다.

'어 바쁘나 보네? 잠깐 얘기 좀 하자. 둘 다 잠깐 나와볼래?'

니아는 임영미 매니저에게 이유를 묻는 표정을 지었지만

임영미 매니저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반응을 하며

서로를 잠시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하던 일을 멈추고 주방 밖으로 나섰다.

레스토랑 제일 안 쪽에 위치한 6인용 원목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어.. 하.. 그래 별 건 아니고, 아 아닌 게 아닌가? 아무튼 대표님이 일을 하나 벌이셔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야기해야 해'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이야기했지만 자신의 푸른색 핸드폰 화면을 계속해서 열중하며 정작 어떤 일인지는 말 안 하자 가만히 듣던 임영미 매니저가 질문했다.

'저... 팀장님? 어떤 일인지...?

'어 잠시만..'

5분 여가 흘렀을 때 임룡태 팀장은 드디어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고 니아와 임영미 매니저를 바라보며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자.. 임주상 대표님께서 큰 일을 하나 벌이셨다.

대표님이 아는 초등학교가 있는데 이번에 4학년이 현장 체험 학습을 한다고 하네? 근데 우리 대표님이 또 자랑하고 싶어서 점심 식사를 여기서 먹으라고 했단다 자기가 다 대접한다고.. 정말 일 하나는 잘 벌이신다니까'

임영미 매니저는 이를 듣곤 놀라며 질문했다.

'여... 여기서요? 몇 명이나..?'

'음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규모가 큰 초등학교는 아니라서... 반이 4개라고 했으니까 대충 80명쯤?'

'... 예에에??!!? 여기 정원보다 훨씬 많은데요??'

'그니까 이제 상의해야 한다는 거지. 근데 또 메뉴를 여기 레스토랑 메뉴가 아니라 애들이 좋아하는 돈가스, 라면 이런 걸로 준비하라네'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가만히 듣던 니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놀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저희 이탈리안 레스토랑인데요? 갑자기 어디서 그런 걸 준비해요? 재료는 또 어떡하고'

'해보기 전에 안된다고 말하지 말고 이미 벌어진 일인데 방법을 찾아야지 방법을 응?

아직 어려서 잘 모르나 본데 안 되는 건 없어'

니아의 이런 반응이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임룡태 대표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로 이야기했다.

이후 임룡태 팀장과 임영미 매니저는 재료는 어떻게 구하고 인원 배치는 어떻게 하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며 열중했고 니아는 원형 테이블에 같이 앉아 있었지만

정작 그 이야기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어딘가 괴리감을 느꼈다.

'아니... 이게.. 맞나..? 왜 우리가 뒤처리를 해야 하는 거지..? 원래 회사는 이런 건가..?'

그렇게 나온 결론은 장소는 1층 카페와 그 앞에 있는 인조 잔디에 테이블을

임시로 설치하고 사용하자는 것이었고, 추가 인원 지원은 없었으며 이 모든 건

니아와 임영미 매니저의 몫이 되었다.

재료 또 한 니아와 임영미 매니저가 함께 니아의 차를 타고 15분 거리에 있는

시장에 가서 직접 고기와 라면들을 사 와야 했으며 구매하는 것도 준비하는 것도 모두

이들의 몫이었고, 당일이 되었을 때 임룡태 팀장과 임현미 과장이 와서 도와준다고

이야기했지만 얼굴을 비추지 않았으며 임주상 대표는 이 모든 걸 자신이 준비했다며

학생들과 인솔 선생님에게 생색내기 바빴다.

정작 도와준 건 리조트 관리로 바쁜 조인성 실장님이었다.

그렇게 그날은 전쟁통이 되었으며, 돈가스를 튀기랴, 라면을 끓이랴, 2층 레스토랑 홀을 넘어

1층 카페와 야외 테이블까지 서빙해 주랴, 몸이 10개라도 모자란 하루였고,

니아는 이 날 저녁 하루 종일 뒤집어쓴 기름때를 따뜻한 물로 씻어내며 생각했다.

'아... 이래서 가족 같다고.. 뒤치다꺼리는 우리가 다 하고 생색은 지가 내고.. 씨.. 진짜 ㅈ같네...'




'니아야, 팀장님 왔다 가셨니?'

어느새 남자친구와 전화를 마치고 레스토랑으로 들어와 임영미 매니저는 니아에게 물었다.

'네 방금 다녀가셨는데 팀장님이 전화 달라고 하셨어요'

'아니 왔으면 왔다고 말을 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그거 하고 있어'

임영미 매니저는 괜히 니아에게 구박을 주곤 전화를 하러 다시금 나갔고,

니아는 가볍게 콧방귀를 뀌며 칼을 잡고 토마토소스를 끓일 준비를 마저 이어 나갔다.

토마토 용 양파를 균일하고 다이스하고 샐러리를 자르고

올리브 오일을 두르고 볶기 시작하자 향긋한 향이 주방에 퍼지기 시작한다.

양파와 샐러리가 익어가기 시작하자 니아는 토마토소스용 캔을 따서 냄비에 넣고

약한 불로 보글보글 끓이기 시작한다.

이내 다른 작업을 시작하려는 순간 나무 계단이 삐걱 거리는 소리가 다시금 니아의 귀로 들려왔다.

이번에는 뛰는 소리가 아니었지만 어딘가 느리지만 성가신 발걸음 소리였다.

이번 발걸음 소리의 주인공은 임영미 매니저였고, 이내 주방 입구에 서 니아에게 말했다.

'니아야...니아야..니아야아아아아'

붉은색 피망을 썰던 니아의 칼질이 멈추고 니아의 시선은 임영미 매니저로 향했다.

웃고 있지만 어딘가 큰일이 난 듯하면서도 무언가를 포기한 듯 어이없는 표정을 짓고 니아를 바라보고 있다.

'네 무슨 일 있나요?'

'어.... 너무 많아... 아 진짜 임주상 대표님 왜 이러실까? 정말? 응? 신 메뉴 개발해 놓으래'

레스토랑에서 일을 하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작업 중 하나가 메뉴 개발이었기에

별 일 아니라는 듯 니아는 반응했다.

'아 그래요? 음 언제까지 하면 된다고 하세요?'

'한 달'

'네? 너무 짧긴 하네요.. 그래도 뭐 알겠습니다'

'아니 근데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아 진짜 싫다. 얼마 전에 문어 드셨잖아? 그거 맛있었나 봐야 아 진짜.

문어로 신 메뉴 만들어 놓으래..!!! 정말 왜 저럴 실까 모르겠네'

'문... 문.. 문어요???'

'어~~!!! 문어로 하래 문어로!!! 아 진짜, 근데 가격은 저렴하게 맞추래. 코스트 30% 안 넘게'

'네에?? 그건 문어를 쓰라는 거예요, 말라는 거예요? 기간이 너무 짧은데 시간 좀 더 못 받나요?'

'어 못 받아. 안 그래도 말씀드렸는데 이미 자기 지인들이랑 홈페이지에 광고를 올려버렸어'

임영미 매니저의 마지막 말을 듣곤 니아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근데 나 1층 카페 때문에 바쁘니까 네가 메인으로 해야 해 알지? 할 수 있지? 고생 좀 하자'

니아는 냉장고 안에 남아 있는 묵직한 다리 하나가 문득 떠올랐고

그 다리가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내 니아의 오른쪽 손목에 있는 워치가 울려 확인해 보니 임룡태 팀장의 전화였다.

'네 팀장님'

'어 니아야 임 매니저한테 들었지? 가능하지? 해보기 전에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알지?

아 그리고 대표님이 이미 홍보했으니까 기간 맞춰야 하고 비주얼 좋아야 한다 사진 찍기 좋게'

예전의 그 말이 다시금 임룡태 팀장의 입에서 불쑥 튀어나와 니아의 가슴을 찔렀다.

임영미 매니저가 나가고 임룡태 팀장의 전화가 끊기자 주방은

토마토소스가 끓는 소리를 제외하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니아는 하던 작업을 멈추고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갑게 굳어 있는 문어 다리를 꺼냈다.

니아의 손에 잡히는 촉감이 이상하리 만큼 현실적이었다.

문어는 냉장고의 냉기를 머금어 차가웠고, 무겁고도 현실적으로 값비쌌다.

남은 문어를 저울에 올려보자 423g이 나왔다.

속으로 계산해 보니 못 먹는 질긴 부위를 손질하고 나면 250g 남짓이었다.

'두.... 접시 나오나..? 아니.. 애매한데.. 한 접시 120g 잡아도...

두 접시 안 될 것 같은데.. 이걸로 30%를 맞추라고.....'

니아는 핸드폰으로 계산기를 어플을 켜곤 계산을 시작했다.

문어의 kg당 가격을 기반으로 총 무게 가격을 계산하고 이를 쪼개고 나누니

120g을 손님의 상에 올렸을 때 가격은 3,360원이 나왔다.

하지만 여기에 수율을 반영하고 가니쉬를 포함하여 기타 들어가는 재료를 모두 포함하니

원가만 6,500원이 넘었다.

'이럼... 판매가는 최소 20,000원... 아니 30,000원까지도... 우리 스테이크가 30,000원 중반..

다른 건 다 만원 초반대인데.. 이걸.. 근데 저렴하게...? 말이 되나..?'

니아는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큰 문어를 흰 도마에 올리고 칼을 쓱 넣었다.

살이 탄력 있게 갈리며 새하얀 속살이 보였다.

'문어를.... 살려서 쓰자면서 쓰지 말라는 말이네... 하....'

니아의 중얼거림이 증기처럼 주방 안을 둥둥 떠다니다 흩어졌다.

냄비에 물을 올려 소금을 넣은 뒤 끓이기 시작했다.

물이 끓기 시작하자 문어를 잡고 끓는 물 위에 잠시 담갔다가 뺐다.

다리가 천천히 오그라들었고 니아는 가만히 이 움직임을 지켜봤다.

'이게... 뭐 하는 짓인지... 왜 수학 시험을 치고 있는 거지....'

문어가 물속으로 완전히 들어가자 기포가 보글보글 거리며 올라왔고

끓는 물속에서 다리는 점점 더 단단해져 갔다.

니아는 타이머를 누르고 다시 계산기를 들여봤지만

숫자는 변하지 않았다.

주방은 끓는 물과 냉장고의 열기로 따뜻했지만 이상하게 서늘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조인성 실장이 주방에 들어와 니아에게 슬쩍 물었다.

'매니저한테 얘기 들었다. 이번엔 문어라며? 미친 거 아니야'

'하하.. 그러게요'

'또 또 임주상이 일 벌였네 보니까'

둘은 잠시 웃으며 이야기했지만 어딘가 쓰라렸다.

'그거 가능한 거가?'

조인성 실장의 질문에 니아는 잠시 생각했다.

'뭐..... 맛있게는 가능하겠죠... 맛있게는..'

'그럼 됐지 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대충 해'

니아는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했다.

'맛있게랑.. 맞게는 다른데..'

웃으며 이야기하던 조인성 실장은 이번에는 니아의 말 뜻을 끝까지 묻지 않았다.

조리를 한 문어를 담아둔 냄비 뚜껑을 열자 문어의 향이 주방에 퍼졌다.

좋은 향이었지만 이 향이 묘하게 니아의 기분을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

좋은 재료와 좋은 향이지만 그 구조는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니아는 식은 문어를 꺼내 도마 위에 올리고 칼을 들었다.

그리고 아주 얇게 슬라이스 하기 시작했다.

얇게, 더 얇게.

슬라이스 하는 문어가 얇아지면 얇아질수록

한 접시에 올릴 수 있는 면적은 넓어졌고 비주얼은 좋아졌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몰라도 니아만큼은 분명하게 알고 있었다.

이건 해결이 아닌 그저 눈 속임에 불과한 버티는 방식인 것을.

레스토랑 '크라이세'의 불이 하나씩 꺼져갔다.

저울 위에는 남은 문어 조각이 올라가 있다.

계산기 화면에는 남은 숫자가 떠 있었고, 아직 가격과 구성은 정하지 못했다.

니아는 계산기를 다시금 눌러가며 레시피를 구성했지만

달라지지 않았고 변하지 않는 건 문어뿐 아니라

이 모든 건 오롯이 자기 몫이라는 사실도 여전히 그곳에 존재했다.


토요일 연재